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AFPBBNews=뉴스1
영국과 독일이 새 방위협력협정을 추진한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새 협정을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협상에서 보다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내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할 참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흔들기에 맞서려면 EU 안보를 위한 영국의 지원이 절실하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국방부와 독일 국방부는 '미래 협력에 대한 공동 비전 성명'을 위한 논의를 벌이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이에 대해 "브렉시트와 무관하게 영국과 나토는 서로 강력한 파트너이자 동맹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새 협정에는 사이버안보, 군사훈련, 해상경비 등 포괄적인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당장 영국의 신형 기동헬기인 '와일드캣'이 연내에 지중해에 배치된 독일 구축함을 통해 작전을 수행할 예정이다.
마이클 팰런 영국 국방장관은 영국이 유럽 안보를 책임진 나토의 동맹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미 몇몇 EU 국가들과 군사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를 벌였다.
메르켈 총리도 유럽의 안보를 강화하는 데 영국의 역할이 필요하고 이는 다른 EU 회원국에도 이익이 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브렉시트 이후에도 영국이 군사 등 일부 부문에서 유럽과 협력을 확대할 수 있음을 내비친 바 있다.
더욱이 독일은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EU 안보 부담이 커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나토에 대한 독일 등 EU의 분담금이 적다고 불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며 등을 돌리면 독일의 안보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17일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에서 국방비 증액 방침을 재확인했지만 트럼프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메르켈 총리는 나토 지침에 따라 국방비를 GDP(국내총생산)의 1.2%에서 2%로 늘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회담 뒤 자신의 트위터에 "독일이 나토에 큰 돈을 빚지고 있다"며 "미국은 독일에 제공하는 강력하고 매우 비싼 방어에 대해 돈을 더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FT는 독일이 영국이나 프랑스에 비해 군사력은 미약하지만 영국의 EU 탈퇴가 임박하고 미국이 해외군사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독일의 정치적 상징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영국과 독일은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며 동유럽에서 공동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영국은 그동안 에스토니아에서 나토군을 주도했고 독일은 리투아니아에서 나토를 이끌었다. 라트비아와 폴란드에서는 캐나다와 미국이 영국, 독일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영국과 독일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역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IS(이슬람국가)를 공동의 적으로 놓고 싸우고 있다.
김신회 기자 rask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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