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의 아버지'로 불리는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의 장례식이 1일(현지 시각)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의회에서 '유럽연합장(葬)'으로 엄수됐다. 유럽연합 차원에서 장례를 치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콜 전 총리는 지난 16일 루트비히스하펜 자택에서 별세했다.
이날 장례식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후안 카를로스 전 스페인 국왕 등 유럽의 전·현직 정상을 포함해 전 세계 주요 인사 8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콜 전 총리의 관은 유럽연합(EU) 깃발로 덮였고, 그 앞에 독일과 EU, 콜의 둘째 부인인 마이케 명의의 조화가 나란히 놓였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추도사에서 "콜 전 총리는 남들이 주저할 때 독일의 통일을 위해 앞장섰던 분"이라며 "그분이 없었더라면 나를 포함해 (독일 통일 이전) 베를린 장벽 뒤편에 살았던 수백만 명의 독일 주민들의 삶은 완전히 다른 길을 걸었을 것"이라고 했다. 동독 출신인 메르켈은 통독 이후 콜 전 총리에 의해 통일 내각의 여성청소년부 장관에 발탁되면서 중앙 정치 무대에 등장했다.
콜 전 총리는 독일 통일뿐만 아니라 유럽의 화해와 통합, 번영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재임 기간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지금의 유럽연합의 기틀을 만들었다. 1984년 9월 프랑스 베르됭 국립묘지에서 열린 제1차 세계대전 베르됭 전투 기념식 때 콜이 미테랑과 손을 잡는 장면은 양국이 전쟁의 상처에서 벗어나 화해하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기록됐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 세대에게 콜 전 총리는 이미 유럽 역사의 한 부분"이라면서 "그는 프랑스에 없어서는 안 될 동반자였고, 또 진정한 친구였다"고 했다.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도 "러시아는 콜 전 총리를 친구로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유럽연합장을 제안한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콜이 눈물을 보인 순간을 회고했다. 융커 위원장은 "EU가 동유럽 등에 문호를 개방하기로 결정한 날, 콜은 눈물 섞인 목소리로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날 중 하나'라고 말했다"면서 "그는 과거 독일이 피해를 줬던 다른 나라들을 (유럽이란 이름으로) 하나로 뭉치게 했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콜은 통일 독일뿐만 아니라 전후 세계 질서를 만들어낸 건축가였다"고 평가했다.
콜 전 총리 시신은 이날 유럽연합장 이후 라인강을 따라 그의 고향인 독일 슈파이어로 옮겨져 장례 미사를 치렀고, 초대 총리인 콘라트 아데나워의 이름을 딴 공원묘지에 안장됐다. 그의 관을 실은 배가 라인강을 따라 장지(葬地)로 향할 땐, 독일 국민 수천 명이 강변에 나와 그의 마지막 여정을 지켜봤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외신
출처: 료녕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