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여야간 폭로와 고성으로 얼룩진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가 의원간 욕설로 파행을 빚고 말았다.
국회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정원 국조 특위)'는 25일 오후 8시 속개된 저녁 회의에서 의원간 '질의 태도'를 놓고 고성이 오가다 결국 욕설을 주고 받는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민주당 의원들이 이성한 경찰청장, 최현락 수사국장 등을 상대로 댓글 의혹 사건에 대한 축소·은폐 의혹을 추궁하면서 다소 언성을 높이자,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를 문제 삼고 나서면서 감정싸움이 시작됐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신청, "국정조사가 아니고 무슨 취조를 하는 것 같다"며 "조사자는 추궁하면서 점잖게 해야 품위가 올라가는 것이지 언성을 높이고 책상을 두드리면서 하면 국민들이 보기에 어떻겠느냐. 수사도 이렇게 윽박지르는 수사는 없다"고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태도를 지적했다.
이에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권 의원이 '검사나 경찰의 수사에서 윽박지르는 일이 없다'라고 했는데, 대한민국 국민 중에 믿을 사람이 있겠느냐"며 "지금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의 수사만 하더라도 협박을 한 사실이 있다. 위원장님께서 반드시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주의를 주셔야 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어 "지금 경찰청 수사국장은 대한민국의 경찰청 수사국장"이라며 "그런데 저희가 보기에는 저 분이 기소가 되어야 되는 상황"이라고 몰아부쳤다.
이에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국회법에 의하면 국회 발언은 상대방에 대해 모욕이나 협박을 해서는 안된다"며 "자기 발언에 동조해 주지 않는다고 해서 고성을 지르고 억압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정조사에 임하는 자세가 안돼 있다는 것"이라고 민주당 의원들을 비판했다.
김 의원은 또 "박영선 의원은 '수사국장이 기소돼야 한다'는 등 심한 얘기를 하고 있다"며 "그럴거면 혼자 수사하고 혼자 재판하고, 다 하시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반발하고 나섰고 특히 박범계 의원은 '인간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9시20분께 회의가 중단됐다.
10분 뒤인 9시30분께 회의가 속개됐지만 오히려 논란은 확산됐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회의 중에 거친 언사가 있을 수 있지만 도저히 있어서는 안되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며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회의중단 10분 동안) 옆방에 있는데 '씨x'이라고 하고 갔다. 어떻게 삿대질을 하면서 '씨x'이라고 하고 갈 수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그러자 박범계 의원은 "조사중지 중에 새누리당 의원 분들이 휴식하는 자리에 갔었다"며 "그 자리에 김재원 의원과 김도읍 의원이 있길래 '김진태 의원의 발언이 좀 심하지 않느냐. 에이씨'라고 했다. 절대 '씨x'이라고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박 의원은 이어 "그것을 어떻게 '씨x'이라고 했다고 할 수 있느냐"며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하는 것을 보니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질의에 나선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정말 안타깝고 민망하다"며 "국민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대신 사과했고, 새누리당 경대수 의원도 "당황스럽고, 국민들께 참으로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진통 끝에 오후 10시30분께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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