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고속철 '해무' 시속 354km로 국내 신기록…"3년내 시속 500km 돌파"
열차 운행이 모두 끝난 8일 밤 11시30분. 부산역 KTX 선로에 들어선 정체불명의 열차가 칠흑 속을 뚫고 동대구역을 향했다. 열차는 신경주역을 지나면서 속도를 내더니 순식간에 국내서 가장 빠르다는 KTX(시속 300km) 최고속도를 넘어섰다. 주행 30분이 지나자 어느덧 시속 350km에 도달했다. 그 순간 열차를 운행하는 기장과 탑승자들은 모두 계기판을 주목하며 긴장했다.
속도 계기판 숫자가 351, 352, 다시 353으로 바뀌는가 싶더니 드디어 12시3분께 354를 넘어 354.64km가 계기판에 선명히 찍혔다. 그때서야 열차 속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한국 고속철도 사상 최고 속도를 경신한 것으로 7년8개월 만의 신기록이다.
국가 연구개발(R&D)사업으로 개발된 차세대 고속철 해무(HEMU)-430X가 이날 시운전 중 시속 354.65km를 기록하며 종전 최고 시속인 352.4km를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지난 2004년 12월15일, 당시 개발 중이던 350km/h급 한국형 고속열차가 갖고 있었다.
해무-430X는 지난 6월부터 매주 2차례식 경부고속철도 부산~고모 120km 구간에서 시운전을 해왔다. KTX가 다니지 않는 야간에 주행속도를 올려가며 각 시스템의 성능시험을 통해 주행 안정성을 점검한 것이다.
9일까지 총 누적 주행거리는 1만km로 주행 안전성은 물론 전력을 공급받는 집전 성능, 신호 시스템, 궤도 안전성, 교량 안전성 등에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해무-430X는 앞으로 시속 360km을 거쳐 시속 370km로 최고속도 기록 경신에 계속 도전할 태세다. 연말쯤엔 최종 목표인 시속 430km를 돌파한다는 목표다. 향후 2015년까지 10만km 주행시험을 거쳐 상용화도 추진한다.
국토해양부는 “해무-430X는 동력이 앞뒤 기관차에 집중되어 있는 기존 KTX와 달리 객차마다 동력이 분산되어 있으므로 가·감속 성능이 우수하고 탄력적인 열차 편성이 가능하다"며 "운행시간 단축과 운영효율 향상은 물론, 고질적인 고장으로 인한 지연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3년 내 시속 500km를 돌파하는 고속철 또한 개발할 계획이다. 프랑스와 중국, 일본 등 고속철 선진국들과도 본격적인 속도경쟁을 벌인다. 이미 프랑스는 2007년에 최고속도 시속 574km를 기록한 바 있다. 뒤이어 중국이 2010년 시속 486km 도달에 성공했고, 일본은 지난 1996년 시속 443km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홍순만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원장은 "고속철 상용화 속도는 실질적으로 시속 500km만 넘으면 그 이상은 큰 의미가 없다"며 "R&D 투자에 박차를 가해 중국보다 먼저 시속 500km를 넘도록 개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부산=김태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