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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축구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6.04.11일 08:49
작자: 박일

  (흑룡강신문=하얼빈) 요즘은 어디를 가나 연변프로축구가 가장 큰 이슈다. 그에 따라 몇점의 불꽃으로 알려지던 응원바람도 어느사이 거센 열풍으로 번져지며 연변조선족자치주뿐만 아니라 전반 조선족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매번 연변부덕팀의 경기가 펼쳐질때면 우리의 언론매체들에서는 시간과 지면을 아끼지 않고 다투어 실시간 생방송에 대서특필하는가 하면 제3라운드인 연변 홈장경기는 말할 것도 없고 1, 2라운드 원정경기만 보아도 수천명에 달하는 팬들이 현장을 찾아 열띤 응원을 하였다. 그런가 하면 상항이시엔 연변축구팬클럽까지 설립되었는데 그 회원수가 1200명이 넘었고 베이징, 톈진, 광저우, 청두하며 이제 펼쳐갈 연변팀의 원정경기를 대비해 벌써부터 당지 조선족들은 현장응원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그것뿐이 아니다. 가정에서, 친구들의 모임, 그리고 회사에서 또 멀리있는 사람들은 전화로, 메일로, 위챗으로 온통 연변축구로 요란스럽다. TV에서 축구라고 하면 채널부터 바꾸던 아내가 연변팀 경기가 펼쳐지자 텔레비젼 앞에 두 주먹을 움켜쥐고 응원을 해대는데 소리를 얼마나 요란하게 지르는지 부부가 싸우는 줄 알고 옆집에서 놀라서 문을 두드리더라는 이야기, 제2라운드에서 연변부덕이 1:2로 강소소녕에 패하자 상대방 선수들의 몸값은 우리 선수들의 25배나 된다면서 "이 경기가 어디 진 경기냐?"며 연변팀을 두둔하느라 목에 핏대를 세웠다는 친구들, 제3라운드 홈장 경기에서 연변팀이 1:0으로 베이징국안을 꺾자 너무 흥분한 나머지 모태주, 위스키 하며 숨겨두었던 좋은 술 십여 병을 몽땅 꺼내 병마다 마개를 열어놓았다는 사람... 이런 이야기는 절대 한두사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그런가 하면 근간에는 위챗이 유행인데 그것을 들여다보면 연변팀을 위해 원정응원을 떠나자고 친구들을 동원하는 소리, 십시일반으로 응원자금을 모았으면 좋겠다는 제의, 심지어는 기분이 새롭게 각자 저마다 텔레비젼을 보더라도 통일로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보자는 재미나는 아이디어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응원열풍은 2002년 한일 월드컵때 세계를 놀라게했던 한국의 붉은악마들을 연상시킬정도다. 그러면서도 한술 더 떠 요즘 우리 민족사회를 달구는 응원열풍은 당시 '붉은 악마'보다도 더 재미나고 그 형식과 내용도 더 풍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당시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뛰쳐나와 거리응원을 한 것이 특징이었지만 지금 우리는 현장은 물론 각자가 주택에서, 회사에서, 또 약속한 장소에 모여서 그리고 한국 서울을 포함하여 조선족들이 사는 방방곡곡에서 동시에 다양하게 펼쳐지는 색다르고 다른 진풍경이라는 것이다.

  그럼 어찌하여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걸까? 우선 축구란 이 스포츠의 매력에서 오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축구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임이 틀리없다. 힘, 속도, 리듬, 영감, 격정이 주는 미적향수, 골을 넣으려고 골을 먹지 않으려고 서로가 결사적으로 싸우는 치열한 박투, 또 팀마다 여러 선수가 함께 뛰는 단체경기라 집단의 영예를 중시하는 등 축구 자체의 정신이 있는가 하면 볼이 둥근 것처럼 예측이 어렵고 무한한 가능성을 펼쳐주는 경기이기에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재미나고 긴장하여 경악을 금치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경기가 종료된 후에도 즐겁거나 아쉽거나 슬픈 여운을 남기며 오래도록 흥분을 삭이지 못하게 하는 스포츠인 것이다. 한데다 우리 민족은 옛날부터 여러가지 구기운동 중에서도 축구를 특별히 좋아하였다. 그래서 마을운동회나 어디에서나 민족운동대회가 열리면 축구경기가 가장 인기였던 것이다.

