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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붓한 산길 담양 금성산성

[기타] | 발행시간: 2012.02.23일 10:46
싱그러운 봄의 고장, 담양은 이 겨울에도 충분히 찾아볼 이유가 있는 곳이다. 구24번 도로를 따라 길게 도열한 메타세쿼이아와 관방제의 늙은 나무들이 밀어 올리는 푸른 잎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헐벗은 나무가 옷을 꺼내어 입기까지는 아직 멀었지만, 눈길에 걸어 좋은 금성산성이 거기 있다.

산행이 부담스러운 계절인 것만은 틀림없다. 어딘가 오른다는 것 그 자체로도 힘이 드는 일인데, 겨울에 그것도 눈 쌓인 산을 일부러 찾아간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말자. 금성산성을 오르는 길은 험하지도 않고 또한 짧은 시간만 투자해도 될 만큼 가벼운 코스다.

해거름녘의 금성산성 외남문.

삼국시대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금성산성은 산성산(603m) 정상부 능선을 두르고 있는 석성이다. 가을이면 산 아래의 담양호에서 피워 올리는 운해 속 풍경이 아름다워 새벽걸음을 하도록 만드는 곳이 바로 금성산성이다. 물론 이 계절에 운해가 낄 리 만무하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금성산성의 설경이 아름답다.

산성은 높은 곳에 있지만, 올라가기가 그리 버겁지 않다. 산성주차장에서 빠른 걸음으로 30~40분만 투자하면 된다. 1.5㎞ 거리다. 경사도 급하지 않다. 이따금 하늘 한 번쯤 올려다보게 만드는 구간이 있긴 하지만 한숨을 내쉬게 할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산성주차장까지 가는 길이 이따금 통제가 된다. 문제는 그것이 하필 눈 내릴 때 취해지는 조치라는 것이다. 길이 빙판이 되어 사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미리 예방조치를 하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주차장까지 약 2㎞를 더 걸어가야 한다면 자신도 모르게 불평의 말 한마디가 튀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때는 담양온천리조트 뒤편의 등산로를 이용하면 된다. 비록 산성주차장을 기점으로 삼는 것보다 다소 가파르기는 하나 그렇게 힘든 편은 아니다. 거리는 비슷하거나 조금 짧은 편이다. 시간은 30분 정도 소요된다.

외남문에서 내려다본 내남문의 모습. 눈 내린 틈을 타 산성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산길은 조붓하다. 소나무와 참나무류가 뒤섞여 있다. 이용자가 많지 않은 이 길은 고요하기 짝이 없다. 그저 들리는 것이라곤 바람과 숲의 대화, 차츰 바빠지는 숨, 그리고 보송한 눈을 즈려 밟는 소리뿐이다.

산길은 결국 산성주차장 기점길과 중간에 만난다. 이 지점에서부터 산성까지는 금방이다. 소나무 단일 수종의 숲길로 약 5분쯤 올라가면 산성에 닿는다. 이 길 오른편 아래로는 낭떠러지와 같은 골짜기가 있다. 정유재란 때 이 성을 지키는 의병과 왜군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는데, 당시 시신이 무려 2000구에 달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이름이 유래되었다.

이천골 소나무숲길을 걷다보면 어느 순간 시야가 확 트이는데, 산성에 드디어 다 이르렀다는 신호다. 숲을 벗어나 약 50m만 오르면 금성산성 외남문이 반갑게 맞이한다.

금성산성은 6486m의 외성과 859m의 내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동서남북 사방에 4개의 문이 있는데, 공인된 이 문 외에는 결코 산성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성곽이 절벽과도 같은 곳 위에 올려졌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천혜의 요새라고 할 수 있다. 무주의 적상산성, 장성의 입암산성과 함께 호남의 3대 산성으로 꼽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외남문은 마치 갈고리 모양으로 툭 튀어 나와 있다. 외남문은 최전방에서 먼저 적의 침입을 알리는 한편, 선봉을 맞서 싸우며 시간을 버는 역할을 한다. 그것은 외남문 뒤로 다시 굳건하게 성곽을 두르고 버틴 내남문의 존재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외남문에서 약 200m가량 우측으로 올라가면 내남문이 있는데 이곳은 금성산성 최고의 전망대다. 문루에 서면 아래로 외남문이 보이고, 그 뒤로는 담양호가 은빛 수면을 반사시키며 얌전히 자리하고 있다. 눈 덮인 풍경은 겨울의 쓸쓸함을 잊게 해준다. 조각보를 덧댄 듯 펼쳐진 논과 밭, 그리고 그것에 기대는 금성면의 풍경이 포근하게 느껴진다.

