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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찢고 나온 남자… ‘구월령 앓이’ 심상찮다

[기타] | 발행시간: 2013.07.05일 03:12

MBC 종영 드라마 ‘구가의 서’의 최진혁

[동아일보]

날렵한 턱 선과 콧날, 작은 얼굴에 186cm의 훤칠한 키…. 순정만화 남자주인공 같은 그를 팬들은 ‘만찢남(만화책을 찢고 나온 남자)’이라 부른다. 지난달 25일 종영한 MBC 드라마 ‘구가의 서’에서 ‘구월령’으로 나온 최진혁(28·본명 김태호) 얘기다.

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 ‘월령앓이’의 주인공이 중저음의 목소리로 인사하며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드라마가 끝난 뒤 밥 먹을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빠졌다고 했다.

“길거리를 지나다니거나 영화 시사회에 가면 예전에 비해 확실히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진 걸 느껴요. 광고도 조금씩 들어오고요. ‘구월령으로 얻은 게 많구나’ 하고 느끼죠. 사실 ‘캐릭터빨’이잖아요. 하하.”

인간인 여자를 사랑한 비운의 남자 구미호 역할 때문에 고민도 많았다. 그는 “지금까지 없었던 캐릭터여서 연기하기 힘들었다”며 “상상력을 최대한 동원하고, 같은 소속사인 정우성 형님에게 조언도 많이 구했다”고 했다.

2006년 KBS ‘서바이벌 스타 오디션’으로 데뷔한 최진혁은 그동안 드라마 ‘파스타’(2010년) ‘로맨스가 필요해’(2011년) ‘내 딸 꽃님이’(2011년) ‘판다양과 고슴도치’(2012년)에 출연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연예계 데뷔를 후회하려던 차에 기회가 찾아왔다.

“데뷔 후 수년이 흘러도 인기가 없고, 스스로도 ‘끼가 없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연기는 재밌지만, 연예계 특성과 성격이 안 맞는 부분도 있었고요. 구월령처럼 좋은 캐릭터를 연기했는데도 주목 못 받으면 연기 그만두자고 생각했죠.”

1, 2회에 반짝 등장한 뒤 극 후반에 천년악귀가 되어 돌아오는 구월령 캐릭터는 처음엔 출연 분량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예상보다 이른 13회부터 다시 등장했고 주인공 수지와 이승기의 러브라인에 밀리지 않는 묵직한 존재감을 마지막까지 유지했다. “월령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재등장하는 시기가 좀 빨라진 것 같아요.”

데뷔 전 R&B 가수를 준비했던 이력을 살려 부른 ‘구가의 서’ OST ‘잘 있나요’도 한때 음원 차트 1위에 오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주위에서 축하 전화가 빗발치자 어머니와 부둥켜안고 펑펑 울기까지 했다고 한다.

“더 많은 감정을 보여줄 수 있었는데, 드라마가 너무 빨리 끝나버려서 아쉬워요. 주변에서 ‘종영 축하한다’고 하면 화를 낼 정도로 섭섭했어요. 빨리 내려놔야 하는데….”

차기작도 정해졌다. 9월 촬영에 들어가는 SBS 드라마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상속자들’이다. 최진혁은 “새 작품에선 대한민국 상위 0.1%에 드는 집안에서 자란 차갑고 도도한 캐릭터로 변신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카리스마 있으면서 때론 까부는 연기도 하는 스펙트럼 넓은 ‘배우다운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하지만 목소리도 중저음이고, 진지한 이미지의 외모라 너무 무거운 역할은 피하려고요. 차기작 역할은 평소에 연기해 보고 싶었던 캐릭터죠. 올해 대운이 있나 봐요. 구월령에 이어 소원을 다 푸네요.”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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