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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네잎클로버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9.08.23일 14:24



리명희 (연길시동산소학교)

  (흑룡강신문=하얼빈)2010년 봄, 새 학기가 시작될 때 나는 새로운 학교에 전근되여 새 학급을 맡게 되였다.

  개학 첫날, 첫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린 지 한참 지났는데 두 학생의 자리가 비여있었다. 김지혁, 김지영 두 학생이 결석을 했던 것이였다. 전화를 걸어보니 없는 번호였다. 어찌 된 영문일가? 안절부절 못하는 나를 보더니 부반장 영미가 “선생님, 걔네들 아침밥을 지어먹고 오느라 늦어질 겁니다.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라고 위로해주는 것이였다. 과연 수업이 시작되여 얼마 안 지나 작은 기척소리와 함께 두 아이가 찬바람을 몰고 교실로 들어왔다. 갸름한 얼굴에 초롱초롱한 두눈이 유난히 인상적인 오누이 쌍둥이였다.

  “아침밥은 먹었어?”

  대답 대신 도리머리질…

  첫 수업이 끝난 후 교무실로 데리고 가서 도시락을 내밀었더니 게 눈 감추듯 먹어버리는 것이였다. 쌍둥이네 가정에 문제가 많겠다는 생각에 원 학급담임선생님한테 물어보았더니 어머니는 행방불명이고 아버지는 늘 외지에서 지내다보니 쌍둥이들 자체로 살림을 하면서 학교로 다닌다고 했다.

  오전수업이 끝나고 점심식사시간이 되자 애들은 곽밥을 먹느라고 야단법석이였다. 그런데 지혁이와 지영이만 조용히 제 자리에 앉아 밥 먹을 생각을 안했다.

  “김지혁, 김지영! 빨리 곽밥을 가져가세요. 점심밥 먹어야죠.”

  “선생님, 쟤네들 곽밥값을 내기 어려워서 도시락을 싸갖구 학교에 다녀요.”

  입빠른 영미가 말했다.

  “아침에 밥을 짓다가 갑자기 정전되는 바람에 도시락을 싸지 못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울컥해났다.

  “선생님, 저 이 밥 너무 많아서 다 못 먹겠어요.”

  “선생님, 저도…”

  애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빈 그릇을 얻어다 밥과 반찬을 모으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쌍둥이들 앞에 푸짐한 점심밥이 놓여졌다. 너무나도 착한 아이들 때문에 내 마음은 또 다시 울컥해났다. 친구들과 모여앉아 점심밥을 먹는 지혁이와 지영이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이 외로운 아이들을 따뜻한 사랑으로 품어주리라 생각했다.

  이튿날 아침, 나는 여느때보다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준비했다. 소고기졸임이며 멸치볶음, 그리고 갖가지 김치들을 싸가지고 출근했다. 쌍둥이들이 학교에 도착하자 나는 그들을 데리고 교무실로 향했다.

  “아침 먹었어?”

  아이들은 조용히 머리를 저었다. 나는 도시락을 쌍둥이들 앞에 내밀었다. 쌍둥이들은 김이 몰몰 나는 밥과 소고기볶음을 보고 미소를 짓더니 부리나케 먹어버리는 것이였다.

  “이 반찬들 집에 갖고 가서 먹어. 그리고 저녁밥은 꼭 해서 먹어야 해, 알았지?”

  이번에도 애들은 대답 대신 머리를 끄덕였다.

  애들은 점차 나한테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얼굴에는 늘 가벼운 미소가 떠날 줄 몰랐고 성격도 점차 밝고 활달해지기 시작했다. 반장인 지혁이는 매일 아침이면 남자애들을 조직하여 담당구역 청소를 말끔히 해놓는가 하면 교실에서 마사진 책걸상들도 든든하게 고쳐놓기도 하였다. 평소 집에서 살림을 도맡아했던 지영이는 누가 손댈 새 없이 반급청소도 말끔히 해놓군 하였다. 나는 쌍둥이들이 이대로 잘 커주기를 빌었다. 하지만 하늘은 무심했다. 찬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휴일날, 지영이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선생님, 흑… 흑…”

  “지영아, 웬 일이야?”

  “아… 아버지가 세상떴어요.”

  순간 머리가 뻥~해지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가 돌지 않았다.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택시를 잡아타고 연길로 향했다.

  ‘지혁아, 지영아, 조금만 기다려줘...’

  한시간이란 시간이 그토록 길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쌍둥이네 집에 도착하니 집구석에 쪼크리고 앉아 울고 있는 쌍둥들의 얼굴은 때물과 눈물로 얼룩져있었고 공포에 어린 두눈은 얼마나 울었는지 팅팅 부어있었다.

