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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선물의 가치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6.08.15일 14:41
(연수) 김춘식

  (흑룡강신문=하얼빈) 매번 중국으로 돌아갈 때면 나와 안해는 선물을 마련하느라 부지런히 설친다. 그리고 나는 골머리도 앓는다. 비싼것은 돈이 엄청 들어가고 눅은것은 빛갈이 안나고, 그리고 사람마다 애호가 같지 않고…

  전번 중국으로 들어가기 전날, 나는 친구와 동료들에게 줄 선물을 사려고 명품할인점에 갔었다. 거기엔 때가 지난, 미처 팔지 못한 명표 상품들이 잔뜩 진렬되여 있었다. 기실 나는 평소 물건을 살 때 별로 상표를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필경 돈 벌러 나왔다 가는 명목이라 명표 상품을 고려하지 않을수 없다. 때로 선물은 물건뿐이 아니라 의의이기도 하다. 따라서 선물의 류동도 물건의 류동뿐이 아니라 인간관계의 류동이기도 하다. 하기에 명표 상품을 사서 선물로 주는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남에게 주는 선물은 근근이 물건인것이 아니라 의의이기때문이다. 사용가치의 각도에서 볼 때 로천시장에서 산 목도리와 이마트에서 산 명품목도리는 큰 구별이 없지만 ‘의의’의 각도에서 말하면 내가 명표 상품의 값을 치르는 그 시각부터 그 사람에 대한 나의 중시를 상징한다. 하여 나는 돈지갑, 목수건, 옷, 가방, 장식품, 신 등 ‘명표’들을 샀다. 그러면서 이제 이 선물들을 나누어줄 때의 정경을 그려보니 저도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안해는 내가 사온 선물들을 보더니 입을 짝 벌렸다. 왜 비싼것을 이렇게 많이 샀느냐 하는 뜻이다. 물론 그는 내가 이것들을 할인가격으로 산것을 모르고 있다. 그러면서 트렁크 하나를 들고 와서 나에게 열어보였다. 그녀가 따로 준비한 선물들인데 트렁크에 꽉 넘치게 많기도 했다. 안해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꺼내 보이면서 이건 누구한테 줄것이고 저건 누구한테 줄거라면서 내가 듣든 말든 구구이 설명했다. 손목시계, 양말, 크림, 앞치마, 김, 미역, 커피, 생강차, 사탕, 볼펜, 옷, 와이샤츠, 넥타이, 목걸이… 물론 어느 하나 비싼게 없다. 이게 바로 안해의 본성이다. 안해는 나와 달리 언제나 눅거리 선물을 산다. 그녀의 말을 빈다면 마음과 정성이 깃든 의미 있는 선물이야말로 참으로 소중하고 아름다운 선물이요, 이때의 선물의 가치는 그 상품가치를 퍽 초월하는바 또한 가까운 이들과는 그 가치를 따질수 없다 한다

  따져보면 전에도 안해가 명절선물로 남한데 주는 선물은 남의 기준으로 보면 선물 축에도 끼지 못할것들이 대부분이였다. 그래서 건빵, 건포도, 말린 버섯 , 앞치마, 양말, 와이셔츠, 넥타이, 헝겊신, 고운 머리 핀, 손수건, 장갑, 목도리 정도면 훌륭한 선물이었다. 게다다 아버지에게 줄 담배 한 보루와 술 두병, 어머니께 드릴 보약은 고급 선물이였다. 하긴 바로 이런 사랑의 마음이 담긴, 명절의 훈훈함이 가득한 선물이 받는 사람들의 가슴을 여미게 하였다

  스스로 우러나서 하는 선물, 겉치레가 아닌 속마음을 담아 정성껏 준비하는 선물은 이미 준비하는 과정부터가 받는 이를 위한 선물이 되는것이다. 그다지 화려하고 값비싼것이 아닐지라도 마음을 풍요롭게 하고 은은한 기쁨을 느끼게 하는 선물, 그것이 바로 훌륭한 선물이다

  살면서 많은 선물을 주고 받은것 같다. 그 선물중 어떤것은 기억에 남고 어떤것은 잊어버렸다. 또 어떤 선물들은 찬란한 기억의 광채속에서 지금도 빛나고 있다. 마음속 깊은 망각의 강물을 지나 마치 현재처럼 생생하게 출렁이는 기억을 다시 가져다주는 아름다운 선물들, 나도 그런 선물을 받은 기억이 있다.

  전에 교사절날이면 아침부터 애들의 선물이 들어온다. 혹은 꽃묶음 혹은 만년필 한자루, 혹은 정교하게 포장한 넥타이. 애들 저마다 다른 선물들을 마련해 전해온다. 비록 값진것은 아니지만 그 선물을 받는 순간 마음이 몹시 설레인다. 이는 돈으로 따질수 없는 값진 선물이다. 이것은 사랑의 상징이요 존경의 상징이요 믿음의 상징이다. 평안절이면 수업시간마다 곱게 포장한 사과 한알이 교탁에 놓이는데 역시 감동을 금할수 없다.

  나는 겨울만 되면 곧잘 손이 턴다. 그것을 알고 한 제자는 핸드크림 하나를 곱게 포장해서 내 사무상에 가져다 놓았는데 그 선물은 참으로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그해 겨울 나는 이 핸드크림을 손에 바르며 추위로부터 손을 보호할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어떤 선물은 비록 돈으로 따지면 보잘것 없지만 누군가가 나를 잊지 않고 있다는것,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축복받고 있다는 느낌으로 그토록 나를 행복하게 했고 내 마음의 구석구석에 뜨거운 난류가 굽이치게 하였다.

  “어때? 내가 산 선물들?” 안해의 자랑섞인 물음이다.

  “잘 샀어. 선물감 사는데는 역시 자기가 나보다 퍽 나아” 가식없는 나의 칭찬이다.

  따뜻한 마음,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좋은 선물, 그것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감동시키기에는 너무나 충분하다. 그때의 작은 선물은 단순히 물건 값 아닌 그 이상의 의미 있는 무게로 받는 이의 마음에 다가오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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