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기와 수지의 급진전된 멜로에 힘입어 자체 최고시청률을 기록한 MBC <구가의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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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의 습격도, 김태희의 악역 연기도, <구가의 서>를 막을 수는 없었다. KBS 2TV <직장의 신>이 종영함에 따라 새로운 판이 짜여 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 월화드라마 대결 구도에 이변은 없었다.
27일 방영된 MBC <구가의 서>가 수지와 이승기의 로맨스를 앞세우며 16.4%라는 자체최고 시청률을 기록(전국시청률, 닐슨코리아 기준), 월화드라마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낸 것이다. 동시간대 첫 방송된 손예진, 김남길 주연의 KBS 2TV <상어>는 8.2%,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는 11.1%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최근 김태희의 악역 연기에 힘입어 시청률 상승세를 타고 있는 <장옥정 사랑에 살다>와 손예진과 김남길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상어>에 맞서 <구가의 서>가 내놓은 카드는 다름 아닌 이승기와 수지의 로맨스였다. 그동안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며 시청자를 애태운 강치(이승기 분)와 여울(수지 분)의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지면서 이들의 러브라인 역시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부모세대의 악연이 밝혀지면서 긴장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강치와 여울이 선보인 로맨스는 그 자체로 애달픔을 만들어내며 안방극장 시청자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함을 자아 낸 두 사람의 로맨스는 마치 '조선판 우리 결혼했어요'를 보는 착각마저 불러일으켰다.
강치-여울, 사극을 '조선판 우결'로 만들다
시청자를 들뜨게 한 강치와 여울의 로맨스는 극 초반 숲속 장면에서부터 시작됐다. 구월령을 만나 부모세대의 비극적인 과거를 알게 된 여울은 자신을 찾으러 온 강치를 껴안고 안도의 눈물을 흘렸고, 강치는 다리를 다친 여울을 번쩍 안아들고는 거침없는 스킨십(?)을 시도했다. 자연스레 얼굴이 가까워진 두 사람은 미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냈고, 강치와 여울의 어쩔 줄 몰라 하는 부끄러운 표정에서는 이제 막 사랑이 싹 트기 시작한 연인들의 설렘이 묻어나왔다.
"여자가 한 밤 중에 캄캄한 숲에 혼자 다니고 말이지. 요즘 숲이 얼마나 위험한 지 뻔히 알면서 여자가 겁도 없이 말이야"
강치의 말 속에서는 유독 '여자'라는 단어가 반복됐는데, 이는 강치 역시 이제는 여울을 여자로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게다가 "내려주는 건 안 돼. 어디서 쌀 한가미도 안 되는 게 까탈이야. 이럴 땐 그냥 가만히 있는 거야. 시치미 뚝 떼고 그냥 나한테 맡기라고. 어떻게 여자가 그런 것도 못 해. 하나도 안 힘들어. 이렇게 밤새 안고 갈 수도 있으니까 가만히 좀 있어"라고 남자답게 이야기하는 모습에서는 마치 '내 여자는 내가 지킨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여울의 발이 다친 것을 기회삼아 적극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강치와 그런 강치 품에 안겨서 수줍어하는 여울의 모습은 이 둘의 멜로가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음을 알리는 신호탄과도 같았다.
▲ 서로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깨달아 가는 강치(이승기 분)와 여울(수지 분). 27일 방영 <구가의 서>중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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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이 아니었다. 이날 두 사람이 선보인 로맨스는 마치 로미와와 줄리엣처럼 창문을 사이에 두고 알콩달콩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 절정에 달했다. 여울이 강치 품에 안겨 숲에서 내려온 걸 지켜본 담평준(조성하 분)은 두 사람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여울에게 금족령을 내렸고, 방문 밖으로는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한 채 신부수업을 받아야만 했던 여울은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시무룩해져 있었다.
그런 여울을 웃게 한 것은 역시나 강치였다. "그래도 다행이다. 이젠 너 혼자 함부로 숲에 뛰어들지도 않을 테고. 더 이상 나 때문에 위험에 처하는 일도 없을테니까"라며 강치는 여울에게 내린 금족령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여울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만나기만 하면 툴툴대며 여울을 선머슴처럼 대하던 강치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고, 대신 그 자리엔 로맨스가 자리 잡았다.
다름 아닌 신수의 힘을 이용하여 여울에게 꽃 선물을 안긴 것이다. 강치의 기습적인 꽃 선물에 여울은 환한 미소로 화답했고, 강치 역시 여울의 웃는 모습에 기분이 좋아졌다. 이날 두 사람의 로맨스가 빛났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승기와 수지는 말할 때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눈맞춤'부터 시작하여 시종일관 미소를 머금은 채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모습으로 실제 연인 같은 느낌을 만들어냈다. 다른 연기는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로맨스 연기에서만큼은 두 사람에 대한 지적을 찾아볼 수 있는 이유다.
과연 부모세대의 비극과 악연을 극복하고 강치와 여울은 사로에게 진정한 인연이 될 수 있을까. 이래저래 흥미진진한 강치와 여울의 로맨스에 불이 붙은 지금, 당분간 <구가의 서>의 시청률 고공행진은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개인 블로그 (saintpcw.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박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