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으로 여권의 차기 대권 판세도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반기문 총장에 밀려 있던 여권 주자들이 일제히 쓴소리와 대안을 제시하며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배성준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예산 정국이 시작된 날 박근혜 대통령은 전격적으로 헌법 개정 추진을 발표하면서 정국의 주도권을 쥐는 듯 했지만,
[박근혜 / 대통령 (지난 24일) : 임기 내에 헌법 개정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 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해서 국민의 여망을 담은 개헌안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이 보도되면서 사정은 바뀌었습니다.
[박근혜 / 대통령(지난 25일) :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대통령의 사과로까지 이어진 '최순실 의혹'은 모든 정치적 이슈를 덮는 거대한 소용돌이를 불러왔습니다.
비판 여론이 들끓고 국정 중단 위기까지 거론되면서 새누리당 대권 잠룡들은 전면에 나서 대통령을 향한 날 선 비판을 마다치 않았습니다.
배신의 정치로 지목됐던 유승민 의원은 이번 의혹이 사실이라면 사상 초유의 국기 문란에 해당하는 국정 농단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했습니다.
이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진실을 규명하고 관련자를 처벌해야 한다며 엄정한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유승민 / 새누리당 의원 (지난 25일) : 사실이라면 이건 정말 나라가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국회에서는)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둘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여야가 이 문제에 대해 합의하기를 바랍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대통령의 리더십이 실종됐다고 규정하고 여야가 새로운 책임총리를 선출해 리더십 공백을 메워야 한다며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남경필 / 경기도지사 (지난 27일) : (여야가) 협치형 총리로 좋을지 합의해서 그 총리를 대통령께서 받고 임명해서 내각을 새로 짜고 이렇게 해 나가면…]
참담하다고 심경을 밝힌 김무성 전 대표는 국민께 죄송하다며 이번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통령 중심의 권력구조를 바꿔야 하고 먼저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무성 / 새누리당 前 대표(지난 27일) : 이번에는 피보다 진한 물이 국정을 농단했습니다. 국민 모두의 비극입니다. 이 비극이 계속되게 둘 것인지, 중단시켜야 되지 않겠습니까.]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원유철 전 원내대표도 대한민국이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며 최순실 사태를 방관하고 눈치 본 사람도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 성토했습니다.
[원유철 / 새누리당 前 원내대표(지난 27일) : 책임질 일 있다면 어떠한 책임도 감수해야 합니다. 국가 수사기관이 필요로 하는 모든 수사에도 성실히 임해야 할 것입니다.]
친박계의 지지를 받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측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입장 변화가 관측됩니다.
일단 반 총장 측은 한국에서 일어나는 정치 상황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 귀국 뒤 집권여당과 정권의 전면 쇄신을 요구하며 일정 기간 독자 노선을 걸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입니다.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이 초래한 국정 혼란 위기 속에 여권 내 차기 대선 잠룡들이 대안을 제시하며 전면에 나서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반기문 총장에 가려졌던 존재감이 부각되면서 여권 대권 레이스 판세에도 큰 변화의 조짐이 일 것으로 보입니다.
Y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