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의 '국문(国门)'으로 불리는 베이징수도(首都)국제공항 전 사장이 도박에 빠져 하룻밤 사이에 수억원을 탕진하고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뇌물수수에 공금까지 횡령해 사형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산둥성(山东省) 인민검찰원은 공식 웨이신(微信, 중국판 카카오톡) 계정에 게재한 '국문(国门)의 거대 부패'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수도공항 직원에서부터 사장까지 승진하며 화제가 됐던 리페이잉(李培英, 사진)이 거대 부패로 인해 사형을 당하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1950년 허베이성(河北省) 광핑현(广平县)에서 태어난 리페이잉은 마을에서 어렸을 때부터 총명하고 성실하기로 유명했으며 민항학교에서 공부를 한 후 1972년 6월 수도공항에 입사해 능력을 인정받아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공항 내에서 최고의 실세로 인정받았다. 그런 그가 부패의 길로 접어든 것은 1989년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처음로 도박을 한 후 도박에 빠지면서부터이다.

검찰원은 "리페이잉은 도박에 빠지면서부터 마치 가면을 쓰고 양면의 삶을 사는 것처럼 행동했다"며 "사회적으로는 타인의 존경을 받는 국유기업의 고위급 관리라는 가면을 썼지만 가면을 벗은 후부터는 스스로를 통제 못하는 노름꾼처럼 행동했다"고 소개했다.

실례로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담당자에 따르면 리페이잉은 홍콩, 마카오 도박장에서 하루에 최대 수억원을 탕진했다. 담당자는 "리페이잉은 비행기를 타고 선전(深圳)까지 간 후 홍콩으로 이동해 도박장으로 직행하는 전용 헬리콥터를 타고 도박을 했다"며 "근무지에서 도박장까지는 3시간밖에 걸리지 않았으며 하루에 400만위안(7억2천만원)을 도박으로 날렸다"고 소개했다. 이어 "다음날 오전에 비행기를 타고 수도공항에 와서는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업무를 봤다"고 덧붙였다.

도박에 빠진 리 씨에게 있어 회사공금은 자신의 도박을 위한 판돈으로 유용됐다. 당시 수도공항 재무를 담당한 관계자는 "리페이잉이 8천250만위안(146억원)에 달하는 회사 자금을 (도박자금으로_ 가져가겠다고 해서 '이는 불법이며 이를 돌려주지 않으면 적자로 기록된다'고 지적하며 그를 말렸지만 사장은 '문제없으며 관여할 필요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리 씨의 이같은 부패 행위는 지난 2007년 1월 국가심계서(国家审计署)의 회계감사 과정에서 적발됐다. 당시 감사에서 리페이잉이 사장으로 취임한 후 4년간 6억위안(106억5천만원) 가량의 공금이 주식투자 명목으로 빠져나간 사실이 밝혀졌고 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리페이잉이 이 자금을 도박자금으로 유용한 사실도 밝혀냈다.

또한 뇌물로 2천661만위안(47억2천만원)을 수수하고 8천250만위안의 공금을 횡령한 사실도 조사에서 드러났다.

리페이잉은 지난 2007년 6월 수도공항 사장에서 면직됐고 산둥성 인민검찰원은 전문수사팀을 구성해 면밀한 수사를 진행한 후 2008년 12월 25일 리 씨를 정식으로 기소했다. 지난시(济南市) 중급인민법원은 2009년 2월 1심 판결에서 그에게 뇌물 및 공금횡령죄를 적용해 사형 판결을 내렸다. 리 씨는 항소를 제기했으나 같은해 7월 진행된 2심에서도 원심판결이 유지됐다. 산둥성 고급인민법원은 2009년 8월 7일, 리 씨의 사형을 집행했다. [온바오 박장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