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현희 "이제 잠시 칼 놓아요"
펜싱 단체전 사상 첫 메달 이끈 남현희 아기 갖고 부상 치료… 다시 금메달에 도전
골반부터 다리까지 성한 데가 없었다. 주특기인 팡트(깊게 찌르기)를 연마하기 위해 고된 훈련을 참아냈고 올림픽 직전까지도 국제대회에 참가하느라 틀어진 골반을 교정할 시간이 없었다. 이 탓에 남현희(31ㆍ성남시청)는 골반부터 다리까지 테이핑을 한 채 올림픽에 출전해야 했다. 그리고 개인전의 아픔을 딛고 한국 펜싱 단체전 역사상 첫 동메달을 따내자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남현희는 3일(한국시간) 엑셀 런던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 올림픽 여자 플뢰레 단체전 3ㆍ4위전에서 프랑스를 45-32로 제압하는데 앞장섰다. 남현희는 정길옥(32ㆍ강원도청), 전희숙(28ㆍ서울시청), 오하나(27ㆍ성남시청)와 함께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에이스답게 처음과 끝을 책임졌던 남현희는 한국 펜싱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서 두 개의 메달을 목에 건 주인공이 됐다.
동메달을 땄지만 개인전은 여전히 두고 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또다시 그 때를 떠올리자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는 "죽음만큼 힘들었다. 단체전에 같이 나갈 동료들에게 누가 될까 봐 장비를 챙기며 혼자 펑펑 울었다"고 말했다. 라이벌 발렌티나 베잘리(이탈리아)와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고통을 참아내며 4년 전의 패배를 되갚으려 했지만 아쉽게 실패했다. 그는 "(틀어진 골반 탓에)자세를 취하고 다리를 찢을 때마다 고통이 머리까지 찔렀다. 아프든 말든 일단 공격을 했는데 실패 시 다시 자세를 잡을 때는 정말 통증이 심해 서 있기도 힘들었다"라고 털어놓았다. 이런 남모를 이유 탓에 '남현희는 왜 디펜스만 하냐, 수비 밖에 못하냐'는 비난의 글이 인터넷에 나돌 때면 가슴이 더 아팠다.
남현희는 이제 잠시 검을 놓는다. 마지막 올림픽이 될 수도 있다고 주위에서 말했지만 남현희의 생각은 달랐다. 올림픽 준비 탓에 교정하지 못한 골반을 치료하는데 중점을 둘 예정이다. 그리고 2세도 낳을 계획이다. 그는 "1998년에 대표팀에 처음 발탁됐고 2001년부터 자리를 잡아 줄곧 태릉선수촌에서 활약해왔다. 펜싱은 나의 전부"라며 "잠시 쉬고 싶다. 그리고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메달과 동메달은 땄지만 여전히 남현희에게는 목표가 있다. 올림픽 금메달. '엄마 검객'으로 더욱 강해져 돌아올 남현희는 벌써부터 다음 올림픽을 기대케 하고 있다.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