  장례식은 무사히 치러졌지만 아버지마저 돌아가시니 쌍둥이들은 의지가지할 데가 없게 되였다. 다행히 체육학교 리교장선생님께서 쌍둥이들을 받아주셨다. 그렇게 외교관이 꿈이던 지혁이는 씨름선수로, 화가가 꿈이던 지영이는 권투선수로 꿈이 바뀌게 되였다. 낯선 환경속에서 쌍둥이들은 점점 우울하고 신경질적인 아이로 변해갔다.

  어느 하루, 점심시간이였다. 교실에 들어서니 지영이가 아이들과 다투고 있었다. 영미의 휴대폰이 잃어졌는데 애들은 모두 지영이가 가져갔다고 하는 것이였다. 조용한 사무실로 데리고 가서 사실정황을 물었지만 지영이는 좀체로 입을 열지 않았다. 따뜻이 안아줬더니 지영이의 작은 어깨가 들먹이더니 그제야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천천히 꺼내놓는 것이였다.

  “가질 생각은 없었습니다. 모든 사람들한테 사랑받는 영미가 너무 얄미웠던 것 뿐입니다.”라고 사실데로 말하는 것이였다.

  “이번 일은 비밀로 지켜줄 테니 다시는 이런 일 없었으면 좋겠어… 약속할 수 있지?”

  지영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애들 몰래 휴대폰을 영미책가방 속에 넣었다.

  오후 2교시에 수업하려고 교실로 들어가보니 지영이의 자리가 비여있었다. 애들 말로는 1교시부터 없었다고 했다. 순간 가슴이 철렁해났다. 갈 만한 곳엔 다 전화해보았지만 어디에도 가지 않았다고 했다. 눈앞이 캄캄해났다.

  “선생님, 지영이가 어디 갔는지 알 것 같습니다. ”

  지혁이가 하는 말이였다. 나는 무작정 지혁이의 손을 잡고 밖으로 향했다. 그들이 원래 살던 세집에 도착해보니 지영이가 아빠의 사진을 품에 안고 서럽게 울고 있었다.

  “김지영, 정신 차려! 여긴 이젠 우리 집이 아니야!”

  울고 있는 지영이의 어깨를 잡고 마구 흔들어대며 지혁이가 소리질렀다.

  “지혁아, 난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 넌 안 보고 싶어?”

  쌍둥이는 서로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다. 내 가슴도 찢어지는듯이 아파났다.

  두 아이를 데리고 교실에 들어서니 여기저기서 걱정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애들의 진심어린 마음에 지영이는 눈물을 멈추었다.

  “지영아, 미안해. 휴대폰 내 가방 안에 있었어. 오해해서 미안해.” 영미가 먼저 지영이의 손을 잡아주었다.

  “선생님, 친구들, 정말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지영이는 그렇게 친구들 앞에서 굳게 약속했다.

  그후, 지영이는 더이상 큰 말썽을 부리지 않았고 열심히 훈련한 덕분에 적지 않은 성과를 따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소학교 생활이 끝나 쌍둥이들도 이젠 나의 곁을 떠나게 되였다. 떠나면서 지혁이가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는 것이였다.

  “선생님, 이건 제가 찾은 네잎클로버입니다. 갖고 다니면 행운이 찾아온답니다. 선생님이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네잎클로버를 품에 꼭 안았다. 눈앞이 흐려졌다. 떠나는 그들의 뒤모습을 오래도록 지켜보면서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돌이켜보느라니 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마냥 흘러내렸다.

  “선생님, 저 오늘 또 금메달 땄어요.”

  “선생님, 지혁이가 오늘 부상당했어요…”

  쌍둥이들은 졸업후에도 늘 소식을 전해왔다.

  “선생님, 지혁이가 오늘 2급 운동원이 되였어요. 2년후에 대학시험에 참가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동안 공부를 제대로 못해서 걱정이예요.”

  “걱정 마, 노력하느라면 꼭 될거야.”

  나는 지갑에서 쌍둥이들이 주고 간 네잎클로버를 꺼냈다. 네잎클로버 덕분인지는 몰라도 그동안 나는 교육사업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 순간 쌍둥이들에게 행운을 가져다 줄 네잎클로버를 찾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래일 날이 밝으면 네잎클로버를 찾아보련다.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못 찾으면 제일 싱싱하고 예쁜 행복의 세잎클로버라도 선물하고 싶다.

  나는 믿는다. 쌍둥이들에게 행운과 행복이 멀지 않은 곳에서 손짓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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