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학년 때 처음 단 태극마크. 하지만 반짝 스타로 끝나는 듯 했다. 다음해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대표팀 합류가 좌절됐기 때문이다. 그를 받아주려는 팀도 없었다. 3일(현지시간) 런던 남자 양궁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오진혁(31, 현대제철)의 이야기다.
그는 1992년 초등학교 5학년 때 양궁을 시작했다. 13년 전인 1999년 충남체고 3학년 재학 시절 당당히 성인 대표팀에 발탁됐다. 소년 신궁으로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그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대표팀 선발전에서는 탈락하면서 방황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극심한 슬럼프가 찾아왔다. 국복무 이후에도 그를 찾는 실업팀은 한 곳도 없었다. 방황 끝에 실업팀 현대제철에 들어갔지만 2006년 방출됐다. 오진혁은 이 시기가 선수 생활의 위기였다고 말한다.
그는 "이유 없이 활이 맞지 않았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술도 많이 먹고 다음 날 아침엔 콜라를 많이 마셨다"고 말했다.
그가 다시 부활한 것은 2009년이다. 오진혁은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 국가대표팀에 합류했다다. 그해 현대제철도 그를 다시 불러 들였다.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그는 세계 신기록을 내고 단체전 금메달을 땄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김우진, 임동현과 함께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양궁 개인전의 28년 묵은 한을 풀면서 그는 명실상부한 한국 남자 양궁의 명실상부한 간판이 됐다.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