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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마초’보다 ‘훈남’… 주말 요리강좌 남성 비중 최대 35%

[기타] | 발행시간: 2013.03.29일 22:06

ㆍ요리 삼매경에 빠진 남자들

ㆍ싱글남은 혼자서도 잘 챙겨 먹으려고, 유부남은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배워

지난 19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충무로의 샘표 본사 10층. 흰색 가운을 입은 한 여성을 주시하며 빨간색 앞치마를 두른 30~40대 남자 18명이 모여 있다. 여성은 요리강사이고, 남성들은 수강생들이다. 강사의 말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메모를 열심히 하는가 하면, 수시로 질문을 던지는 이도 있다. 강의실 한쪽에는 대형 모니터가 설치돼 있어 식재료를 다루는 강사의 손놀림을 클로즈업해 방영하고 있다. “닭봉(닭날개의 일부)의 핏물을 빼려면 찬물에 담그라고 하셨는데 몇 분간 담가야 해요?” “어떤 게 피망이고, 어떤 게 파프리카죠?” 식품회사 샘표가 매달 한 번씩 남성을 대상으로 여는 ‘우리 발효 남수다(남자들의 맛있는 수다) 요리클래스’ 풍경이다. 이날 실습할 메뉴는 가쓰오볶음우동과 간장닭봉구이였다.

강사의 요리설명과 시연이 끝나자 세 명씩 한 조를 이뤄 직접 조리를 시작했다. 채소와 해산물을 씻어 썰고 닭봉에 칼집을 내며 국수를 삶는 일을 분담해서 하는 솜씨가 서툴기는 해도, 표정만은 진지하기 그지없다. 수강생 중 한 명인 한권일씨(33·한국베름 부장)는 “결혼 3년차인데 내달 첫애가 돌을 맞고 둘째는 5월에 태어난다”며 “유아원 교사로 일하면서 임신과 출산으로 고생하는 아내에게 맛있는 요리를 해주려고 아내 몰래 등록했다”고 말했다.

■ 아내도 힘드니까 그리고 아내가 없더라도

하루 앞선 18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한국조리사관직업전문학교 502호에선 머리가 희끗한 50~60대 남성들이 요리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영등포구청이 은퇴를 준비 중이거나 은퇴한 남성 시니어들의 건강한 자립을 돕기 위해 개설한 ‘쿠킹 마이 라이프(Cooking My Life)’ 현장이다. 행여 아내 없이 홀로 남더라도 스스로 밥상을 차릴 줄 알아야 살아갈 수 있다는 현실적 이유도 개설의 한 배경이다. 이곳에선 된장국, 김치찌개, 두부조림, 겉절이, 해물탕 등 주로 일상생활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음식조리법을 가르친다. 이날 메뉴는 버섯강된장찌개와 양배추찜이었다. 벽지판매회사를 운영하는 수강생 이문희씨(61)는 “아내가 신문기사를 보고 권유해 등록했다”면서 “딸이 7월에 출산하면 아내가 직장 다니는 딸을 대신해 손주를 돌봐주러 집을 자주 비워야 하기 때문에 그때를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 공사에서 처장까지 한 후 은퇴한 김종기씨(60)는 “은퇴 후 여유가 생겨서 배우기 시작했고 집에 가서 요리를 해줬더니 아내가 아주 좋아했다”고 말했다.

‘요리 배우는 남자’가 늘고 있다. 백화점 문화센터나 식품회사, 또는 구청이 마련한 요리강좌는 해마다 남성 수강생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수도권에 위치한 20개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의 봄철 요리강좌를 분석한 결과 2013년 남성 회원 비율은 19%였다. 2011년만 해도 평균 5%에 불과하던 남성 회원 비율이 2년 새 300% 가까운 신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현대백화점도 주요 요리강좌의 남성 비중이 2011년 평균 7%에서 2013년 15%로 늘었다. 특히 주말 요리강좌의 남성 비중은 최대 35%에 달한다. 현대백화점 홍보팀 이재현 문화센터 실장은 “백화점 문화센터 요리강좌의 경우 남성 회원 중 20~30대 비율이 80% 이상”이라고 말했다. 남성 수요가 많아지면서 남성만을 대상으로 한 요리강좌도 늘었다. 샘표, 서초구, 영등포구에서 남성 전용 요리강좌를 열고 있다. 샘표 홍보팀 오두진 대리는 “여자들 틈에서 요리를 배우는 게 부담스럽고, 기초부터 배우고 싶다는 남자들의 의견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2009년 남성 강좌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20~30대 싱글남은 남녀혼합 강좌를, 40대 이상 기혼남은 남자들로만 구성된 강좌를 선호하는 것도 흥미로운 차이점이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식품광고·부엌용 가전제품 광고도 남성 위주로

요리전문채널인 올리브TV의 요리오디션 프로그램 <마스터 셰프 코리아> 참가자는 여성보다 남성이 더 많다. <식객>(김래원), <스타일>(류시원), <파스타>(이선균) 등 미남 셰프가 주인공이거나 연인에게 요리해주는 남성의 모습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해진 지 오래다.

요리하는 남성이 많아지면서 식품업체 마케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존 여성모델이 주를 이루던 식품광고와 부엌용 가전제품 광고가 ‘훈남’ 위주의 남성모델로 바뀌었다. CJ제일제당 백설과 해찬들은 각각 고수와 신하균, 샘표는 이선균, 쿠첸은 장동건, 쿠쿠는 원빈, 삼성 지펠 냉장고는 이승기와 싸이가 모델이다. 부엌살림 구매자 성비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옥션의 경우 최근 한 달간 주방생활 관련 상품 구매객 중 남성 비율이 50%였다. 3월을 기준으로 할 때 2010년 40%, 2011년 43%, 2012년 45%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락앤락의 인터넷 쇼핑몰도 남성 고객 비율이 2008년 22%에서 2012년 45%, 2013년 현재 47%로 늘었다.

경향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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