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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노인엔 月20만원도 福音(복음)… "기초연금만 기다리고 있어요"

[기타] | 발행시간: 2013.03.23일 03:01

[7] 빈곤 노인 돕는 기초연금

자식 있어 기초수급자 제외된 빈곤 노인들이 가장 큰 수혜 "약값·식비에 도움 줄 큰돈"

소득 주는데 질병은 늘고… 노인 빚 부담 갈수록 급증… 소득대비 대출액 193% 육박

"정부 현금지원 더 확대해야… 노인 일자리 창출도 병행을"

서울 정릉3동에 사는 김모(78·여)씨는 시에서 운영하는 '노인 도우미'로 선정돼 인근 경로당의 총무로 일한다. 지난해에는 지하철에서 청소를 했다. 일주일에 3시간씩 일하고 월 20만원을 받는다. 남편(83)의 6·25 참전 유공자 지원금(15만원), 두 노인이 받는 기초노령연금 월 15만1400원까지 합쳐 한 달 벌이가 50만원 정도다. 두 노인은 전세금 7500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 빚 2000만원을 지고 있어 이자를 갚고 공과금을 내면 생활비는 30만원이 안 된다. 40대 아들이 둘이나 있지만, 어렵긴 마찬가지라 도와달란 말을 꺼낼 처지가 아니라고 했다. 김씨는 "아들들도 실직하고 그래서 형편이 어렵다"고 했다.

지난 19일 두 노인의 저녁상에 올라온 반찬은 된장찌개와 김치뿐이었다. 김씨는 "우리도 싱싱한 생선 같은 거 먹고 싶은데 형편이 안 돼서 자주 못 먹는다"고 했다. 허리가 아픈 남편은 몇 년 새 한 번도 병원에 가보지 못했다.

김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으로 바꾸고 20만원으로 올려준다고 했으니 기다리고 있어. 쓸 데야 많지. 반찬 좀 낫게 먹고 싶고, 병원 가서 물리치료도 받아보고"라고 했다.

김씨 부부는 현재 기초노령연금을 월 15만1400원씩 받고 있어 기초연금으로 개편될 경우 두 사람이 합쳐 32만원을 받게 된다. 지금보다 16만원 정도 더 받는다. 현재 소득보다 30% 정도 늘어나는 셈이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1인당 최고 20만원까지 지급되지만, 현행 기초노령연금과 마찬가지로 부부가 함께 받으면 20%를 감액하기 때문에 김씨 부부는 40만원이 아니라 32만원을 받는다.

◇노인들 "생선 반찬 먹어보고 싶다"

김씨 부부처럼 가난한 노인들에게 1인당 최고 20만원을 지급하는 기초연금은 큰돈이다.

특히 성년 자녀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정부의 지원 대상인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제외된 빈곤 노인들은 "우리한테는 '복음'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지난 19일 서울 북아현동에 사는 노모(81)씨의 방에는 밀린 휴대전화 요금 고지서와 각종 청구서가 쌓여 있었다.

노씨는 이 동네에서 40년 넘게 살면서 3~4년 전까지 인근 시장에서 강냉이를 팔아 생계를 이어왔다. 노씨는 퇴직한 아들이 있어 기초생활수급자 지정을 받지 못했다. 기초노령연금 등을 합쳐 한 달에 20만원 정도로 산다고 했다. 그는 "노인들에게 20만원까지 준다니 이렇게 고마운 일이 없다. 그동안 콩자반을 많이 먹었어. 시장 가서 맛있는 반찬 좀 사먹고 싶어"라고 했다.

지난 20일 성산동 임대아파트 경로당 근처에 모인 노인 4~5명은 약값 이야기를 많이 했다.

박모(72)씨는 "우리 같은 늙은이들은 혈압약, 당뇨약, 한의원에서 맞는 침, 무릎 아플 때 병원서 맞는 주사니 뭐니 한 달에 10만원씩은 들어가서 돈이 무서워"라고 말했다. 그는 "기초연금을 20만원으로 늘려주면 한의원 가서 침이라도 한 대 더 맞을 수 있지 않으냐"고 반색했다.

오미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노인 가구들은 소득이 늘기 어렵고, 특히 빈곤 노인층은 상당수 국민연금도 받지 못한다"면서 "이런 빈곤 노인층에는 기초연금을 포함해 정부가 현금 지원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난과 질병에 악화되는 노인의 삶

소득 감소와 질병 등으로 고령층의 빚 부담은 젊은 세대와 비교해 훨씬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튼튼한 연금제도가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에 은퇴 이후 소득이 급감하는 현상이 결정적인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소득이 부족하니까 빚을 더 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11년 말 기준으로 60대 이상의 연소득 대비 금융회사 대출액 비율은 192.9%였다. 연간 1000만원을 버는 집이라면 대출이 1929만원 있다는 뜻이다. 이 비율이 40대는 147.6%, 40세 미만은 115.2%로 노인층보다 낮았다.

주택 대출을 받은 사람 중에서 나이가 많을수록 대출 용도에 '생활비를 얻기 위해서'라고 답한 비중이 커지는 추세도 나타난다. 2011년 조사에서 생활비 조달 목적의 주택 대출 비중은 30대 이하에서 30.9%인 반면 50대 이상은 55.9%였다.

기초연금을 통한 현금 지원 외에도 노인층 일자리 확대 등으로 자립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재학 자산관리공사 신용회복관리부 팀장은 "기초연금 제도를 보강하는 것과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늘려주는 것을 병행해야 노인 가정에 실질적인 소득 증가를 불러올 수 있고, 빚 부담 때문에 무너지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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