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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육볶음만 주면 어쩌란 거?" 속타는 이주노동자들

[기타] | 발행시간: 2013.06.15일 06:02
[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주노동자로 한국에 온 A(28) 씨는 예전 일하던 수도권 한 공장을 생각하면 아직도 몸서리를 친다.

이슬람교도인 A 씨는 돼지고기도, 술도 먹을 수 없다. 엄격하게 따지면 쇠고기 등 다른 고기도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축됐다는 '할랄'이 인증된 고기만 먹어야 한다.

하지만 점심을 해결하는 공장 구내식당의 반찬에는 대부분 돼지고기가 들어있었다. 저녁 회식이 되면 늘 강요받는 삼겹살과 소주를 거절하느라 고역을 치렀다.

A 씨는 "한국 식당에서는 돼지고기가 많이 나와서 이슬람교도들은 열심히 일하고도 밥을 많이 먹을 수 없어 힘들다"고 했다.

이어 "공장 사장님, 사모님은 돼지고기를 주면서 '다 먹어, 괜찮아' 라고만 했다"며 "평소에는 김치와 맨밥만 먹었고, 달걀이라도 나와야 그나마 밥을 많이 먹었다"고 털어놨다.

네팔에서 온 이주노동자 B 씨는 반대 경우다. 쇠고기 반찬만 나오면 난처해지기 짝이 없다. 소를 못 먹는 힌두교 신자이지만, 나물에도 쇠고기 기름이 들어있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이런 문제를 없애기 위해 이주노동자 스스로 음식을 준비할 수 있게 해주는 곳도 있지만, 따로 먹다 보니 동료들과는 서먹해지기 일쑤다.

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 관계자는 "이슬람교도의 경우 회식할 때 다 돼지고기를 먹는데 혼자 쇠고기를 먹느라 눈치를 보기도 한다"며 "닭고기나 오리고기 같은 경우 무난하게 먹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그나마 서울 대림동이나 경기도 안산처럼 이주노동자가 많은 공단 지역에는 외국인 맞춤형 음식을 파는 가게가 늘어나, 퇴근 이후에는 고향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하지만 정작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공장에서 이런 음식을 접하기란 쉽지 않다. 이러다보니 70만 명에 이르는 이주노동자들로서는 최소한의 욕구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지난 2010년부터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관련 교육을 제공해왔다.

하지만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사업주가 직접 신청해야 교육을 들을 수 있고, 교육을 받아도 별다른 보상이 제공되지 않아 참여율은 매우 낮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음식까지 어떻게 할 수는 없는 거 아니냐"며 "그걸 정부가 다 간섭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과 관련 단체들은 업주에 대한 교육 이후 실질적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꾸준한 감시와 제도적 뒷받침이 이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민주노총 우다야 이주노동문제 담당자는 "법적으로는 종교적, 문화적 차별이 심각할 경우 사업장 이동을 신청할 수 있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이동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만 이미 150만 명을 넘어선 시대. 다른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배려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t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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