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동차 연비 거품 빼기에 나섰다. 연비 산출 방식을 개선해 기존 연비값보다 최대 4.4%가량 낮추고, 시판 중인 차량을 조사해 연비가 과장돼 있으면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하지만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연비를 측정하고 사전 검증이 미흡한 상태여서 연비 체감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연비 산출식에 적용되는 탄소 함량 밀도값을 현실화해 휘발유차의 경우 4.4%, 경유차 3.5%, LPG차 2.9%씩 연비를 낮추는 등 연비 개선 방안을 30일 발표했다. 예를 들어 현재 휘발유 1ℓ로 13.9㎞를 주행하는 것으로 표기한 아반떼의 연비는 13.3㎞로 줄어든다.
지난해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연비 과장으로 대규모 소송을 당하는 등 문제가 불거지자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산업부는 또 시판 중인 차량을 조사해 연비 표시 위반이 적발되면 해당 업체에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현재 최고 500만원의 과태료 부과에서 처벌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검증 시 허용 오차 범위는 -5%에서 -3%로 낮추고, 검증 차종도 현재 3∼4%에서 올해 안에 6%, 내년 8%, 2015년 이후 10%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소비자시민모임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소비자단체가 검증 과정에 참여토록 한다. 검증 이후에는 조사 결과의 업체명, 차종명, 측정결과 등 정보를 공개한다.
하지만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연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 기아, 르노삼성, 한국지엠, 쌍용 등 완성차 5사와 혼다, 닛산, BMW 등 수입차 11개사는 모두 연비를 자체 측정하고 있고 포드, 볼보 등 7개사만 공인기관을 통해 연비를 산출하고 있다. 미국은 자체 신고한 연비를 당국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은 공인 기관이 시험하거나 제작사 자체 시험에는 공인 시험관이 입회하도록 한다.
또 최종 생산 단계 이전에 사전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박진호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간사는 “연비 현실성이 다소 나아지기는 하겠지만 운전자들이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예산을 늘려서라도 제조사들이 자체 측정할 때 객관적인 사전 검증과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희봉 산업부 에너지절약추진단장은 “표시된 연비와 운전자들이 느끼는 체감 연비 간 격차가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 “제조사 자체 측정 문제를 비롯해서 객관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아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kyunghyang.com>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