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방송 캡처
‘아랑사또전’ 배우들은 더할나위 없이 완벽한데 도대체 무슨 문제일까.
27일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6일 방송된 MBC '아랑사또전‘은 전국 기준 11.7%를 기록하며 14.0%를 기록한 KBS '착한남자'에2회 연속 1위 자리를 내줬다.
신민아와 이준기라는 조합만으로도 화제를 끌기엔 충분했다. 군 전역 이후 조금 더 남자다운 옷을 입고 돌아온 이준기와 단순무식 생기발랄한 모습으로 망가짐도 불사하지 않는 신민아는 각각 은오와 아랑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분해 액션과 멜로, 미스터리를 넘나드는 장르를 소화하고 있고, 매 회마다 연기력 ‘논란’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안정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특별출연의 모양새를 띄고있지만 주조연 못지않은 존재감을 뽐내는 박준규와 유승호는 어떤가. 사건의 모든 키를 쥐고 있는 이들은 가끔은 코믹스럽고 가끔은 진지한 연기로 핵심적인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내고 있으며, ‘홍련’ 역의 강문영 역시 등장만으로도 소름 끼치는 연기로 ‘아랑사또전’ 내 최고의 악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끝이 아니다. 귀신의 목소리는 들리지만 보이진 않는 반쪽 무당 방울 역의 황보라는 엉뚱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을 마음껏 뽐내고 있으며, 황보라와 합을 맞추는 권오중 역시 ‘일편단심 은오’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은오를 향해 충성을 다하는 모습부터 남다른 마음을 가진 방울 앞에선 웃통을 벗어 제끼는 섹시돌쇠로 분해 ‘아랑사또전’의 깨알같은 웃음을 담당해주고 있다.
그리고 ‘아랑사또전’을 통해 새롭게 수면 위로 떠오른 배우는 단연 연우진이다. 비천한 골비 출신으로 인간답게 살지 못했던 과거의 한을 품은 그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이들에겐 가차없이 칼을 겨누는 냉철함으로 똘똘 뭉쳐진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 있어 아랑은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처단해야 할 존재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마음속에 들어와버린 아랑을 밀어내지도, 붙잡지도 못하는 주왈의 감정을 연우진은 그 누구보다 완벽히 소화해내고 있다.
이처럼 ‘아랑사또전’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200% 소화해내는 배우들이 총집합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이 소화해내는 캐릭터 역시 신선한 설정들로 무장해 살아 숨 쉬듯 펄떡펄떡 뛰고 있으며, 실제 전설에 착안한 ‘아랑’을 둘러싼 스토리 역시 다양한 복선과 추리의 요소들이 가미되어 흥미진진한 면면을 띄고 있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이 한데 뭉쳤을 때 적절한 조화를 이루느냐다. ‘아랑사또전’은 이처럼 신선한 캐릭터들을 평면적인 감정선으로 그려내 생동감을 누르고 있으며, 흥미진진함 그 자체인 스토리라인을 지지부진한 전개로 그려내며 흥미와 몰입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한 마디로 맛있고 신선한 재료들을 쥐고 있지만 적재적소에 사용하지 못해 요상한 맛을 내고 있는 것이다.
‘아랑사또전’의 인물들은 언제나 자기 자신의 감정을 행동과 눈빛이 아닌 대사로 표현한다. 아랑을 향한 사랑의 감정을 느낀 은오는 언제나 “내가 왜이러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이런 내가 당황스럽다. 일단은 이것부터 하기로 했어. 널 좋아할 거야”라는 구구절절한 말로 자신의 감정을 설명한다. 배우들의 열연과 신선한 설정이 존재함에도 불구 ‘아랑사또전’의 인물이 평면적으로 느껴지는 가장 커다란 이유다.
예측 가능한 전개 역시 문제다. 허를 찌르는 반전보단 그렇게 될 것이란 예상 그대로 흘러가는 미스터리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긴박감을 자아내기엔 부족하다. 게다가 동시간대 경쟁작 ‘착한남자’가 연일 빠른 전개로 호평을 받고 있는 것에 비해 지지부진한 전개로 시청자들의 아우성을 받고 있는 ‘아랑사또전’은 한 마디로 총체적 난국의 상황에 놓인 것이다.
어느새 반환점을 돌아 후반전으로 달려가고 있다. 여기저기 뿌려 놓은 것들도 하나 둘 거둬야 하고, 지금의 엉성한 전개와 연출의 구멍 역시 옹골지게 메워내야 한다. 괜찮아질 거란 믿음에도 한계점이 있고, 무조건적인 충성에도 끝이 있듯 이제 ‘아랑사또전’은 하루 빨리 숨고르기를 마치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신선한 재료들을 최적의 기술로 요리해내야 할 때다.
최인경 기자 idsoft3@reviewstar.net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