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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문학상응모작품] 나의 두번째 고향-북경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3.03.23일 11:59
/박광익 (흑룡강)

천안문광장에서

국어사전에서는 고향이라는 명사에 대해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 마음속에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내가 8년간 사업하고 생활해온 북경을 나의 두번째 고향이라 부른다.

북경을 떠난지도 벌써 2년이 지났지만 2003년 봄에 내가 고향을 떠나 북경으로 갈 때의 그 이름못할 애수와 쓸쓸함, 그리고 북경에서 있었던 여러가지 일들은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북경역, 수도국제공항은 내가 친인들과 절친한 사람들을 마중하고 전송해준 기쁨과 슬픔이 슴배인 곳이고 왕부정거리, 장안거리, 전문대가 등지는 내가 사진을 찍으며 발자국을 남긴 곳이며 천안문광장, 천안문성루, 옛북경먹자거리 등 거리는 내가 매년마다 10여차씩 다니던 익숙한 곳이고 수도박물관, 북경민족박물관, 자연박물관, 련환화전기관은 내가 견식을 넓힌 곳이다.

팔달령만리장성, 향산공원은 내가 소중한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하루를 보낸곳이고 로구교, 중국인민항일전쟁조각공원, 중국인민항일전쟁기념관, 중국인민해방군군사박물관 등은 피어린 력사를 료해한 곳이며 명성벽유적지공원, 중국우정우표박물관, 신화문, 정양문 등은 나의 력사지식을 넓혀준 곳이고 도연정공원, 옥연담공원, 룡담공원에는 나의 그림자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다.

천단공원, 지단공원, 일단공원 등 공원에서 나는 황궁의 력사를 배웠고 금해호, 연서호, 조양공원에서 나는 여유작작 배놀이를 즐겼었다.

옹화궁, 만수사, 대종사, 광화사에서 나는 불교문화를 체험했고 송경령옛집, 곽말약박물관, 리대소옛집, 로신박물관, 모순옛집, 로사박물관에서 나는 명인들을 료해했다.

그리고 망경(왕징)의 캐빈스키호텔, 동황개려호텔, 복태주점, 방형호텔 등에는 내가 지도를 보며 취재하던 발자국이 찍혀있고 강하연사장이 경영하는 북경중심호텔은 내가 근 석달동안 주숙하며 《조선민족의 타향별곡-북경거주 겨레의 삶》 특별보도를 하던 곳이다. 한라산, 옥류관, 삼송각, 권금성, 소래포구, 돈우리, 백마강은 내가 술잔을 기울여본 곳이고 전취덕, 동래순, 마라유혹은 내가 전통브랜드를 맛본 곳이다... 하지만 이런 잊지 못할 곳들과 에피소드들은 인제는 옛말로 되였으며 애오라지 추억속에 남았을뿐이다.

2003년 5월은 북경을 휩쓴 사스가 최고봉에 처해 매일마다 수백명이 격리되고 수십명이 감염되거나 사망되던 때였다. 그리하여 북경에 진출했던 많은 사람들은 사스에 걸릴가봐 분분히 고향으로 돌아왔었다. 하지만 어느 한국회사에 창고관리원 자리가 있다는 안해의 전화를 받고 나는 무작정 북경행을 결정했다.

2002년, 우리부부는 60무 논에 벼농사를 지었다. 논밭에 붙어살며 알뜰히 관리한 보람으로 벼자람새가 좋았고 아지도 많이 쳤었다. 푸르싱싱하게 자라는 벼를 보면서 우리부부는 웃음집이 흔들거렸다. 그런데 누가 알았으랴? 벼꽃피는 시기부터 보기드문 저온랭해가 지속될줄을! 벼들은 수분을 제대로 받지 못한데다가 서리가 일찍 내린 탓으로 40%의 감산을 초래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콤바인으로 벼를 거두어들인다고 기다린것이 10월 중순에 그만 큰 눈이 내렸다.

