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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못 견디게 슬픈 《엄마》라는 이름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6.08.24일 10:18
한국가수 나훈아씨는 노래 《홍시》에서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고 하였다.

나훈아씨가 홍시가 열리는 날이 엄마생각에 눈물 나는 날이라면 나도 엄마생각이 모질게 나는 날이 따로 있다. 한해중에 눈이 내리는 겨울, 산과 들이 하얗게 소복단장을 하는 세밑이 오면 엄마생각을 많이 한다. 그것은 엄마가 눈이 배꽃처럼 하얗게 내리는 섣달중순을 넘어 생전에 손수 마련하신 하얀 옷을 입으시고 하늘나라로 가셨기때문이다.

자식치고 어느 누가 아니 그러하랴만 나도 울 엄마생각을 하면 코등이 찡해나고 눈물이 핑 도는것을 어쩔수 없다.

엄마생각을 하면 떠오르는것은 팔순이 넘은 로모의 왜소하고 수척한 모습이다. 성성한 백발과 밭고랑 같은 주름살, 기윽자로 굽은 허리와 나무껍질처럼 거칠어진 손발… 이것은 그려보기조차 안스러운 엄마 생전의 마지막 모습이였다.

엄마는 생전에 하얀 옥양목저고리를 몹시 아끼시였고 또 즐겨 입으시였다. 엄마의 하얀 저고리는 하얗게 회칠한 우리 집 바람벽이였고 초가지붕에 피여난 하얀 박꽃이였으며 장독대를 쓰다듬는 하얀 달빛이였고 추운 겨울을 감싸주는 하얀 눈발이였다.

엄마는 마지막길도 하얀 저고리를 입으시고 하얀 외씨버선을 신으시고 눈꽃이 하얗게 날리는 꽃길을 가시였다.

평생을 가난과 싸우면서 살아오신 엄마는 당신 한몸을 운신하기도 힘든 꼬부랑할머니로 되였음에도 다 큰 자식을 두고 내내 시름을 놓지 못하시였다.

내가 밖에 나갔다가 밤늦게 돌아오는 날이면 마치 물가에 나간 어린것을 기다리듯이 잠을 이루지 못하신 엄마, 내가 출장가는 날이면 4층 베란다에 나오시여 백발을 날리시며 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시던 엄마, 손녀가 사다준 보건품을 며느리 모르게 가만히 나를 먹으라고 주시던 엄마.

엄마는 이처럼 아무런 대가도 바람이 없이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자식을 위해 무엇인가를 더 주지 못해 안타까와하시였다.

《엄마》라는 이름앞에서 나는 어쩔수 없는 젖먹이였다. 나이 70을 넘긴 지금도 《엄마》라는 이름을 부르면 나는 금시 입에서 젖내가 몰몰 나는 아이로 되고만다.

엄마는 《엄마》라는 숙명적인 이름으로 나에게 생명의 피와 살과 뼈를 주시였고 엄마는 《엄마》라는 특정적인 이름으로 나에게 사랑의 빛과 열과 향을 주시였다.

《엄마》라는 이 부르기 쉬운 이름은, 내가 세상에 태여나 제일 먼저 배운 이 이름은 불가항력의 모성과 지고무상의 사랑과 그리고 헌신 일체의 희생정신으로 농축된 가장 아름답고 간결한 이름이였다.

하건만 풍운의 세상에서 엄마를 잃고서야 비로소 엄마의 소중함을 깨닫는 이 불초한 자식은 이제 와서 드릴것이란 류행가의 가사처럼 소리없이 흘러내리는 눈물밖에 없다.

이 세상 소풍을 마치고 떠나가는 그날까지 평생을 누구하고 큰소리 한번 친적이 없고 남보다 더 가지려고 욕심을 부린적이 없고 남에게 해코지한적이 없이 그토록 선량하고 깨끗한 마음과 불 땐 가마목처럼 따뜻한 가슴 그리고 사슴의 눈처럼 어진 눈으로 고달픈 세상을 조용히 사시다 가신 나의 엄마!

엄마가 이 세상을 영영 떠나가시던 날, 나는 엄마의 마지막 재산이였던 화투와 단추주머니까지 다 보내드리면서 인두 하나를 남겨두었다. 그것은 엄마의 시집살이와 함께 70년을 살아온 옛날 인두였다. 전기다리미가 없던 세월, 엄마는 이 인두로 옷의 혼솔기를 바로잡아주시였고 이 인두로 식솔들의 마음의 구김살까지 펴주시였다. 그리하여 나는 가끔 이 유물을 꺼내보면서 《엄마》라는 이름을 불러본다.

엄마를 보내고나서 나는 껍데기만 남은채 처마끝바람에 흔들리는 거미를 보면서 엄마생각을 하였고 논고물에 떠내려가는 속이 텅 빈 우렁이를 보면서 울 엄마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엄마란 해달이 뜨고 지는 저 창망한 하늘아래에서 가장 자애롭고 가장 따스하고 가장 아름답고 가장 위대하고 가장 거룩한 이름인 동시에 풍진세파에 울고 웃는, 인간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고생과 괴로움과 아픔과 설음이 많은 너무나 슬픈 이름이기도 하다.

그러할진대 어찌 《엄마》라는 이름앞에서 옷깃을 여미지 않을수 있으며 《엄마》라는 이름앞에서 머리를 숙이지 않을수 있으며 《엄마》라는 이름앞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수 있을것인가?!

해마다 겨울이 오고 눈이 내리고 세밑이 다가올것이고 그때마다 나는 코끝이 찡하게, 눈물이 핑― 돌게 엄마생각을 할것이다.

아, 나를 울리는, 못 견디게 슬픈 《엄마》라는 이름이여!


/김동진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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