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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여행, 그 환상과 현실

[기타] | 발행시간: 2013.03.06일 21:06

[한겨레]이동미의 머쓱한 여행

누구나 인생에 한번쯤 크루즈를 꿈꾼다. 크루즈란 말에는 왠지 모를 ‘낭만’과 ‘판타지’가 있다.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스페인, 몰타, 튀니지 등을 항해하며 도는 지중해 크루즈란 얼마나 근사한 경험인가. 나도 크루즈를 타봤다. 그런데 장소가 좀 그렇다. 아부다비에 도착해서 디너 크루즈 일정표를 받았을 때, 이건 내가 상상하던 크루즈와는 다를 것 같다는 감이 왔다. 그래도 우리가 묵었던 호텔은 아부다비에서 가장 현대적이고도 미래적인 디자인의 초특급 호텔이었고, 우리는 호텔에 잠시 들러 근사한 옷으로 갈아입고 크루즈를 타러 갔다. 패션 여성지의 기자는 크루즈에 딱 어울리는 머린룩으로 차려입었고, 웬만해선 옷을 잘 갈아입지 않던 여행기자 선배도 자신이 가져온 옷 중 가장 멀끔한, 부드러운 하늘색 셔츠와 하얀색 바지로 차려입고 나타났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우리가 탄 크루즈는 아부다비의 전통 배인 다우(Dhow)를 타고 강을 건너며 저녁식사를 하는 것이었다. 오래된 나무배는 운치가 있었지만, 강에서 흘러나오는 악취는 참기 힘들었다. 드디어 배가 출발했지만, 사방은 칠흑처럼 어두워서 보이는 것도 없었고, 강은 작고 좁았다. 바람은 세서 머리카락은 사방으로 휘날렸다. 그야말로 차려입고 승선한 사람들의 의상이 참으로 무색해지는 밤이었다. 크루즈에는 우리 말고도 두 남자가 더 있었는데, 마치 파리에서 갓 건너온 듯한 패션의 재킷과 바지, 머플러를 두른 멋쟁이 남자들이었다. ‘너네도 뭐 아는 것 없이 그냥 배에 탔구나.’ 지루한 두 시간을 보내고, 모두들 코를 잡고 배에서 내렸다. 크루즈 하면 나는 이때의 경험이 가장 먼저 기억난다, 억울하게도.

의외로 신나게 즐겼던 크루즈도 있다. 캄보디아의 해변 휴양지 시아누크빌에서다. 아침에 출발해 배를 타고 나갔다가 저녁때 돌아오는 보트투어다. 3층 규모의 배 안에는 1층 점심 먹는 레스토랑, 2층 바, 3층 일광욕을 할 수 있는 옥상 데크가 갖추어져 있었다. 30여명을 태운 배는 정착해 스노클링도 하고, 무인도에 들러 ‘리버워킹’과 ‘정글트레킹’도 한다. 하지만 말이 리버워킹이지, 바다와 만나는 지점의 고인 강물은 유난히 누렇고 탁했다. 발밑에서는 기분 나쁘게 뭔가 물컹거리는 느낌도 들었다. 몇 명은 들어가다 되돌아 나왔다. 인솔하는 스태프는 여행객들에게 비닐봉지를 나눠주었다. 이 리버워킹의 목적은 자연생태를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떠다니는 폐비닐과 쓰레기를 줍는 일처럼 보였다. 실제로 스태프는 쓰레기를 주워 오길 당부했고, 사람들은 쓰레기를 줍다 나왔다.

반전은 돌아오는 배 안에서 생겼다. 2층 바에서 술 마시기 대회가 열렸는데, 방법은 그냥 ‘원샷’하는 것이 아니라, 스노클링할 때 쓰는 수경을 쓰고 숨대롱으로 내려오는 맥주를 단숨에 마시는 것이다. 각국의 용감하고 젊은 남자들이 ‘도전’을 외쳤고, 350㎖ 정도 되는 맥주를 바텐더가 숨대롱 안에 순식간에 부어댔다. 남자들의 목울대가 숨가쁘게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했다. 다 마신 남자들은 눈물을 글썽이며 즐거워했다. 그렇게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른 배 안은 어느새 신나는 음악과 함께 무도장으로 바뀌었다. 스페인에서 온 잘생긴 남자애가 느끼한 허리돌리기를 하며 옆에서 춤을 춘다. 아, 이런 크루즈의 묘미도 있었네!

이동미 여행작가 한겨레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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