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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jury Time-그녀들의 외로운 도전, “그저 미안합니다”

[기타] | 발행시간: 2012.08.29일 13:25
(베스트 일레븐)

지난 8월 9일이었다. 파주에 위치한 국가대표축구팀트레이닝센터(파주 NFC)에서는 한국 축구 20세 이하 여자대표팀의 미디어 데이 행사가 열렸다. 미디어 데이는 FIFA(국제축구연맹) U-20 여자 월드컵에 출전하는 대표팀의 출사표격 행사였다. 세계 대회에 도전하는 우리 여자 선수들을 격려하고, 그녀들의 목표를 응원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그날 파주 NFC를 찾은 취재진은 10명 남짓. 대부분 언론의 시선은 영국에서 열리고 있던 2012 런던 올림픽으로 향해 있었다. 미디어 데이라고 하기에도 초라할 정도였으나 그녀들은 개의치 않았다. 늘 그랬다는 듯, 외려 찾아준 10면 남짓한 취재진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사진 기자의 앵글이 비췰 때면 스무 살의 발랄함으로 V자를 그려보였고, "예쁘게 찍어주세요"라고 말하며 밝은 미소를 보였다. 그렇게 그녀들은 또 한 번의 무관심 속 일본으로 떠났다.

그랬던 그녀들을 향한 관심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한국이 일본에서 열리고 있는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험난한 조별 라운드를 뚫고 8강(對 일본, 30일 19시 30분)까지 진격한 까닭이다. 한국은 나이지리아·이탈리아·브라질과 같은 조에 묶여 토너먼트 진출이 어려울 것 같았으나, 2승 1패의 호성적으로 8강에 오르는 힘을 보여줬다. 조별 라운드에서 한국은 첫 경기 상대 나이지리아에는 패했지만, 두 번째 상대인 이탈리아를 잡고 내친걸음을 재촉해 브라질마저 격파하며 8강에 올랐다. 8강에서 마주친 상대는 개최국이자 한국 축구의 숙적 일본. 민감한 시기라는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그녀들이 앞두고 있는 8강전에 제법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이 상황은 2년 전과 비슷하다. 2010년 한국 여자 축구는 르네상스를 맞이했다. 2010년 독일에서 열린 FIFA U-20 여자 월드컵에서는 지소연을 앞세워 3위를 차지했고, 이후 트리니나드토바고에서 열린 FIFA U-17 월드컵에서는 여민지가 중심이 돼 우승이란 기억을 창출했다. FIFA 주관 대회에서 3위에 오른 것과 우승한 것 모두 여자 대표팀이 처음이었다. 당시에도 출발할 때는 철저한 무관심 속에 있었다. 여자 축구라는 저변이 워낙 빈약했던 탓도 있지만, 성인도 아닌 연령별 대표팀이 참가하는 대회라는 점에서 시선은 뜨겁지 못했다. 그러나 소녀들은 조별 라운드를 통과하고 8강을 거쳐 4강까지 오르며 관심을 집중시켰고, 3위와 우승이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성과물을 얻어내며 사람들의 관심을 스스로 그러모았다.

그래서 지금 그녀들에게 더 미안하다. 불과 2년 전에 경험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그녀들을 외롭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미디어 데이에서 밝은 미소를 짓던 그녀들에게 누구도 격려의 말을 하지 못했고, 언론은 물론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도 간략한 뉴스 정도로만 취급됐다. 엄연히 FIFA 주관 대회에 한국을 대표해 참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럼에도 그녀들은 무관심에 서운해 하기보다는 자신들이 해야 할 일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그 외로운 고비를 넘어 또 한 번의 신화 창출을 위한 준비를 스스로 마쳤다. 참으로 대견스럽고 기특한 일이다.

안타까운 것은 스스로의 힘으로 이만큼을 해낸 그녀들의 8강전 상대가 일본이라는 점이다. 일본이 여자 축구에 있어서는 세계적 강호다. 그리고 경기는 그들의 안방 도쿄에서 열린다. 져도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시기상의 민감함과 한·일전이란 특수성, 그리고 어렵게 모인 그녀들을 향한 관심이 혹여 일본전 경기 결과에 의해 나쁜 방향으로 흐를까 걱정이다. 물론 일본전에서 이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혹여 그 경기에서의 패배가 그녀들이 무관심 속 일군 성과를 훼손시킬까 염려되는 것이다. 지금 그녀들을 행해서는 조건 없는 박수와 함성을 보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마지막으로 당시 미디어 데이에서 몇 안 되는 취재진을 향해 당찬 출사표를 던진 정성청 감독의 얘기를 전하려 한다. 정 감독의 말에서 지금 일본에서 그녀들이 만들고 있는 기적이 우연이 아닌 철저한 준비와 노력의 산물임을 모두가 공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원래 2011 AFC U-19 여자 챔피언십에서 4위에 머물러 출전권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개최국이 우즈베키스탄에서 일본으로 바뀌면서 갑자기 본선에 나서게 됐죠. 일본이 딴 본선 출전권이 필요없어지면서 우리에게 그 티켓이 돌아온 겁니다. 어부지리였던 셈이죠. 갑작스럽게 찾아온 기회였지만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지난 3월부터 착실하게 준비했어요. 선수 간 단합, 조직력 다지기, 국제 경험 쌓기 등 총 5단계에 걸쳐 훈련했습니다. 그 결과 미진했던 조직력은 물론이거니와 경기 중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상당히 좋아졌어요. 침착하게 90분을 소화하는 능력도 많이 개선됐고요. 아직 감독 입장에서 100% 원하는 수준까지 올라오지는 않았지만, 대회 개막 전까지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어떤 팀을 상대로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그래서 2010년 이후 주춤했던 우리 여자 축구의 중흥기 마련이란 목표를 반드시 이루겠습니다. 국민이 행복해할 수 있는 멋진 결과를 갖고 돌아오겠습니다."

글=손병하 기자(bluekorea@soccerbest11.co.kr)

사진=베스트 일레븐 DB 대한민국 축구 언론의 자존심 - 베스트 일레븐 & 베스트일레븐닷컴 다음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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