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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0만원 줘도 그 일은 못하겠네"

[기타] | 발행시간: 2012.06.07일 05:17

지난 5일 오전 전남 무안군 운남면 들녘. 자신의 마늘밭에서 딸과 함께 수확작업을 하던 박영순(67)씨는 마늘을 뽑다 말고 바닥에 주저 앉아 연방 한숨을 토해냈다. "일손을 구할 수가 없어서 정말 미쳐 블겄소. 인자는 (마늘)농사 못 지어 묵겄소." 옆에서 묵묵히 마늘을 캐던 한 중년 여성을 가리키던 박씨는 "사람이 하도 없어서 도시에 나가 사는 딸까지 불러들였소"라며 "내년엔, 돈도 안 되는 마늘농사 접어블라요"라고 하소연했다.

국내 대표적인 마늘 주산지인 전남 무안 들녘이 농민들의 한숨소리로 넘쳐나고 있다. 마늘 수확철인데도 일할 사람 구하기가 힘들어 수확을 못할 지경인 데다 마늘값마저 폭락 조짐을 보이면서 재배농민들의 몸과 마음은 잔뜩 움츠러들고 있었다. 6일 오전 영농 인력시장이 형성된 무안읍 불무공원에는 100m 가까운 긴 줄이 섰다. 모두가 일당 8만~9만원의 양파 수확작업 현장에 배정받으려는 인부들이었다. 그러나 일당이 12만~13만원인 마늘 수확작업을 신청한 지원자들은 거의 없었다. 양파에 비해 마늘 캐기 작업이 고되고 힘들기 때문이다. 무안 지역에서 재배되는 마늘의 20~30%를 차지하는 스페인산 마늘의 경우 뿌리가 일반 품종에 비해 2배가 길어 이를 뽑는 게 쉽지 않다. 양파밭 배정을 기다리고 있던 김미순(63)씨는 "작년에 마늘작업 나갔다가 손톱만 3개가 빠져 여름 내내 고생만 했다"며 "일당 100만원을 준다고 해도 마늘 캐기는 절대로 안 할 것"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이처럼 영농 인력들의 마늘 수확작업 기피 현상이 심해지면서 마늘 농사를 포기하는 농민들이 늘고 있다. 실제 2000년 3,400㏊에 달하던 무안 지역 마늘 재배면적이 올해는 896㏊로 줄었다. 12년새 무려 2,504㏊(73.6%)의 마늘밭이 사라진 것이다.

무안군 관계자는 "마늘 재배농민들이 2만~3만원의 웃돈을 주고도 인력을 구하지 못해 농사를 다 지어 놓고도 수확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고령화한 농민들의 마늘농사 포기가 늘면서 무안산 마늘을 찾아 보기 어려워 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양파에 비해 낮게 형성된 마늘의 산지 거래 가격도 농민들의 마늘농사 포기로 이어지고 있다. 양파의 경우 올해 이상기후 등으로 인한 작황 부진으로 지난해 ㎏ 당 455원하던 가격이 올해에는 1,008원으로 치솟았다.

그러나 마늘의 밭떼기 가격은 3.3㎡(1평)당 1만2,000원대로 지난해와 비슷한데다 거래조차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농정 당국이 올해 전국적으로 마늘 생산량이 늘어나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아 농민들의 근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마늘 생산을 위한 영농 기계화율이 극히 저조한 것도 무안마늘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꼽힌다. 무안농협 관계자는 "마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는 부분은 인건비 뿐"이라며 "마늘은 아직도 기계화율이 떨어지다 보니 수확작업 대부분을 인력에 의존하고, 12만원대의 인건비는 경쟁력 저하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무안군은 이에 따라 농민들이 특정작목의 과잉생산에 따른 위험 분산을 위해 마늘과 양파를 윤작하도록 유도하고 마늘 재배 면적 전체에 대한 기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농번기철 인력난을 해결하고 주산작목의 생산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는 마늘 농작업을 기계화하는 게 선결 요건이다"며 "마늘 기계화가 이뤄질 경우 매년 10여억원의 생산비 절감과 고질적인 농촌인력 문제를 해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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