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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판장이 몸 비비며…” 선원 고백 충격

[기타] | 발행시간: 2012.06.14일 11:13
ㆍ인도네시아인 선원들, 원양어선 인권침해 고발

지난해 6월20일 새벽 5시쯤. 뉴질랜드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조업하던 ‘오양 75호’가 항구에 정박하자 인도네시아인 선원 32명이 탈출했다. 선원들은 “더 이상 한국인 선원들의 폭력과 임금 체불을 견딜 수 없었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지난 2월 사조오양 소속 원양어선인 오양 75호에서 이뤄진 인권침해 및 노동착취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후 이 문제는 국제적인 관심사가 됐다.

이 배에 타고 있다 탈출한 인도네시아인 스키토(29)와 시소로(37)가 지난 8일 한국을 찾았다. 한국 사회에 이 문제를 알리고 사조오양 측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하기 위해서다.13일 서울 필운동 국제민주연대 사무실에서 기자가 두 사람을 만나 당시 상황을 들어봤다.

▲ 휴일 없고 임금 체불도

정부 뒤늦게 현장조사

사조오양 측 ‘나 몰라라’

시소로는 2010년 11월24일 스페인 비고에서 오양 75호에 올랐다. 그는 “친구가 인력소개소에 이름을 알려줘서 일자리를 얻게 됐다”고 했다. 시소로는 인력소개소에 250만루피아(약 31만원)와 함께 토지 문서를 담보로 냈다. 계약서상 임금은 월 350달러(약 40만원)였다. 처음 두 달치 월급은 소개소에서 소개비로 가져갔다고 한다.

스키토도 인력소개소를 통해 지난해 1월29일 뉴질랜드 EEZ에 있던 오양 75호에 합류했다. 스키토는 “일자리가 필요했고 경험도 쌓고 싶었다”고 말했다. 스키토는 담보물이 없어 초기 소개비로 400만루피아를 내야 했다. 이 때 진 빚 때문에 4개월째 월급까지 인력소개소에서 가져갔다. 스키토의 월급은 250달러였다.

급여는 인도네시아의 인력소개소로 보내졌다. 현지 가족들은 소개소에서 수수료를 뗀 나머지 액수를 받아갔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사무직 노동자의 월급이 20만~30만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돈을 벌기 위해 나간 바다에서의 생활은 가혹했다.

이들은 “한국인 선원들은 인도네시아인 선원들을 성추행하고 이유 없이 때렸다”고 했다. 스키토는 “2011년 6월10일 오후 8시쯤 물고기 처리작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갑판장이 나타나 성기를 내 신체에 비볐다”고 말했다. 시소로도 비슷한 경험을 당했다고 말했다. 일을 하던 중 뒤통수를 물고기로 맞거나 장갑으로 얼굴을 맞는 등 일상적인 구타가 이뤄졌다고 했다.

일부 선원들은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이들은 하루 18시간 가까이 일했다. 오전 6시에 일어나 10~20분간의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밤 12시까지 일을 했다. 이틀간 한숨도 못 잔 경우도 있었다. 휴일은 단 하루도 없었다.

식사량은 늘 부족했다. 식사는 인도네시아인 요리사가 있었지만 쇠고기수프, 닭고깃국, 김치 등 거의 대부분이 한국식이었다. 새우국을 끓여도 새우 몸통은 한국인들이 먹고, 인도네시아인 선원들에게는 새우 머리만 들어간 국을 줬다.

스키토는 “내가 일을 시작한 지 몇 달 뒤 한국인 선원들의 폭력이 너무 심해 선원들끼리 ‘나가자’고 이야기를 했다”며 “어디로 사라지거나 도망가는 게 아니라 배를 벗어나 도움을 요청하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탈출 사실이 뉴질랜드 언론에 알려지면서 한국에도 소개됐다.

한국의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10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오양 75호 선원들이 성추행을 당했다”며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지난 4월 “목격자와 피해자의 진술이 다르다”는 이유로 진정을 기각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지난 5월 “원양어선에서 외국인 선원에게 이뤄지는 인권침해에 대한 보호대책이 시급하다”고 권고했다. 폭력행위 외에 성추행 건은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정부는 뒤늦게 현장조사팀을 꾸렸다. 국토해양부와 외교통상부 고위공무원을 공동단장으로 하는 정부합동조사단은 지난 5월27일~6월2일 현장조사를 한 결과 “한국인 선원 4명의 폭력 혐의를 확인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일부 업체의 경우 선원법상 지급하게 돼 있는 퇴직금과 유급휴가를 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근로계약에 따른 임금 지급 여부에 대해서는 선사와 선원들 간 주장에 현격한 차이가 있어 추가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뉴질랜드 규정에 따르면 선사는 외국인 선원들에게 월 약 2100달러를 최저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일부 선원들은 이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업체는 “정상적으로 지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사조오양 측은 이들의 비판이나 요구에 침묵해왔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처장은 “인도네시아 선원들이 한국에 온 뒤 사조오양 측에 면담요청을 했지만 13일 회사 변호사가 처음으로 답변을 해줬다”며 “그쪽에선 ‘선원들과 사측의 입장차가 크다는 것은 사실이다. 원만한 해결을 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스키토와 시소로는 지난 12일 인천해양경찰청을 방문해 폭행 및 임금을 체불한 사조오양을 고소했다.

스키토는 “사조오양 측은 무엇보다 인권침해나 잘못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정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말한 건 모두 사실입니다”라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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