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같이 살던 친구를 흉기로 찌르고 집에 불을 낸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2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윤성원)는 살인미수 및 현존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A(25·여)씨에 대해 징역 18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대 여성 피해자 B씨와 지난해 1월부터 서울 강남의 한 빌라에서 동거해왔다. 그러나 둘의 사이는 좋지 않았다. A씨가 B씨의 애완견을 죽인 적이 있는가 하면 B씨에게 약을 탄 정체불명의 음료수를 마시게 해 정신을 잃게 만들기도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그로부터 수개월이 지난 같은해 9월 중순. 둘 사이에 비극적인 사건은 터지고 말았다.
A씨가 B씨에게 4700만원의 차용증을 쓰도록 하는 과정에서 둘의 몸싸움이 일어난 것이다. 몇시간이 흘러 B씨는 불에 탄 빌라 화장실에서 목부분에 흉기로 2차례 찔린 채 발견됐고, A씨는 이미 자리를 떠나고 없었다. B씨는 주민의 신고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이에 검찰은 B씨를 살해한 피희자로 A씨를 지목하고 재판에 넘겼다. A씨는 "B씨가 자해하려고 한 것"이라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평소 피해자에 나쁜 감정을 가진 피고인이 사건 당일 흉기로 피해자의 목을 찔러 살해하려고 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 B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난 자상 발생 시각과 상황 ▲발견 당시 피해자의 상태와 화재 현장 ▲살해 동기 부분 등을 볼 때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만약 피고인이 피해자를 제압하지 않은 상태에서 몸싸움 도중 흉기로 공격한다면 목부위를 정확히 찌르기는 매우 힘들다"며 "계획적으로 살해하려고 해 놓고도 지혈 조치를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검사의 주장처럼 피고인이 방화 살인을 계획했다면 피해자 목에 난 자상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피해자 몸에 직접 신나를 뿌리는 것이 일반적일 텐데 사건 현장을 보면 그렇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특별한 정신병력이 발견되지 않고 전과도 없는 20대 피고인이 피해자를 잔인하고 계획적으로 살해하게 됐다는 범행 동기도 충분히 납득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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