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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 인명구조견 '비룡' "내년 재난현장 누벼야죠"

[기타] | 발행시간: 2013.05.12일 23:36

국립축산과학원 류재규 연구관이 은퇴한 인명구조견을 복제해 태어난 비룡이를 안고 있다. 국립축산과학원 제공

■ 특수목적견 양성 비용 65% 절감 가능

은퇴한 '백두' 체세포 복제

우수 유전자 그대로 받아 어린나이에도 훈련 척척

복제 통한 특수목적견 양성

자연교배·인공수정보다 비용은↓ 성공비율은 ↑

유전병 선별 기술도 연구 중

지난해 4월 경기 남양주시 중앙119구조단에서 약 6년 동안 국민의 생명을 지켜온 한 단원의 은퇴식이 열렸다. 관계자 70여 명이 참석해 이 단원의 명예로운 은퇴를 축하했고, 국내외 재난 현장을 누비며 맹활약해온 데 대해 공로패를 수여했다. 2008년 중국 쓰촨성 지진 때 그는 현장을 수색하다 유리 파편에 다리가 찢어졌지만 즉시 15바늘을 꿰매고 다시 수색에 나서는 투혼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 단원의 이름은 '백두'. 2003년생 독일 셰퍼드 수컷이다. 각종 재난과 인명 구조 현장에 없어선 안 될 베테랑 인명구조견으로 활약하다 늙어서 은퇴한 것이다. 그 백두를 쏙 빼닮은 녀석이 최근 태어났다. 백두의 뛰어난 능력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복제견 '비룡'이는 이르면 내년 말쯤 현장에 투입될 수 있을 전망이다.

베테랑 유전자 그대로 가져와

비룡이는 백두의 체세포에서 태어났다. 은퇴 전 미리 채취해 보관해둔 백두의 체세포를 핵을 제거한 다른 개의 난자에 주입하고, 체세포의 핵과 난자를 융합시켜 수정란을 만들었다. 이 수정란을 대리모 개에 이식해 지난해 7월 비룡이가 세상에 나왔다. 출생 후 약 4개월 뒤 소방방재청 중앙119구조단에 인계된 비룡이는 현재 기초 복종과 기본 장애물 훈련, 근거리 산악 수색 훈련을 받고 있다. 좀더 난이도 높은 종합 장애물과 원거리 산악 및 붕괴지 수색 훈련까지 무사히 마치고 최종 시험에 합격하면 본격적인 인명 구조 임무에 투입될 예정이다.

복제 기술로 태어난 첫 인명구조견인 비룡이는 백두의 능력을 거의 100% 물려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비룡이 복제에 참여한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바이오공학과 류재규 수의연구관은 "백두의 유전 정보가 담긴 체세포 핵이 비룡이에게 그대로 복제됐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비룡이는 백두보다 이른 나이에 훈련을 시작했는데도 지금까지 잘 적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두 같은 인명구조견을 비롯한 특수목적견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특정 능력이 뛰어난 개를 선별해 자연교배 또는 인공수정으로 새끼를 얻은 다음 수년 동안 훈련시켜야 한다. 그러나 어미나 아비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자연적으로는 새끼가 그 능력을 그대로 물려받지 못할 수 있다. 뛰어난 특수목적견의 새끼가 훈련을 통해 역시 뛰어난 특수목적견이 될 확률이 지금까지 20~30%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특수목적견으로 양성한 개 10마리 중 7, 8마리가 정작 본래 목적으로 활용되지 못한다는 얘기다.

비룡이가 과학자뿐 아니라 특수목적견을 다루는 공공기관이나 산업계에서도 주목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복제 기술을 이용해 태어난 개는 체세포를 제공한 특수목적견의 유전자를 그대로 가져오기 때문에 특수목적견으로서의 능력이 유전적으로 거의 보장된다.

게다가 특수목적견 한 마리를 기존 방식대로 키워내는 데 드는 비용보다 복제견 한 마리를 양성하는 비용이 더 적다. 예를 들어 자연교배나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개 한 마리를 훈련시켜 마약탐지견으로 키우려면 자그마치 1억 3,000만원 가량이 든다. 국립축산과학원은 그러나 "복제 기술을 활용하면 이 비용이 4,600만원 정도로 준다"며 "특수목적견 한 마리당 약 65%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복제 마약탐지견 훈련 합격률 85%

지금까지 인명구조견 말고도 경찰견, 검역견, 마약탐지견 등의 특수목적견이 일부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간간이 복제됐다. 2007년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팀이 복제한 관세청의 마약탐지견 7마리 중 6마리는 훈련에 합격해 실제 마약 탐지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훈련 합격률로 치면 약 85%로 기존 방식(자체 번식)대로 양성된 일반 훈련견의 합격률(약 30%)의 3배 가까이 된다.

국방부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관세청, 경찰청, 소방방재청 등 정부가 국내에서 공익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특수목적견은 현재 총 794마리다. 임무를 물려받기 위해 훈련 중이거나 키워지고 있는 개도 1,409마리나 된다. 이들을 위해 기관마다 연간 적게는 7,000만원에서 많게는 2억6,000만원을 쓴다. 현재 대부분의 기관에선 자체 번식이나 외부 구매 방식으로 특수목적견 수급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국립축산과학원과 안전행정부는 최근 협약을 맺고 정부 차원에서 특수목적견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했다. 뛰어난 특수목적견의 유전자원을 보존하고 복제를 비롯한 여러 생명공학 기술을 통해 양성 효율을 높이며 장기적, 체계적으로 우수한 종을 길러내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류 연구관은 "훈련을 이미 마친 특수목적견에서 뒤늦게 고관절이형성(엉덩이뼈가 빠지는 병) 같은 유전병이 발견되면 탈락될 수밖에 없다"며 "개에게 잘 생기는 유전병을 어릴 때 선별하는 기술을 연구 중인데, 완성되면 특수목적견 양성 효율 증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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