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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문물에 담긴 이야기(7) 농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9.03.28일 09:58
할머니가 농 속에 숨겨둔 보배

놀부가 탐냈다던 장농이 과거 조선족사회에서 안방을 화려하게 장식했다면 대신 농은 신분의 차이가 없이 보편적으로 사용되여오던 옷궤라고 할 수 있다. 농은 보통 쌍을 이루며 똑같은 농 두개를 포개여놓고 사용하기 때문에 일명 ‘농짝’이라고도 부른다.



크기는 대략 길이 80센치메터, 너비 40센치메터, 높이 50센치메터 좌우이며 앞면에는 웃쪽에 아래우로 여닫는 문짝 하나를 단 것도 있고 앞면 중간에 두쪽의 좌우로 여닫는 문을 단 것도 있다. 앞면은 백동이나 철편으로 장식하고 옻칠이나 들깨기름칠을 한다.

옛날 처녀가 시집갈 때에는 가정형편이 넉넉치 못한 집안이라도 농짝 한틀 쯤은 혼수품으로 마련하는 것이 기본, 그래서 녀자가 이 세상에 태여나면 아버지가 장래 딸이 시집갈 때 농짝을 만들 재목으로 쓰려고 집 앞에 나무를 심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진 속의 이 농은 1989년 8월 20일, 룡정조선족민속박물관 정규광선생이 룡정시 하서가에 있는 연변농업과학연구소 김성룡의 집에서 수집한 것으로 지금까지 보존 상태가 량호하다.

“할머니는 늘 온 집 식구가 깊이 잠든 한밤중에 농짝을 정리하군 하였습니다. 평소 연한 갈색을 띤 농에는 언제나 자물쇠가 떡 하니 잠겨져있었습니다. 저 농 속에는 도대체 무슨 보배가 들어있을가? 우리 형제들은 호기심 어린 눈길로 바라보면서 소곤대군 했습니다.”

길림성 서란현에 살고 있는 최혜숙녀사는 이렇게 할머니를 회억한다.

“할머니는 왜 낮에 농을 열지 않으세요? 밤에 농을 정리하면 재수없는 일이 생긴다던데요.”

최혜숙의 언니가 이렇게 억지를 부리면 할머니는 “너희들 같은 굶주린 새앙쥐가 눈독을 잔뜩 들이고 있는데 낮에 열면 물건이 남아나겠냐?”라고 웃으며 말씀하셨다.

“째지게 가난했던 지난 세기 70년대 할머니는 부조로 들어오는 옷감이라든지 술병 등 자질구레한 것들을 싹 정리하여 농 속에 넣어두고 자물쇠를 잠궜지요. 그렇게 평소 농은 언제나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가 새해가 다가오면 요술을 부리듯 할머니는 농 속에서 옷감을 꺼내주셨고 살림군 할머니 덕분에 우리 형제는 설빔을 해입고 즐거운 기분으로 설명절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최혜숙녀사는 생활은 비록 고달프고 가난했지만 마음만은 누구 못지 않게 풍요로왔던 그 시절 할머니의 신비로운 농이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고 가을날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처럼 남아있다고 감개가 무량해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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