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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내편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24.03.05일 23:10
[길림지역 문학코너]

오늘 안해는 나에게 누르끼레한 털모자를 사주었다. 털모자를 보는 순간 동년의 이왕지사가 구슬알처럼 쏟아져 내렸다.

나의 소시적은 비록 생활은 궁핍했으나 황금빛으로 물든 동년시절이였다.

나의 고향은 교하에서 동쪽으로 30키로메터 떨어진 두메산골이다. 창령자를 따라 내리굽은 지렁이 같은 신작로를내리면 마을이 나타난다.

양지바른 언덕우에 자리 잡은 아늑한 마을앞에는 신작로이고 신작로 앞에는 넓은 가야하가 유유히 흐른다. 강 남쪽에는 논판이 펼쳐졌고 무연히 펼쳐진 논판의 주위에는 울울군산이 겹겹이 병풍처럼 둘러쌓여 그야말로 한폭의 산수화이다. 서쪽에는 우뚝 솟은 라법산, 동쪽으로는 소백산, 산이 높아 여름에도 겨울 풍경을 흔상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산촌이다.

봄이 되면 강에는 메기, 붕어, 버들치, 모레뭉치 등이 욱실거리고 강가는 동네 아줌마, 처녀들의 빨래터였고 여름에는 애들의 물놀이터였다. 가을이면 앞들에는 황금파도가 넘실대고 마을을 두른 병풍은 불타오르는 노을을 방불케 했다. 겨울이 되면 앞강은 스케이트장, 썰매장이 되였다.

겨울이 짙어감에 따라 눈이 내리면 강판은 우리들의 축구장으로 변신한다. 맵짠 바람이 분들 걱정할건 무엇이랴. 사천분지처럼 푹 꺼져내린 강판은 마을이 방패막으로 가리워져 있다.

버드나무 두대를 꺾어 량쪽에 알맞춤이 꽂으면 꼴문이 된다. 축구공이 없으면 얼음덩이로 대용한다. 그해 겨울은 무지무지 추웠다. 어머니께서는 큰맘 먹고 나에게 3원 50전짜리 황둥개 개털모자를 사주셨다. 아무리 고약한 날씨라도 그 모자를 쓰면 얼굴부터 온몸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어느날 친구들과 신나게 뽈을 차게 되였다. 경기가 시작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순돌이가 나에게 뽈을 넘겼다. 내가 뽈을 몰고 꼴문 가까이 갈 무렵 개똥이가 다리를 거는 바람에 나는 비칠거리며 안깐힘으로 지탱하며 다시 순돌이에게 공을 넘겼다. 이제 슛! 하면 영락없이 꼴은 점 찍는다. 헌데 이때 개똥이가 순돌이를 막아서며 다시 훼방을 놓는 바람에 순돌이는 하는 수 없이 몸을 날래게 빼서 공을 다시 나에게 넘겼다. 나는 쉽게 슛을 날렸다. 꼴문과 가깝고 또한 각도가 좋았기에 문지기도 어쩌는 수 없었다.

꼴! ㅡ

개똥이는 트집을 잡고 나의 개털모자를 벗겨 공처럼 차고 다녔다. 새 모자는 눈범벅이 되여 볼 품 없게 되였지만 그냥 굴리고 다녔다. 내가 앉아서 대성통곡해서야 겨우 나를 뒤로 하고 가는 것이였다.

겨울의 해는 토끼꼬리만 해서 오후 3시만 넘어도 태양은 서산마루를 향해 부지런히 가고 있었다. 나는 땅거미에 가맣게 그을려 엉엉 울며 집에 들어섰다.

여느때 같으면 또 훈계가 한사발이였겠지만 오늘만은 어머니께서 정색해서“왜? 또 누가 때리더니?" 나는 흑ㅡ흑ㅡ 흐느끼며“개똥이가 내 모자를 ... "

“뭐? 또 개똥이가..." 어머니는 화가 나셨다. 예전에는머리가 터져 피를 흘리며 들어오면“가만히 있는데 걔가 때리더니? 너가 먼저 집적거렸겠지...."라고 하시면서 나만 꾸짖으셨었다.

또 얼굴이 다닥다닥 피딱지가 앉도록 곰보가 되여 들어와도, 코피가 터져 선지피를 줄줄 흘리며 집에 들어섰을 때도 어머니께서는 나만 나무라면서 훈계하셨다.

허나 그날만은 어머니께서는 나를 앞세우고 개똥이네 집을 향했다.

정주간에 들어섰다. 호롱불도 없이 정주간은 캄캄한데 하얀 김은 안개처럼 자옥했다. 다만 활활 타오르는 아궁이 불빛이 벽구석을 비추고 있었다.

어머니는“개똥이 어디 있냐? 어서 이리 나와. 내 오늘 요정을 낼테다."라고 소리쳤다.

개똥이는 방북쪽 기둥 뒤에 숨었다. 어머니는 개똥이 어머니에게 삿대질을 하면서“무슨 애를 그따위로 키우노? 큰아들을 콩밥 먹이더니..."

개똥이 엄마는 우리 엄마 꾸짖음에 아무 대꾸도 못하고 그저 그 자리에 목석이 되여버렸다.

“그러니까 자식농사를 잘 하라구요... "라고 하시고나서 나를 끌고 집문을 나섰다.

"쾅당!"

문소리와 함께“개똥아, 내가 제명에 못살아, 억 ㅡ억ㅡ " 하는 울음소리가 우리 등뒤를 때렸다.

그날 어머니는 처음으로 내편이 되여주셨다. 딱 한번 내편이 되여주신 어머니, 그 일은 어언 반세기를 훌쩍 넘겨 60년이 지났지만 그냥 내 머리 속에서 맴돌고 있다.

/김룡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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