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명품 유통업체인 LVMH(루이뷔통·모에 헤네시) 매장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정갈한 유니폼 대신 ‘투쟁’이란 글씨가 적힌 빨간 조끼를 입었다. 이들은 “남들이 보면 공주처럼 일하는 줄 알겠지만 우리는 하루에 12시간씩 선 채로 근무하는 감정노동자”라며 회사 측에 단체협약 준수와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LVMH의 P&C(화장품·향수 부문)의 한국판매법인 건물 앞에 조합원 200여명이 모였다. 주로 20~30대 여성 조합원으로 전국 100여개 매장에서 근무하다 이날 하루 휴가를 내고 집회에 참가했다. 이들은 평소 크리스티앙디오르, 겔랑, 메이크업포에버 등 명품 화장품을 취급하고 있다.
전하영 노조위원장(37)은 지난 14일 사측과의 임금협상이 결렬된 뒤 임금인상과 인력충원을 요구했다.
전 위원장은 “일주일에 보통 50시간 이상을 서서 일하지만 1년차 기본급이 100만원 남짓”이라며 “하지정맥류는 물론 10명 가운데 1명이 유산을 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명품 매장에서 근무하면 처우도 명품인 줄 아는 사람들이 있지만 실상은 열악하다”고 덧붙였다.
조합원들 중에서는 극심한 감정노동 때문에 우울증을 앓는 직원도 있다고 했다. 전 위원장은 지난 2월 지하철에서 실수로 발을 찬 남성에게 욕설을 하고 폭력을 행사해 논란이 됐던 일명 ‘4호선 막말녀’도 자신의 고객 중 한명이라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한번 오면 서너 시간을 머물며 부당한 요구와 함께 욕을 한다”면서 “수십만원짜리 에센스 샘플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발라준 적도 있다”고 말했다.이번 집회는 프랑스인인 베르나르 아르노 LVMH그룹 회장(63)의 방한일정에 맞춘 것이다. 이들은 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했으며 18일에도 집회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