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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효성의 빈 구석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2.08.21일 09:16
● 김장혁(연길)

지난해 4월 3일, 어머님께서는 우리 39명 자손들을 남겨두고 홀로 세상을 조용히 떠나셨습니다. 이 불효자식은 오늘도 생전에 어머님께 효성을 다 하지 못한것을 후회하면서 홀로 울고있습니다.

돌아가시기 한달전까지만 하여도 어머님께서는 10층 아빠트에서 몸소 내려가 슈퍼마켓에 가서 과일이며 가지며 사들고 올라오시지 않았습니까? 동네 할머니들과 함께 아빠트 동쪽 양지바른 층계에 내려가 앉아 한담하던 어머님께서 돌아가시다니? 백세 넘어 효성을 하려고 마음먹었댔는데 어쩌면 이 불효자식을 보고 대소변도 한번 받아내게 하시지 않고 돌아가셨습니까? 어머님을 모시고 내 생일을 쇠겠다고 한 이 도리깨아들을 홀로 남겨두고 그렇게 총망히 떠나가셨습니까?

남들은 아버지를 77세까지, 어머님을 92세까지 모셨으니 효성을 다하였다고들 위안했지만 나는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일만큼 안타깝고 슬픈 일이 없습니다. 지금도 부모님을 모셨던 고향의 집을 지날 때면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집니다. 우리 마을에 파는 집이 없으면 웃마을에라도 가서 알아보고 큰 집을 사서 부모님을 모셨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안해는 아버님 생전에 좋은 집에 모시지 못했지만 어머님은 연길에서도 제일 좋은 26층짜리 아빠트에 모시고 퇴직휴양간부들보다도 더 고급생활을 시켰으면 효성을 다한게 아닌가고 나를 위안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부모님께 구석구석 효성을 다하지 못한 후회밖에 남지 않습니다.

어머님께서 백세는 넘길것이라 생각하고 아직도 기회가 많다고 여겼습니다. 네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눈치밥을 먹으면서 자라 시집와서 자식 열중 넷이나 잃으면서 고생고생 살아오신 어머님과 아버님을 이 불초자식은 일흔이 되도록 채소를 심게 했습니다. 부모님들이 남새를 심던 연길 교외 실현촌을 지날 때면 너무나도 마음이 아픕니다. 연길에 계시면 사망후 화장터에 가서 화장한다면서 고향으로 돌아가시는 부모님들을 말리지 못한 도리깨아들을 용서하옵소서.

부모님께서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남들처럼 자기 집도 없이 물독이 떵떵 어는 남의 석탄창고자리 세집에서 산다고 마음 아파 우리를 떠나가신줄도 그때는 몰랐습니다. 다만 부모님들께서 아들며느리와 토론도 없이 둘째딸과 사위를 믿고 시골 고향으로 돌아가신 일이 섭섭했습니다. 사위가 모는 소수레에 가마를 빼 싣고 앉아 고향으로 돌아가시는 백발의 부모님들 모습이 처량하게 느껴졌고 우리 불효가 마음에 걸리였을뿐이였습니다.

부모님께서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며느리가 귀여운 손자를 데리고 세집에서 남들처럼 잘살지 못한다고 고향에서 담배를 심고 돼지를 길러 팔았습니다. 장가들었지만 그때까지도 어쩜 그런 철부지 도리깨아들이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아, 부모님께서 이 아들며느리에게 주신 사랑은 너무나도 많지만 효도는 제대로 받지 못하셨습니다.

부모님들께서 자식을 열번 생각하실 때 자식들은 부모님을 한번이라도 생각하였겠습니까? 사업이 바쁘다고 부모님을 자주 찾아 뵙지 못한 이 불효자식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어찌하여 간혹 부모님을 찾아가면 반가와하시던 부모님께 이것저것 묻기도 하고 소곤소곤 여쭙기도 하고 살아온 얘기를 많이 들어주지 못하였을가요? 낮잠을 푸푸 자면서 뭔가 아들과 말하고싶고 묻고싶어하시는 부모님과 마음을 나누고 사랑을 나누고 효성을 다하지 못하였을가요? 어쩜 부모님 생전에 그렇게 그리던 조선 명천에 있는 고향의 명산 칠보산으로 모시고 가보지 못하였을가요? 어쩌면 눈앞에 있는 장백산에도 한번 모시고 가 구경시키지 못하였을가요? 효성의 빈 구석을 돌이켜보노라면 후회되는 일은 많고도 많습니다.

90이 넘으신 어머님께서 돈이 아까와 가정보모를 쓰지 못하게 하고 손수 밥을 지어 잡수실 때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하고 가정보모를 붙들어두지 않았는가고 가슴을 치면서 후회합니다. 어머님께서 가정보모가 밥과 장국에 채 둬가지를 하면서 하는 일 없이 한달에 1200원씩이나 가져간다고 가라고 쫓으실 때 내가 왜 말리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의학서적을 보고 로인들이 자체로 뭐나 손을 많이 놀리고 머리를 많이 쓰면 치매에 걸리지 않아 좋다고 아들은 믿었을뿐입니다.

나에게 생명을 준 어머님을 저의 생일연회상에 모시지 못한 불효가 후회막급입니다. 제 잘난것처럼 백산호텔 의화원연회청에 여섯상이나 버젓이 차려놓고 숱한 친구들과 친척들을 청해 대접하면서도 자기를 배 아프게 낳아주신 어머님을 모시지 않은것이 내내 마음이 아픕니다. 어머님, 정말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왜 이 불효자식을 욕 한마디 하지 않으셨습니까? 왜 귀쌈이라도 한대 때리시지 않으셨습니까?

어머님께 맛있는 음식을 따로 사다 드리고 인사말을 하는것으로 내 생일인사를 끝냈는지 제정신이 아니였습니다. 어머님께서는 고독하게 어두운 집에 홀로 계셨건만 이 도리깨아들은 수십명이나 되는 생일손님들을 대접하느라고 밤중까지 술을 퍼마시고 3차, 4차 하고도 모자라 7차까지 하고 이튿날 새벽 3시에야 집에 들어서서 왝왝 열물과 피까지 토하는 추태를 어머님께 보였습니다. 그래도 어머님께서는 아무런 원망 한마디 하시지 않고 그저 신체를 돌봐 술을 적당히 마시라면서 혀를 끌끌 차기만 하셨습니다.

아, 어머님, 어머님께 불효를 저지른 이 도리깨아들은 딱 어머님만 모시고 생일을 쇠자던 낙언을 실현하지 못했기에 너무 마음이 아파 이젠 다시는 친구들을 청해 생일을 버젓이 쇠지 않겠습니다. 생일상을 보면 어머님 생각이 나서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질것만 같습니다.

몇천원 들여 한메터 반도 넘는 룡과 봉황 쌍기둥을 세운 기념비를 합장한 부모님의 산소에 세워드리면서 부모님 생전에 다하지 못한 효성의 빈 구석을 채워보려고 애썼지만 그것만으로는 아픈 마음을 달랠길 없습니다. 이제 불효자식이 부모님 계신 구천에 가게 되면 다시는 불효를 저지르지 않고 영원히 부모님옆에서 조석으로 효성을 다해드리렵니다.

세상에 후회약이 있고 흘러간 세월을 돌이킬수 있는 마력이라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부모가 돌아가신 후 후회하지 말고 부모 생전에 효성을 다하여야 하였을것을, 부모님께 다시 효성을 드릴수만 있다면 후회로 만리장성도 쌓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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