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KBS 1박 2일, MBC 무한도전
잘 나가는 예능프로그램에는 ‘덤 앤 더머’가 꼭 있다.
‘덤 앤 더머’란 두 사람이 함께 어리숙하고 바보 같은 행동을 할 때 사용되는 말이며, 예능에서는 조금 모자란 부분에서 호흡이 잘 맞는 ‘콤비’ 격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같은 ‘덤 앤 더머’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심심찮게 발견되며 막강한 웃음을 유발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최근 떠오르는 ‘덤 앤 더머’로는 KBS ‘1박 2일’의 김승우와 김종민이 있다. 지난 13일 방송에서 두 사람은 의도치 않게 한 팀이 되면서 ‘덤 앤 더머’를 결성해 새로운 웃음코드를 유발했다. 완벽할 것 같은 외모와는 반대로 허술한 매력을 지닌 김승우와 원래 어벙하고 모자란 캐릭터였던 김종민이 한 팀으로 엮이면서 이들의 ‘모자람’은 무한한 시너지 효과를 냈다.
지도 한 장을 해석하지 못해 출발하지 못하거나 차키를 꽂지 않은 상태에서 차가 출발하지 않는다고 의아함을 표하는 이들의 모습은 누가 봐도 모자라지만 답답하거나 불쾌하지 않았다. 또 중요한 미션 수행을 앞두고 점심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귀엽기까지 했다.
‘1박 2일’에 앞서 이전부터 막강한 위치를 점령하고 있는 MBC ‘무한도전’ 속 박명수와 정준하는 흔히 ‘톰과 제리’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덤 앤 더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서로 잡아먹을 듯 싸우다가도 어느 순간 찰떡 호흡을 보이며 ‘불장난 댄스’를 보이거나, ‘피터와 조나단’이란 이름으로 전에 없던 애정표현을 하기도 한다. 이들이 바보처럼 싸우고 또 뒤 돌아서서 애정을 나누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즐겁고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이처럼 소위 ‘잘 나가는 예능’이라 불리는 프로그램에는 ‘덤 앤 더머’ 캐릭터가 무조건 등장한다. 앞서 SBS ‘패밀리가 떴다’, ‘런닝맨’ 등 숱한 프로그램에서 사용돼 고갈될 만도 한 웃음코드가 여전히 시청자들의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청자들은 완벽한 것보다는 허술함에 더욱 흥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덤 앤 더머’를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바보 캐릭터’는 아무나 가질 수 없다. 상황이 주어지지 않았을 때도 허당에 모자란 매력을 발산해야 한다. 특히 상황이 주어졌을 땐 그 안에서 캐릭터를 더욱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무조건 모르는 것은 보는 이들의 불쾌함을 유발하지만 ‘덤 앤 더머’들이 발산하는 모자람은 근원이 다르다. 또 이들에게서 가끔 고난도의 ‘두뇌’ 사용도 찾아볼 수 있으며 이들의 반전매력은 더없이 유쾌하고 즐겁다.
현재 파업에도 걱정 없는 ‘무한도전’과 달리, 시즌2로 옷을 갈아입은 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1박 2일’도 새롭게 등장한 웃음코드인 ‘덤 앤 더머’를 잘 활용한다면 하루 빨리 KBS 간판 예능으로서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임혜영 기자 idsoft3@reviewsta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