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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석의 음식 공감] 위로와 희망의 메신저… 수제비 한 그릇

[기타] | 발행시간: 2013.01.17일 04:01
필자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은 종종 요리사들의 모임 장소가 된다. 셰프들은 일을 마치고 나면 딱히 갈 곳이 없다. 밤 10시가 넘어서까지 문을 여는 레스토랑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화는 주로 직업병에 관한 것이다. 음식만 보면 레시피를 분석하게 된다, 음식을 평가의 대상으로 본다, 음식을 찍어 SNS에 올리는 손님이 많다 보니 사진 찍는 소리만 들어도 놀란다 등등. 음식을 좋아해 시작한 일임에도 정작 음식을 즐기지 못하는 아이러니에 관한 것들이다.

얼마 전, 송년회 겸 신년회로 친한 후배 요리사 두 명과 모임을 가졌다. 우리가 정한 메뉴는 수제비. 서울 노량진의 밤늦게까지 하는 수제비음식점이 우리의 모임 장소였다. 번듯한 음식점이라기보다는 포장마차에 가까우며, 한 그릇에 5000원 하는 수제비와 국수 말고는 다른 메뉴가 없는 단출한 곳이다. 수제비를 메뉴로 정한 이유는 따로 있다. 세 명의 요리사 모두 직업병으로 얻은 위염 때문에 다른 음식은 엄두를 못 냈기 때문이었다. 따끈한 국물과 말랑말랑한 수제비가 그나마 야식치고는 위에 부담을 덜 줄 것 같아 고심 끝에 고른 것이다.

"위염은 요리사의 숙명이야. 식사시간에는 손님들 서비스 때문에 밥 먹을 엄두도 못 내고 일이 끝나고 나서야 헐레벌떡 배를 채우잖아."

"형도 그래요? 저도 서비스 중간에는 음식이 안 넘어가요. 내내 굶었다가 밤에 폭식하고, 결국 속을 다 버려요."

포장마차 안에 손님은 우리뿐. 우리의 푸념을 듣던 주인 할머니께서 다가오셨다. 어느새 비워진 그릇을 보고는 덤을 주기 위해서였다. 매번 올 때마다 한마디 말도 없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수제비만 내주던 할머니가 그날은 말도 걸었다. "총각들, 힘들었겠다. 많이 먹고 힘내."

그때 깨달았다. "힘들지?"라는 물음보다 "힘들었겠다"는 동감의 말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말이다. "나도 겪어봐서 알아, 힘들겠지만, 그것도 순간이야. 이겨 낼 거야"라고 말하는 듯한 응원의 눈빛과 따뜻한 수제비 한 그릇. 이때 음식은 마음을 표현하는 고마운 매개체가 된다. 그날따라 유독 더 따뜻한 수제비를 먹으며 누군가의 한마디에 문득 희망이 생겼다.

수제비 레시피

●재료

바지락 1봉지(200g), 감자 1개, 호박 ½개, 양파·당근 ¼개씩, 대파 ½개, 다진마늘·국간장·까나리액젓 1큰술씩, 멸치육수 7컵,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수제비 반죽: 밀가루 1컵, 달걀 ½개, 식용유 ½큰술, 물 5큰술, 소금 약간

●조리법

1. 밀가루와 달걀을 치대다가 물을 더해 반죽의 묽기를 알맞게 맞춘다. 소금과 식용유를 넣는다. 반죽을 충분히 치대 쫄깃쫄깃하게 만든다. 비닐팩에 넣어 냉장고에서 30분 이상 숙성시킨다.

2. 감자, 호박, 양파, 당근, 대파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3. 멸치육수에 감자를 넣고 수제비 반죽을 얇게 떼어 넣은 다음 국간장, 까나리액젓, 다진 마늘을 넣고 국물 맛이 충분히 우러나도록 끓인다.

4. 호박, 당근, 양파, 대파, 바지락을 넣고 끓이다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맞추면 완성.

[이유석 레스토랑·펍 루이쌍끄 오너셰프]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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