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100억원 위조수표를 현금으로 바꿔간 범인들은 그야말로 태연했다. 반대로 은행은 눈 뜨고 코가 베였다. 완벽한 위조 수법에 10년 넘게 돈·수표를 만져 온 베테랑 은행원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위조수표가 우리 손에까지 오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100억원 수표와 같은 완벽한 위조수표에는 어쩔 수 없더라도 적어도 복사기에서 조악하게 뽑아낸 위조수표는 구별할 줄 알아야 조금이라도 안심할 수 있다. 개인은 은행과 달리 일련번호를 조회할 수 없는 만큼 진짜와 위조의 차이점을 정확히 알아야 손해를 덜 보고 살 수 있다.
수표는 크게 ‘정액 자기앞수표’와 ‘비정액 자기앞수표’로 나뉜다. 정액 수표에는 자주 쓰이는 10만원·50만원·100만원 수표가 있다. 현금처럼 금액별로 색과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 정해진 금액이 따로 없는 비정액 수표는 ‘1억원 이하’와 ‘1억원 초과’의 두 종류로만 나뉜다.
정액 자기앞수표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은 ‘무궁화’다. 은행에서 정식 절차를 밟아 발행한 수표는 밝은 빛에 비추면 잿빛 무궁화가 살며시 모습을 드러낸다. 복사기에서 뽑아낸 위조수표는 대부분 이 무궁화가 나타나지 않거나 혹시 나타나더라도 먹물에 번진 것처럼 보인다. 수표용지를 만졌을 때 살짝 돌출된 부분이 있는지도 봐야 한다. 진짜 수표는 용지를 만들 때부터 특정 문양을 얇게 제조하기 때문에 종이의 몇 군데가 살짝 올라와 있다. 그래도 의심된다면 돋보기로 수표 중앙을 자세히 보는 것도 방법이다. 중앙 부분에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작은 글씨로 ‘CHECK’라는 문자가 새겨져 있다. 복사한 위조수표라면 이 글씨가 뭉개져서 보일 가능성이 높다.
비정액 수표의 경우 가장 먼저 ‘자기앞수표’라고 쓰인 부분을 확인해야 한다. 이 글씨는 빛이 비치는 각도에 따라 금색에서 녹색으로 색깔이 변한다. 수표 좌측 상단에 ‘일억원 이하’, ‘일억원 초과’라고 명기된 것도 반드시 살펴야 한다. 1억원 이하 수표는 푸른빛을 띠고, 1억원 초과 수표는 붉은 빛을 띠는 것도 챙겨봐야 한다.
진삼열 기자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