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3000만년 전 진드기의 모습. 나뭇진이 굳은 호박에서 발견됐다. 사진=알렉산더 슈미트, 고팅겐 대학, 미 국립학술원회보
공룡시대 이전 침엽수 나뭇진에 빠진 절지동물 모습 드러내
기존보다 1억년 오랜 최고 화석, 7만개 물방울 호박 조사해 찾아
스티븐 스필버그의 공상과학 영화 <쥐라기 공원>에서 과학자들은 공룡의 유전자를 얻기 위해 공룡의 피를 빤 뒤 나뭇진에 갇혀 화석이 된 모기를 이용한다. 여기서 나뭇진이 굳어 화석이 된 호박으로부터 고대 곤충을 연구하는 것까지는 과학이지만 그 이후는 공상의 영역이다.
호박은 고대 생태계를 들여다 볼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다. 대부분의 화석이 죽은 뒤 쉽게 분해되지 않는 뼈나 껍질 정보를 주는 데 비해 호박은 좀처럼 화석으로 남기 힘든 연약한 곤충 등의 생생한 모습을 간직하기 때문이다. 호박에선 고대 세계의 곤충뿐 아니라 거미, 거미줄, 개구리, 나무 조각, 꽃, 털, 깃털 등이 발견되기도 한다.
거미가 든 호박. 호박은 고 생태계를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이제까지 호박에서 나온 절지동물의 가장 오랜 화석은 중생대 백악기인 1억 3000만 년 전의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그보다 1억 년이나 앞선 시대의 절지동물이 호박 속에서 발견돼 눈길을 끈다. 공룡시대가 미처 시작되기도 전 나무에 살던 절지동물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데이비드 그리말디 미국 자연사박물관 큐레이터 등 국제 연구진은 최근 <미 국립과학원회보> 인터넷판에 실린 논문에서 가장 오랜 절지동물 호박 화석의 발견 사실을 보고했다.
개별 호박의 모습. 현재는 멸종한 침엽수의 나뭇진이 굳어 만들어졌다. 사진=S. 카스텔리, 파도바 대학, 미 국립과학원 회보
연구진은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산의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노두에서 지름 2~6㎜인 물방울 모양의 호박을 다수 발굴했다. 현재는 멸종한 침엽수가 분비한 나뭇진이 굳어 화석이 된 이들 호박 7만여 개를 일일이 조사한 연구진은 그 속에서 절지동물이 들어있는 3개를 찾아냈다.
하나에는 깔다구의 일종이, 다른 두 개에는 진드기가 들어있었다. 보존상태가 좋지 않은 깔다구와 달리 진드기는 형태가 온전해 1600배까지 확대 분석이 가능했다. 진드기의 몸 길이는 각각 0.124㎜와 0.21㎜였다.
트라이아스기 진드기 모습. 다리가 두개밖에 없는 등 현생 종의 모습과 유사했다. 사진=알렉산더 슈미트, 고팅겐 대학, 미 국립과학원회보
이 진드기는 혹응애의 일종으로 밝혀졌는데, 현재 혹응애는 3500여종이 있으며 화석의 진드기와 달리 거의 대부분 속씨식물을 먹는다.
흥미롭게도 화석의 진드기는 발이 두 개밖에 없는 등 현재의 혹응애와 형태상으로 거의 비슷했다고 논문은 밝혔다.
나뭇진이 흘러내리는 모습. 곤충이 진에 갇힌 뒤 굳어 오랜 세월이 흐르면 일종의 타임캡슐이 된다. 사진=에마누엘 부테트, 위키미디어 코먼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한겨레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