짧은 내남문까지의 코스에 만족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이 못내 아쉬운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금성산성의 외성을 따라서 걸어도 좋겠다. 다만 채비는 단단히 해야 한다. 성곽의 오르내림이 무척 심하고 위험한 곳이 많으니 아이젠과 스틱 등 안전장구는 확실히 갖추어야 한다. 외성을 따라 전체를 도는 데는 대략 4시간가량 잡아야 한다. 운대봉, 연대봉, 시루봉, 철마봉 등의 봉우리에서 바라보는 주변 풍광이 그 수고로움을 잊게 하니 도전은 해볼 만하다.

만약 그저 내남문까지가 목적이라면 해거름의 시간에 맞추라고 권하고 싶다. 외남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해거름의 풍경이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멋지다.

가족이 산책하기 좋은 죽녹원에서 대나무숲을 거닐고 있다.

담양은 죽향(竹鄕)이라 일컬어지는 곳이다. 곳곳에 대나무숲이 있다. 금성산성을 찾아간 김에 담양의 상징이랄 수 있는 대나무숲에 잠시 들렀다 오자. 담양에는 죽녹원과 대나무골테마공원이라는 대표적인 대숲이 있다. 죽녹원은 담양군에서 조성한 숲이고, 대나무골테마공원은 개인이 수십 년 동안 공들여 가꿨다. 아기자기하기로는 죽녹원이 낫지만, 자연미를 느끼기에는 대나무골테마공원이 앞선다.

소쇄원과 삼지천마을도 들러보면 좋을 곳이다. 양산보가 지은 소쇄원은 조선중기를 대표하는 정원이다. '소쇄(瀟灑)'는 '기운이 맑고 깨끗하다'는 뜻으로 자연미를 살린 우리 정원 고유의 특징을 이곳에서 엿볼 수 있다. 뒤편으로 소나무숲이 우거져 있고, 오른쪽으로 대숲, 앞으로는 계곡이 흐르는 가운데, 제월당과 광풍각 등이 애써 뽐내지 않으며 앉아 있다.

삼지천마을은 슬로시티로 지정된 고씨 집성촌이다. 500년 전 형성된 이 마을에는 100년 가까이 된 가옥 13채 등 옛집들이 많다. 마을을 실핏줄처럼 잇는 돌담길은 300 년 전 쌓은 것 그대로다. 이 마을은 지난 2007년 12월 국제슬로시티로 지정되었다. 느리게 사는 행복마을이 바로 슬로시티다. 전통이 살아 있고 인심이 넘치는 곳을 대상으로 하는데, 삼지천마을이 왜 슬로시티로 지정됐는지 그곳을 천천히 누벼보면 알게 된다.

김동옥 여행전문가tour@ilyo.co.kr

여행안내

길잡이: 호남고속국도 장성분기점→고창담양간고속국도→담양분기점→88고속국도→담양.

먹거리: 담양에 가면 떡갈비와 함께 먹어봐야 할 것이 있다. 소문난 국수다. 관방천변에 담양국수거리가 있다. 전통국수집 수십 개가 모여 있다. 그런데 소개할 곳은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뚝방국수(061-382-5630)다. 국수거리가 끝나고 약 2~3분 정도 더 관방천변을 따라 걸어가야 한다. 멸치를 진하게 우려낸 국물국수와 매콤달콤한 비빔국수가 주메뉴. 댓잎에 찐 계란도 맛있다. 슬로시티인 삼지천마을 앞에는 창평시장이 있는데, 국밥집이 즐비하다.

잠자리: 삼지천마을 내에 한옥에서(011-606-1283), 달구지민박(010-9945-8115) 등 한옥민박집들이 많다. 민박이 생각보다 훨씬 청결하다. 아침을 제공하는 민박집들도 있다.

문의: 담양군청(http://www.damyang.go.kr) 문화관광과 061-380-3150, 삼지천마을(http://www.slowcp.com) 061-380-3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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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에 더없이 좋아 보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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