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지영 기자] 지상파 3사 수목극이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현재 수목극 1위는 MBC '해를 품은 달'. 40%가 넘는 시청률로 국민드라마에 등극, KBS '난폭한 로맨스', SBS '부탁해요 캡틴'을 초토화(?) 시켰다.
두 작품 모두 지진희-구혜선, 이동욱-이시영 등 걸출한 스타들이 캐스팅돼 기대를 모았으나, '해품달'이 예상 외로 큰 선전을 하며 수목극 최강자 자리에 올랐다.
'해품달' 열풍이 거세어지자, 후속작들 역시 몸 사리기에 들어갔다. 어떻게든 '해품달'과의 맞대결을 피하기 위해 억지로라도 첫방송 날짜를 미룬 것.
KBS가 먼저 '난폭한 로맨스' 이후 4부작 단막극을 편성하며 20부 마감인 '해품달'을 피하는 방안을 실행했고, KBS '적도의 남자'는 '해품달' 후속작인 '더킹투하츠'와 같은 날 첫방송을 시작하게 됐다.
애초 20부 종영이었던 '부탁해요 캡틴'은 다행히 후속작 '옥탑방 왕세자'와 '더킹'의 첫방송 날짜를 맞출 수 있었다.
하지만 MBC 파업이라는 의외의 변수가 발생, KBS, SBS 역시 고민이 깊어졌다.
통상적으로 방송사들이 파업에 돌입하면 예능 프로그램만 결방돼 왔었지만, 이번에 MBC 노조 측이 초강수를 두며 현장에 있는 드라마 PD까지 파업에 참여토록 한 것.
이에 '해품달'은 종영 2회를 남겨두고 결방되는 드라마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다른 방송사들 역시 눈치를 보다가 결국 첫방 일자를 한주 미루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 드라마 한편의 운명이 지상파 3사 드라마의 운명까지 좌지우지한 것.
'옥탑왕 왕세자'는 물론 '적도의 남자' 역시 단막극 2부작을 대체 편성하고 원래 14일로 예정됐던 첫방송 날짜를 21일로 미뤘다. KBS는 4부작 단막극에 이어 또다시 2부작 단막극을 편성한 것.
이렇게 방송사들의 눈치 작전이 치열한 것은 첫방 시청률이 그만큼 중요한 탓이다. 충성도가 높은 드라마 특성상 처음 승기를 잡는 것이 시청자들을 끝까지 끌고갈 수 있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드라마든 재미가 있고, 작품성이 좋다면 첫방 시청률은 언제든지 역전될 수 있다는 것 또한 각 방송사들이 상기해주길 기대해본다.
첫방 날짜를 놓고 이랬다 저랬다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행태가 과히 좋아보이지만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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