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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레-마라도나 잇는 신의 선물, 스페인

[기타] | 발행시간: 2012.06.16일 00:00

[스포탈코리아=그단스크(폴란드)] 행운(幸運)이란 말을 쓴다. 일확천금 로또 당첨부터 천생연분과의 만남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스페인과 아일랜드의 경기 취재를 위해 그단스크행(行) 기차를 탔다. 바르샤바 중앙역에서 5시간 반이 걸린다. 인간의 심리는 교활하다. KTX가 달린 지 얼마나 되었다고 폴란드 기차가 너무 느리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번 여정은 즐거웠다. 카를로스 할아버지 덕분이었다.

환갑을 넘긴 스페인 어르신은 1970년부터 모든 월드컵과 코파 아메리카를 현장 관전하셨단다. 신기한 마음에 “펠레 뛰는 걸 직접 보셨다는 소리시네요?”라고 여쭸다. 할아버지는 “그렇고 말고. 그때 펠레는 정말 대단했어. 펠레가 나오면 여자들이 소리 지르며 흥분했지”라며 42년 전 기억을 떠올렸다. 1986년 디에고 마라도나가 손으로 한 골, 하프라인에서 뛰기 시작해서 한 골을 넣었던 잉글랜드 경기도 직접 경기장에서 봤다고 말씀하셨다. “잉글랜드를 상대로 그런 골을 넣다니 정말 믿을 수가 없어”라며 흥분하셨다.

펠레냐 마라도나냐? 지금도 뜨거운 논쟁을 부르는 화두다. 사람들은 두 영웅에 대해서 신나게 떠든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축구 매니아는 구체적 근거로 남미의 쌍벽을 비교한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지식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아는 척한다. 하지만 펠레의 플레이를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운 좋게 일찍 태어난 덕에 다행히 필자는 마라도나의 경기를 TV 생중계로 볼 수 있었다. 플레이를 직접 본 것은 잠실종합운동장에서가 유일하다. 이미 배가 나온 마라도나였다. 그러면서도 역사 속 영웅을 ‘감히’ 말한다. 몇 안 되는 동영상 자료만 보고 말이다. 직접 본 적이 없는 선수, 팀, 전술에 대해서 떠드는 일종의 기만을 저지른다. 시간을 거꾸로 돌리지 않는 한, 지금 세대의 축구 팬들은 영원히 펠레와 마라도나의 아름다웠던 플레이를 직접 볼 수가 없다.

14일 폴란드 북쪽 끝 도시 그단스크에서 스페인-아일랜드 경기를 취재했다. 첫 경기에선 ‘미래의 전술’이라는 제로 톱(스트라이커가 없는 전술, 4-6-0)을 목격했다. 이날은 미래와 현재를 넘나드는 전술 변화로 네 골을 퍼붓는 스페인을 봤다. 천상(天上)의 11인 앞에서 인간들로 구성된 팀이 얼마나 무력한지 관찰했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세 명의 수비수와 골키퍼를 앞에 두고 너무나 간단히 골을 ‘톡’ 넣는 다비드 실바의 끝 모를 침착함도 구경했다. 참패 당한 전사들을 위한 아일랜드 팬들의 감동적인 합창도 직접 느꼈다. 축구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호사였다.

스페인 대표팀은 역사적이다. 현대 축구가 정립된 19세기말부터 지금까지 지구상에 존재했던 모든 팀을 통틀어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들만하다. 어떤 이는 1970년 브라질 대표팀과 동일 선상으로 보기도 한다. 유로2008과 2010 FIFA월드컵을 연속 제패했다. 단순히 ‘굿 팀’이 아니라 ‘베스트 팀’이기에 가능했다. K리그의 이동국과 김병지처럼 일상 자체가 역사다. 바르셀로나도 마찬가지다. 펩 과르디올라 체제에서 바르셀로나는 시즌 6관왕을 달성했다. 유럽을 두 번 제패했다. 두 번 모두 상대를 압도했다. 돈의 개입으로 과열된 21세기 경쟁 판도에서 그런 독주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라리가에선 레알 마드리드를 3년 연속 밀어냈다. 라리가 4연패와 UEFA챔피언스리그 우승의 크루이프호(號)는 ‘드림팀’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내용상 지금의 바르셀로나가 드림팀에 앞선다.

차비 에르난데스와 안드레아 이니에스타가 두 팀을 모두 지탱한다. 기량과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농구선수가 손으로 농구공을 다루듯 이들은 인간의 두뇌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있는 발로 축구공을 컨트롤한다. 아일랜드전에서 이니에스타는 전반전 페널티박스 안에서 바깥으로 나가는 볼을 처리했다. 공중에 살짝 뜬 상태에서 반대방향으로 들어가는 동료에게 볼을 발뒤꿈치로 연결시켰다. 우주인의 무중력 유영처럼 보였다. 상식을 거부하는 창의력과 테크닉이다. 차비도 마찬가지다. 경기 내내 환상적인 패스를 선보였다. 끝에서 끝으로 날아가는 롱패스가 발 앞에 정확히 떨어졌다. 특정 포지션 없이 상대를 꼼짝 못하게 하는 창의력과 순간 판단이다.

축구의 신은 공평하다. 펠레와 마라도나를 회수했지만 메시, 차비, 이니에스타와 위대한 두 팀을 선물했다. 지금의 스페인은 위대한 역사다. 재현이 쉽지 않은 결정적 사건이다. 스페인 대표팀을 보며 열광하는 우리도 역사의 동참자인 셈이다. 이들 플레이를 직접 본 분들도 계실 것이다. 대단한 자랑거리다. 우리가 있는 곳은 유럽이 아닌 탓에 대부분 작은 TV화면에 만족해야 한다. 하지만 몇 년 후면 이들도 과거 속으로 사라진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카를로스 할아버지가 된다. 당당히 30년, 50년 후의 젊은이들 앞에서 스페인 대표팀의 위대함을 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펠레와 마라도나를 놓쳤다. 그러나 우리 역시 축구 역사 속 대단한 행운을 즐기고 있다. 지금 이 순간.

- sportal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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