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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시와 아카시아가 같은 나무? 모르면 대답을 말지

[기타] | 발행시간: 2012.05.28일 10:12
5월 하순 어느 아침 한국방송 라디오의 메인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와 화제’를 듣다 황당했던 경험입니다.

‘앵커’라고 부르는 진행자가 뉴스를 보도하고 있는 기자에게 묻습니다. “김 기자가 말하는 아까시 꽃이 흔히 말하는 아카시아를 말하는 겁니까?” 그러자 ‘김 기자’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자신 없는 목소리였지요. “아, 예 예...”

우리 시민들 중 상당수는 이렇게 해서 국영방송인 KBS의 잘못된 보도(報道)를 통해 아까시와 아카시아가 같은 나무인 것으로 잘못 알게 됐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식물은 다릅니다. 이 과정에서 청취자의 한 사람으로 이런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벌어지는 현상을 취재하여 보도한 중요한 기사입니다. 예전에는 봄에 피는 꽃이 위도(緯度)에 따라 피는 시기가 달랐습니다. 남부지방은 좀 일찍 피고, 그 개화(開花)는 차츰 북쪽으로 올라오는 것이 상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보도에 따르면 요즘엔 중부 남부, 지방 구분 없이 한꺼번에 꽃이 피어 혼란스럽답니다. 또 꽃이 피는 기간도 절반 정도로 짧아져 벌을 키워 꿀을 얻는 양봉(養蜂)농민들이 어려움을 겪는답니다. 자연 현상의 이런 변화는 ‘빙산의 일각(一角)’처럼 그 안에 엄청난 뜻을 품습니다. 재앙(災殃)의 징조(徵兆)지요. 사례(事例)로 등장한 나무가 아까시입니다.

어투(語套)로 보아 진행자는 아까시와 아카시아를 같은 나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뉴스 중간에도 “그 아까시가 아카시아를 말하는 거지요?”하고 확인하듯 물었습니다. ‘김 기자’는 그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이미 준비했던 원고만 읽었습니다. “아, 예 예...” 사태(?)는 뉴스 끝 무렵 같은 내용의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지요.

느낌만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입니다만, 기자로 또 편집자로서의 경험으로는 ‘김 기자’가 아까시와 아카시아가 ‘같은 나무인지, 아닌지’에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아마 독자들께서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도 그럴 개연성(蓋然性)이 큽니다. 하긴, 일부 사전들조차도 헷갈리게 풀이하고 있는 이름이기는 하지요.

허나 비슷한 이름 때문에 대부분 궁금해 할 사항에 대해 기자가 관심조차 안 가진 것입니다. 기자는, 고객인 시민 대신 궁금해 하고 질문하는 사람입니다. ‘김 기자'는 이 부분이 궁금하지 않았을까 하는 궁금증을 이 필자는 또한 숨길 수 없습니다. 보도자료 대로, 취재원이 말하는 대로 읽는(쓰는) 기사에 신뢰가 가지 않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입니다.

우리 주위에 흔한 그 나무가 ‘아까시’(Locust)입니다. 5~6월에 향기 짙은 꽃이 피는 북아메리카 원산, 잎 지는 나무 즉 낙엽수(落葉樹)지요. 대개 ‘아카시아’로 알고, 문학작품에서까지 그렇게 묘사합니다. ‘가짜 아카시아’(False Acacia)라고도 하지요. 그래서 이런 혼선이 빚어진 것일 수도 있겠군요. locust(로커스트)는 곤충 메뚜기를 이르는 이름이기도 합니다.

아카시아는 오스트레일리아를 중심으로 열대와 온대지역에 분포하는 상록수(常綠樹) 즉 늘 푸른 나무입니다.

이제까지 그렇게 쓰고, 모두들(대부분) 그렇게 쓰니, 그냥 그렇게 쓰자고요? 그럴까요? 에이, 농담이시지요? 몰랐을 때는 그랬지만, 어찌 알고도 그렇게 쓰겠어요?

시민들 중 상당수는 이미 이 두 나무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압니다. 뉴스를 들으며 실소(失笑)한 분들도 계셨겠습니다. 필자는 ‘기자가 함부로 저런 망발을 하다니’하는 마음에 겁부터 났습니다. 요즘 이런 일 많지요. 전문가의 식견을 가진 시민도 많고, 기자(언론인)의 영역을 환히 내다보는 전문가도 많습니다. 전 분야에 걸쳐서요, 정치나 사회 분야도.

기자 직함(職銜)이나 회사의 타이틀은 결코 방패가 되지 않습니다. 진지한 공부와 함께 한 획(劃), 한 점(點)에도 살얼음 딛듯 주의와 확인을 잊지 않는 기자(작가)정신을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작은 일이니 그냥 지나가자고요? 코미디 같았던 “아, 예 예...” 사태(?)는 어떤 형태로든 그날의 청취자들과 그 방송이 자신의 ‘애청자’(愛聽者)라고 내세우는 시민들에게 정정(訂正)해야 할 것입니다. 뉴스를 대하는 마음도 함께 바로잡아야겠지요. 그것이 자신을 바로잡는 길이기도 합니다.

- 컬처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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