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 어린이집 대기자수가 실제 해당 연령대 아동수를 몇 배나 초과하는 등 이른바 ‘대기자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서 통계 왜곡 등으로 오히려 어린이집 신설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송파구 삼전동에 사는 김모(30) 씨는 최근 돌이 갓 지난 아이를 맡길 만한 어린이집을 찾다 대기자수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정원이 80명인 집 근처 공립 어린이집 대기자수가 무려 1500명이 넘는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인근 지역 아이들을 다 합치더라도 1000명이 채 안 넘을 것”이라며 “태아 때부터 어린이집에 가려고 등록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고 말했다.
18일 서울보육포털에 따르면 현재 서울 시내 676개 국공립 어린이집의 총 정원은 5만7062명인 데 비해 입학을 위해 대기 중인 인원은 8배가 넘는 46만7564명에 달한다. 현재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와 대기자를 합칠 경우 52만4626명으로 이는 서울시내 어린이집 입소 연령대(0~5세) 인구인 50만2605명보다 무려 2만2000여명이 많은 수치다. 특히 강남구의 경우 0~5세 인구가 2만5235명인 데 비해 대기자 수는 2배가 넘는 5만7810명에 달하는 실정이다. 경기 오산시도 0~5세 인구가 1만7881명인 데 비해 국공립 어린이집 대기자는 2만 명이 넘는 등 심각한 대기자 인플레이션 현상을 겪고 있다.
어린이집 대기자수가 실제 아동수보다 많은 것은 부모들이 상대적으로 보육비가 적게 들어가고 시설도 검증받은 국공립 어린이집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은 전체 어린이집의 5% 정도에 불과해 학부모들이 여러 어린이집에 중복 대기신청을 하거나 현재 어린이집에 다니더라도 시설이 더 나은 국공립 어린이집 대기자 자격을 유지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왜곡된 어린이집 대기자 수 때문에 지방자치단체 등은 어린이집 신설 등을 추진하는 데 오히려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서울의 한 구청 담당자는 “실제 대기자보다 최소 50배 이상 등록이 돼 있을 것”이라며 “허수 인원이 많아 정확한 수요 파악이 어려워 국공립 어린이집 신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