  두 번째로는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반가움에서 일 것이다. 지난 세기말이었던 1999년, 연변오동팀(한국 최은택감독)이 중국FA컵에서 4강 진출에 성공하여 당시 우리 민족사회를 흥분의 도가니에 빠뜨린적 있었다. 하지만 그 뒤로는 내리막 길을 걸어 장장 18년이나 물밑에서 얼굴을 내밀지 못했던 것이다.(그 사이 가수들을 포함해 국내외에서 히트친 유명인물들이 더러 나왔지만 그 영향력이 축구와는 비교가 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중국프로축구 2부리그인 갑급리그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연변팀이 승승장구하며 우승컵을 안게 되어 올부터는 국내 최고의 강팀들과 어깨를 나란히 슈퍼리그에 출전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니 우리 민족으로서는 참고 참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맛보는 즐거움이고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세 번째는 연변축구와 우리 조선족단체 사이에 상호 마음이 끌리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변부덕팀에는 우리 조선족선수들이 많이 들어있고 중국 조선민족의 수부인 연변조선족자치주를 대표하는 팀이어서 "우리의 축구팀"이고 "우리 편"이라는 친절감이 있는데다 그외에도 연변축구의 운명은 어찌보면 중국 조선족의 운명을 닮은데가 많아 심리적으로 쉽게 공감대가 형성되는 일면도 보여진다. 이를테면 중국의 조선족은 13억이 넘는 대국에서 2백만도 안되는 적은 인구를 가지고 있고 소수민족들 중에서도 자치구가 있는 민족들보다는 몸뚱이가 많이 작아서 목소리도 가늘고 힘도 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편"인 연변축구가 바로 그런 모습이다. 비록 올해부턴 슈퍼리그에 출전했지만 슈퍼리그를 처음 경험하는 선수들이 많았고 거물급스타도 없는가 하면 화려한 개인기도 없었다. 그래서 팀의 실력이 이젠 여러해째 슈퍼리그에서 몸을 키워온 강팀들에 비해 약한 것만은 사실이다. 이런 유사한 점들이 쉽게 가슴에 와닿아 서서히 피와 살속에 용해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변팀은 강팀들에게 밀리지 않고 경기마다 강한 자신감과 불사적 투혼으로 잘들 싸우고 있다.(4월2일 연변부덕대 북경국안 경기를 보면 시작부터 경기 종말까지 시종 우세를 보여줬다.) 이것이 더욱 눈물이 나게 고맙고 가슴이 찡한 감동을 만드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폭발적인 인기가 터지는 것이고 그래서 뜨거운 사랑이 지칠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변축구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이것 또한 요즘들어 생각이 깊어지는 즐거운 고민거리다. 연변축구는 연변조선족자치주를 넘어 중국 조선족을 대표하는 축구가 되었다. 이런 "우리"의 축구가 자랑스럽게도 중국축구의 1부리그인 슈퍼리그에 출전했고 오늘은 백두호랑이 같은 당당한 위용을 떨치고 있다. 그러니 연변축구는 중국 대지에 크게 자랑하고 싶고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은 우리 민족의 떳떳한 명함장인 것이다.

  전반 조선족사회가 요즘처럼 자연스레 마음이 한곳으로 흐르고 자각적으로 똘똘 뭉쳐지는 모습은 정말 보기 힘든 일이다. 바로 연변축구가 프로급으로 우뚝 솟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연변축구는 우리 민족의 자부심을 북돋우어 주고 응집력을 키워주는 소중한 매개체인 것이다.

  사람마다 요즘은 연변축구가 있어 너무 즐겁고 너무 행복하다고들 한다. 그래서 경기가 펼쳐질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고 경기가 시작되면 손에 땀을 쥐고 제발 이기기만을 기도하게 되고 경기가 끝난 후에는 기뻐서 흥분을 삭이지 못하거나 슬퍼서 가슴을 치며 펑펑 울게 된다고 한다. 그러니 연변축구는 우리에게 친인 같고 연인 같은 반가운 손님이고 들을수록 흥겨운 구성진 노래이고 흥분과 낭만으로 몸도 마음도 한껏 취하게 하는 독한 술인 것이다.

  이밖에도 이런 저런 이름을 더 지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여하튼 오늘 연변축구가 우리 조선족사회에 몰고오는 파장은 대단하다. 그 중에서도 민족의 자부심과 응집력을 키워주는 등 연변축구는 우리 민족사회에 아주 유익한 일을 하고 있고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변축구가 있어 우리 민족이 살고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자발적으로 동시에 응원을 펼치는 '중국 조선족식' 새로운 스포츠문화도 만들어가고 있다.

  참으로 보기 좋아도 너무 좋다. 이런 모습이 오래도록 지속되었으면 얼마나 좋으랴! 그러려면 연변축구가 오래도록 슈퍼리그를 지키고 있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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