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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수 꿈꾸던 여대생 몸 망가지고… 참담

[기타] | 발행시간: 2012.08.01일 17:32
"꿈도 포기했죠"… 축포세대 '절망의 도미노'

알바의 굴레에 갇혀 학업·장래직업 등 미래준비는 남의 일

대학생 자녀 있는 가구 4곳중 1곳은 '교육빚' 가족도 울타리 못돼

형편나은 또래들엔 상대적 박탈감도

여대생 송모(24ㆍS대 무용학과)씨의 꿈은 무용수였다. 어려운 가정 형편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지레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젊은 나이에 뭔들 못하랴 싶은 오기도 발동했다. 그래서 원하던 무용학과에 진학했다. 남들보다 뒤늦게 시작한 터라 이를 악물고 두 배, 세 배 노력했다. 하지만 이제 더는 자신이 없다. 평일엔 매일 아침 6시 반에 일어나 수학학원에서 오후 2시까지, 주말엔 예식장에서 오전 8시 반부터 저녁 8시까지 일했다. 예식장에서 나오면 중학생 과외를 갔다. 그런 식으로 한 달에 90만~100만원을 벌었지만 몸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체력은 바닥이 났고 무용도, 공부도, 아르바이트도 엉망이 됐다.

먼저 평일 아르바이트를 포기했다. 무용 보충수업비(월 50만원)는 교사에게 사정해 35만원으로 깎았지만, 한달 수입이 47만원으로 줄면서 월세마저 밀리는 처지에 놓였다. 아버지가 2년 전 일을 그만둬 손 벌릴 가족도 없다. 결국 무용을 접기로 했다. 꿈을 잃은 그는 졸업 뒤 무엇을 할지 막막하다. 그 와중에도 뒤쳐지지 않으려면 영어학원비를 벌어야 한다.

정모(21ㆍA여대 2)씨는 아침 수업이 거의 F 학점이다. 5번 이상 결석한 탓이다. 매일 7시간씩 카페에 서서 일하는데다 새벽까지 과제를 하다 보니 오전 8시 수업에 들어가는 일이 쉽지 않다. 아르바이트가 우선이라 수업 일정을 조정할 수도 없다. 정씨는 "시험을 망쳤거나 공부를 안 해서 F 학점을 받았다면 덜 억울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고교시절만 해도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빠(25)와 자신이 대학생이 되면서 무역업을 하는 아버지의 수심은 깊어갔다. 정씨는 "오빠가 마지막 학기라 아르바이트를 못하니 부모님 부담이 더한 것 같다"고 했다. 돈 걱정이 없다면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취미활동도 하고 싶다는 정씨는 뒤진 공부를 해야 할 처지지만 방학 때 아르바이트를 더 늘릴 생각이다. 그는 또 무엇을 포기하게 될까.

무정한 세상은 심드렁하게 말한다. "너만 힘드냐"고, "다들 그렇게 살아왔다"고, "따지고 보면 허리띠 졸라맬 지출항목이 많다"고, "앓는 소리하면서 할 것 다하지 않냐"고. 하지만 정작 스튜던트푸어(Student Poor)들은 변명할 힘도, 하소연할 공간도 없다. 당장의 호구지책을 위해 돈을 버느라 정작 학업과 장래직업 등 미래의 꿈을 포기하는 실정이다. "꿈을 꿀 수 있으면 꿈을 이룰 수 있다"(월트 디즈니)지만, 꿈조차 꾸기 힘든 사회구조에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축포(저축포기) 세대(본보 28일자 1ㆍ16ㆍ17면)의 출현은 어쩌면 당연하고 슬픈 귀결일 수밖에 없다. 너무 일찍 지쳐버린 그들에겐 저축도, 학업도, 꿈도, 미래도 벗어나고픈 멍에로 다가온다.

혹자는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부모들은 등록금 마련에도 등골이 휜다. 스스로 중산층이라 여기는 한모(54)씨는 자매를 대학에 보내면서 생활이 완전히 달려졌다. 한달 한번 하던 외식도 끊고, 옷도 거의 안 사지만 가계부는 늘 적자다. 한씨는 "부모 입장에서 자녀가 공부에만 집중하면 좋으련만 개인 소득으로 모든 걸 해결하자니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실제 통계청 가계금융조사(지난해 3월 기준)에 따르면 대학생이 있는 가구 4곳 중 1곳(25.8%)이 교육비 목적의 빚을 떠안고 있다. 가구당 평균 교육비 부채는 1,706만원으로 전체 부채의 25.3%를 점한다. 교육부채만 해소돼도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는 셈이다.

형편이 나은 또래들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도 상당하다. 여대생 송모(21)씨는 영어과외로 월 30만원을 받는데, 조기유학이나 연수를 다녀와 영어회화에 능통한 친구들은 월 100만원을 버는 걸 보면 경제 양극화를 실감한다. 그는 사정이 괜찮은 친구들이 밥을 사며 "나중에 갚으라"고 하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최모(24)씨는 "친구들한테 지지 않기 위해서, 형편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과도한 지출을 하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반면 대학생 노모(24)씨는 하루 술값으로 10만~20만원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동차와 오토바이도 있다. 매달 평균 120만원 정도를 쓰는 것 같지만 부족할 때마다 부모가 주기 때문에 자세한 지출 내역은 모른다. 여대생 유모(25)씨는 80만원의 용돈을 받지만 "체력을 키우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들에게 대학은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두 개의 다른 삶이 캠퍼스 안에 위태롭게 공존하고 있다.

고찬유기자

김예원(이화여대 영문학과 3) 인턴기자

채정기(숙명여대 일본학과 4) 인턴기자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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