여름내내 구슬땀을 흘리며 가꾼 벼가 쭉정이로 되여버린 논밭을 쓰린 마음으로 둘러보고 집으로 돌아온 안해가 입을 열었다. 《아들애가 고중공부를 하면서 많은 돈을 써야 할텐데 생각외로 농사가 이렇게 되였으니...저와 가영이 엄마, 홍파 엄마 등 몇몇 친구들은 생각던끝에 북경으로 가서 돈벌 일을 토론한적 있어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침묵이 흘렀다. 잘 살지는 못해도 농사를 지으며 지금까지 세식구가 오붓하게 아기자기 살면서 아들애 교양과 공부를 중시해온 우리부부다. 실상 나에게는 농민이라는 신분때문에 모 현급조선말방송국의 기자로 되지 못한 가슴 아픈 과거사가 있고 안해에게는 가난한 가정때문에 하고싶은 공부를 못한 한이 있었다. 이처럼 애통하고 가슴 아픈 과거사가 있었던 우리부부였기에 아들애를 꼭 어엿한 대학생으로 키우리라 결심했던것이다. 심지어 안해는 아들애 때문에 출국기회를 포기하고 지금까지 고향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쭉정이농사로 장부가 거꾸로 서게 된 현실은 계속 논밭과 씨름할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지금은 벼값이 눅고 팔기가 힘들어 농사를 지어봤자 남는 돈이 얼마 안되며 또 아들애의 대학공부 뒤바라지를 잘하기 위해서는 농사를 그만두고 도시로 가는것이 상책이였다.

《글쎄...별 뾰족한 방법이 없구만. 그럼 당신이 친구들과 같이 먼저가 일하면서 합당한 일자리가 있는가 알아보오. 나도 당신을 따라 인차 북경으로 가야지...》 이렇게 되여 안해는 그해 10월중순에 북경으로 떠났다.

일자리 소식을 접한 나는 아들애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또 아들애가 공부를 열심히 하여 꼭 대학에 붙겠다는 약속을 들은후 마침내 상경하기로 했다. 내가 북경으로 가련다는 말에 친구들과 친척들은 물론 부모님들과 형제들도 반기를 들었다. 몇달후 사스가 좀 즘즘해지면 북경으로 가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마음먹으면 꼭 그대로 하는 성미인 단연히 북경행 렬차에 몸을 실었다. 사스에 걸릴 위험을 무릅쓰고.

북경에 도착한 3일만에 나는 통주구 장가만진에 자리잡은 한국기업의 창고관리원으로 취직했다. 회사에서 주숙을 책임진 전제하에서 3개월의 시용기간에는 월로임 800원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내가 열심히 맡은바 업무에 임한데서 두번째달에는 900원을 받았고 3개월후부터는 1200원, 반년후에는 1500원을 받게 되었다. 입사 1년후에는 계장으로 승진하고 사무실에 들어가 문건작성, 번역, 자재관리, 자재구매, 자재수입을 맡은 관리자로 되였으며 그 후에는 대리를 거쳐 후근, 위생, 소방, 인사, 행정, 총무 등을 책임진 과장노릇을 몇년간 해보기도 했다.

실말이지만 내가 그때 사스에 걸릴 위험을 무릅쓰고 상경했기에 회사생활을 할수 있었고 도시문명과 접촉할수 있었으며 비록 주말부부였지만 서로간의 감정을 더 돈독히 할수 있었고 4년동안 아들애의 대학공부 뒤바라지를 무난히 할수 있었으며 중년에 《출세》하여 장자붙은 《벼슬》을 해볼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북경에서 보낸 8년은 배우고 분발하고 관념을 갱신해온 보람찬 8년이였고 자신의 실력을 키워온 뜻깊은 8년이였으며 또 글쓰기에서 제일 휘황한 전성기를 맞이한 빛나는 8년이였다. 한사람의 일생에서 몇개의 8년이 있으랴?! 이같은 의미에서 수도 북경을 나의 두번째 고향이라고 해도 조금도 과분하지 않을것이다.

비록 북경생활에서 이런저런 유감과 아쉬움도 있었지만 북경에서의 8년 세월은 내 일생에서 영원히 잊을수 없는 소중한 추억으로 새겨지고 아름다운 한단락으로 남을것만은 틀림없다.

아, 북경! 나의 두번째 고향이여!

한국 서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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