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美분담금 줄어들라 촉각
통상기구, 보호무역 예의주시
20일 출범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 지구적 문제에 앞장서 대응해 왔던 미국의 리더십 축소를 주장하면서 국제기구 지형에 일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가 분담금을 무기로 국제기구를 흔들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탈퇴 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또 미국이 한발 물러서는 대신 동맹을 이용해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을 유지하려 할 경우, 한국도 이전보다 더 많은 역할을 주문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신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제 통상·군축·인권·환경 분야의 국제기구들이 술렁거리고 있다. 트럼프는 유엔에서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내용의 결의안이 통과되자 “(대통령에 취임한) 1월 20일 이후 유엔의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공약이 현실화된다면 2011년 유네스코가 팔레스타인을 정회원으로 받아들였을 때처럼 미국이 분담금을 무기로 유엔을 흔드는 압력 행사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전체 유엔 경비 중 22.0%를 분담하고 있고, 한국의 몫은 2.03%에 불과하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이 분담금을 줄일 경우 다른 국가들도 추가 부담 여력이 없기 때문에, 유엔 자체의 파이가 줄어 국제기구의 영향력이 축소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유엔 내부적으로도 권력·자금 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이 뒤따르게 된다”고 내다봤다. 트럼프가 국제기구 기여도를 줄여 나가면서 한편으로 일본과 한국 등 동맹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세계무역기구(WTO) 등 통상 관련 국제기구들도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내비친 트럼프 정부 출범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미 트럼프는 ‘경제 분야의 유엔’이라고 할 수 있는 WTO 체제에 불신을 드러내며 최악에는 탈퇴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로 형성됐던 자유무역 질서와 이에 근간을 둔 세계 경제의 안정이 트럼프의 변심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들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트럼프는 이달 4일 발효된 유엔 기후변화협약인 ‘파리 협약’의 폐기도 주장하고 있어 다른 환경 관련 기구들에도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멕시코 이민자를 강간범으로 비하했던 트럼프는 국제 인권기구들에 대해서도 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트럼프의 이 같은 언행이 ‘협상용’이라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지만 종착역이 어디가 될지는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출처: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