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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대표방송 알자지라 독립성 ‘흔들’

[기타] | 발행시간: 2013.02.19일 17:40
아랍권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위성방송 알자지라의 ‘독립성’이 흔들리고 있다. 슈피겔 온라인 보도에 따르면 그동안 알자지라를 세계적 방송으로 키워왔던 유명 앵커와 베테랑 기자들이 속속 그만두고 있다.

다마스쿠스 출신인 아캄 슐리만은 1992년 알자지라에 몸담았다. 베를린 특파원이었다. 그의 손목시계는 항상 알자지라 본사가 있는 ‘도하 타임’에 맞춰졌다. 그러나 1년 반 전 그는 시간을 ‘베를린 타임’으로 조정했다. 알자리라에 환멸을 느끼면서부터다. 알자지라가 그를 멀리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가 ‘독립적인 언론인’으로 일하기가 힘들어진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그는 결국 지난해 8월 알자지라를 그만뒀다.

그 뿐만이 아니다. 파리와 런던, 모스크바, 베이루트, 카이로 지국의 내로라하는 앵커와 기자들이 잇달아 그만두고 있다. 슈피겔은 이를 ‘엑서더스’라고 표현했다.

알자지라가 이끈 ‘아랍의 봄’이 부메랑?

슐리만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알자지라가 선전 선동 매체가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현상이 2011년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 이후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알자지라는 그 이전 까지만 하더라도 ‘변화를 대변하는 목소리’였다는 것. 그런데 ‘아랍의 봄’ 이후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을 망각한 ‘당파적 편향성’이 알자리라 보도 전반에 팽배하면서 ‘자유언론’의 활력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아랍의 봄’은 알자지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들이 많다. ‘아랍의 봄’을 두고 SNS 혁명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아랍권 국가들에게 민주주의 가치와 열망의 씨앗을 뿌린 것은 바로 알자지라였다. 1996년 출범한 알자지라는 ‘성역 없는 보도’와 ‘깊이 있는 토론’으로 아랍권에 비로소 자유언론의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알자지라의 독립성이 위태롭다. 한 때 아랍CNN이라는 평판까지 들었지만 이제는 아랍FOX로 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다.


알자리라가 세계적인 방송사로 등장한 것은, 2001년 9․11 테러 한 달 후 그 유명한 오사마 빈 라덴 ‘성명’과 ‘인터뷰’를 통해서다. CNN을 통해 중계된 ‘성명’에서 빈 라덴은 왜 미국을 ‘공습’했는지, 그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했다. 그는 또 다른 ‘인터뷰’를 통해 ‘미국과의 전쟁’이 계속될 것임을 천명하기도 했다. 미국 안방에는 CNN 등을 통해 전달됐지만, 그 화면에는 ‘알자지라 단독’이라는 ‘출처’가 명시돼 있었다. 아랍위성방송 알자지라가 전세계에 그 이름을 널리 알린 결정적 계기였다. 알자리라에게는 ‘아랍의 CNN’이란 별칭이 따라 붙었다.

그 때 알자리라는 아랍권에서 이미 성역 없는 보도로 유명했다. 이집트와 리비아,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권 거의 모든 국가의 집권자들에게 알자지라는 경계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알자리라는 이라크의 후세인이나 리비아의 가다피, 이집트의 무바라크를 ‘독재자’ 혹은 ‘겁쟁이’라고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들 집권자들이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하는 ‘정치적 반대자’를 초청하는데도 거리낌이 없었다. 알자지라의 비판은 팔레스타인 아라파트 의장도 피해가지 못했다. 아랍권 통치자들이 처음 겪는, 언론의 거센 비판이자 도전이었다.

알자지라는 중동지역의 분쟁과 전쟁 취재에서도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무엇보다 ‘아랍 시각’ ‘시민의 시각’에서 그 현장을 생생하게 전했다. 2000년 제2차 팔레스타인 무장봉기 때는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인한 팔레스타인들의 피해 참상을 전세계에 알렸다. 서방언론들이 팔레스타인들의 공격만을 부각시킬 때였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도 끝까지 현장에 남아 민간인 피해 상황 등을 집중 보도했다.

이 때문에 알자지라는 서방 국가들로부터는 테러를 옹호하고, 서방을 공격하는 ‘이슬람방송’이라는 비난을 들었다. 아랍 통치자들은 거꾸로 얼치기 ‘서구 자유주의 언론’이라고 비난했다. 알자지라 지국과 기자들은 아랍권 대부분의 국가에서 한 번씩은 폐쇄당하거나 추방당하는 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알자리라에 대한 아랍 민중의 호응은 뜨거웠다. 이슬람권의 TV시청자들은 ‘알자지라 시청자’와 ‘그렇지 않은 시청자’로 양분됐을 정도다. 알자리라는 그 성공에 힘입어 2006년부터는 영어방송도 내보내고 있다.

카타르국왕 ‘독립언론’ 꿈 접었나?

알자지라 성공의 바탕은 바로 ‘방송의 독립성’이었다. 설립자인 셰이크 하마드 빈 할리파 알사니 카타르 국왕의 뜻이 그랬다. 그는 무혈쿠데타로 아버지를 몰아내고 1996년 왕위에 올랐다. 영국에서 교육을 받은 그는 카타르의 현대화를 위해 입헌군주제를 도입하고, 여성 참정권을 허용하는 등 민주주의 제도의 도입을 추진했다. 그 첫 작품이 바로 알자지라였다. 마침 BBC아랍TV가 문을 닫는 것을 호기로 삼았다. 그 주요 인력을 알자지라로 끌어들였다. 그는 알자지라가 아랍권의 ‘민주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그런 알자지라가 ‘아랍의 봄’ 이후 확 바뀌었다. 카타르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선전기구가 됐다는 것이다. 1년 전 알자지라를 그만 한 특파원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알자지라의 보도방향은 카타르 외무장관이 정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실제 바레인의 민주화 시위 사태를 알자지라는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반면에 시리아 사태는 반정부세력의 저항을 지지하는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에 이집트 시위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보도태도를 취하고 있다. 대신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과 집권당인 무슬림형제단에겐 우호적이다. 바로 ‘카타르의 이해관계’ 때문이다. 카타르(국왕)는 바레인과 이집트 집권세력과 친하다. 또 시리아 반정부세력에 대해서는 무기와 돈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아랍CNN이 아랍FOX가 됐다”는 이야기가 나올만하다.

무엇이 ‘국왕’의 생각을 그렇게 바꾸었을까? 민주주의 입헌군주를 자임했던 그이지만 ‘피플 파워’의 기세와 위협에 그 본원적 한계를 분명하게 드러낸 것일까? 언론의 논조는 결국 사주나 광고주 처럼 돈을 내는 사람의 입맛대로 결정되는 수밖에 없는 것일까?

어쨌든 ‘아랍의 봄’을 불러 온 알자지라가 바로 그 때문에 시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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