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55명 특별사면
최시중, 刑확정 두달 만에 사면… 경제인 중엔 사돈 집안도 포함
"후임자도 내심 바랄 것" "역사에 오점 남길 것" 전·현직 참모들 찬반 갈려
MB "나를 도왔던 사람들인데"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실시한 특별사면엔 이 대통령의 측근이 다수 포함됐다. 역대 정권에서 되풀이되어온 임기 말 '측근 사면'이 재연된 셈이다.
◇특사 놓고 전·현직 참모들도 찬반 갈려
이 대통령의 전·현직 청와대 참모들은 특사 시행 여부를 놓고 찬반으로 갈려 치열하게 논란을 벌였다고 한다. 사면에 찬성하는 쪽에선 "역대 정권도 임기 말에 정치인 사면을 단행했다. 잠시 비난을 받겠지만, 대통령의 업적에 크게 흠집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사면을 건의했다. 박근혜 당선인 측에서 임기 말 특사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 뒤에도 이들은 "후임자도 내심으론 현 정부가 털고 가길 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들은 "오히려 사면을 안 하고 시간이 지나면 후임자 쪽에서 부담을 자기들한테 떠넘겼다는 말이 나올 것"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반면 특사에 반대한 전·현직 참모들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임기 말 비리에 연루된 측근들을 사면한 것 때문에 큰 오점을 남겼다. 역사에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으려면 측근 사면은 안 된다"고 반대했다. 고민을 거듭하던 이 대통령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 전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70이 넘은 고령에 지병까지 겹쳐 수감 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뒤 사면 시행으로 기울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나를 도왔던 사람들인데…"라고 했다고 한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를 열어 특별사면안을 의결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특사안을 대외비 즉석 안건으로 상정했다. /청와대 제공
◇측근 풀어주기와 민주당 인사들
이번 특사에서 이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라는 이야기를 들어온 최시중 전 위원장과 오랜 친구이자 후원자인 천신일 전 회장이 형 집행 면제를 받았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도 포함됐다. 모두 이 대통령의 측근이거나 대선 공신이다. 최 전 위원장과 천 전 회장은 작년 11월 말 2심에서 각각 징역 2년 6개월과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전직 의원 중에선 친박의 원로인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와 불법 정치자금 혐의로 처벌받은 현경병·장광근 의원이 복권됐다. 새누리당의 사면 요청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선 친노 인사들도 포함됐다.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처벌된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 서갑원·김종률·우제항 전 의원 등이 복권됐다.
◇경제인 중엔 사돈 집안 들어가
사면에 포함된 경제인 중엔 이 대통령의 사돈 집안인 효성 조현준 사장이 복권됐고, 현대그룹에서 오래 근무한 김용문 전 현대·기아차 부회장, 남중수 전 KT 사장 등도 포함됐다. 조현준 사장은 이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과 사촌지간이다. 조현준 사장은 2004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 현지 부동산을 사들이면서 효성그룹 자금 100만달러를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2010년 '효성가'의 조욱래 DSDL 회장(전 효성기계 회장)이 사면을 받은 데 이어 사돈가로선 두 번째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