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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서 모인 전두환 세 자녀 "우린 낼 돈 없는데 … "

[기타] | 발행시간: 2013.07.27일 13:22
법조계 인사와 추징금 대응 논의

재국 "돈 없다 하면 쇼라고 할 것"

재용 "아버지 치매기, 압수수색 잊어"

이창석 "마이너스통장 쓰고 있다"

“괴롭습니다. (추징금으로) 낼 돈이 없습니다.”(전재국)

 “정말인가요? 세상에선 일가 재산을 다 합치면 1조원대라고 하는데….”(A씨)

 “땅이다 뭐다 다 은행에서 융자받은 게 많습니다. 시공사도 그렇고 허브빌리지도 그래요. 그동안 그런대로 꾸려왔는데 요즘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사업도 안 되고…. 채무 빼고 나면 마이너스 될 것 같습니다.”(전재국)

 “….”(A씨)

 지난 25일 오후 7시 서울 강남의 한 한정식집. 전두환(82)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54)씨가 법조계 인사인 A씨와 이런 대화를 주고받았다.

 재국씨는 “이번 사태가 정리되고 나면 내년께 파산신청을 해야 할 상황”이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이날 저녁 모임에는 재국씨 외에 차남 재용(49)씨, 딸 효선(51)씨, 외삼촌 이창석(62)씨가 동석했다. 서울중앙지검 미납추징금 특별환수팀의 추징 대상자 중 미국에 있는 삼남 재만씨를 제외하고 네 자녀 중 3명과 외삼촌이 모두 모인 것이다. 특히 지난 16일 전 전 대통령 내외가 사는 연희동 사저와 서초동 시공사, 경기도 연천의 허브빌리지 등 17곳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과 검찰 조사 착수 이후로는 처음 만나는 자리였다. 평소 전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A씨가 이들에게 현 상황에 대한 조언과 대응방안을 권유하기 위해서 마련한 자리였다고 한다.

 A씨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우리 사회의 대통령이 퇴임 후 욕을 먹어서야 되겠느냐. 뭔가 해결책이 필요하다. 그런데 전 전 대통령보다는 아들들과 처남이 움직여야 할 것 같다. 그들에게 직언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내가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에 대한 법적 대응방안보다는 바람직한 해결책 모색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재국씨는 2004년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우면서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을 직접 방문해 100만 달러를 예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A씨가 '그건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묻자 그는 “그 돈은 다 써서 남은 게 없다. 그 돈 중 일부는 그림을 사는 데 썼다”고 밝혔다고 한다. 재국씨는 지난달 100만 달러의 성격에 대해 “1989년 미국에서 귀국할 때 남은 유학자금이었다”고 해명했었다.

 저녁 자리에서 재용씨는 “아버님(전두환)은 지난번 압수수색당한 일도 기억하지 못하신다. 금방 잊어버린다”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이 약간의 기억상실 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치매기가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검찰의 압수수색 등으로 인해 큰 충격을 받으면서 증세가 악화된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재용씨는 “어머니(이순자 여사)가 오히려 '지나간 건 기억 못해 가슴 아플 일 없으니 다행'이라고 한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검찰 수사와 여론의 추이, 재산 자진 헌납 방안으로도 흘러갔다.

 A씨는 “전직 대통령인 아버지의 명예와 본인들, 본인 자녀들이 한국에서 떳떳하게 살려면 자제들이 있는 돈 다 털어서 대납하는 게 어떠냐”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러자 재국씨가 “주변 사람들로부터 비슷한 조언을 받았으나 밖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재력이 없다. 그렇게 할 수 없는 게 안타깝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창석씨는 경기도 오산 땅을 몇 년 전 4000억원대에 팔아 거액의 시세차익을 올렸고, 재용씨에게 오산 땅 일부를 저가에 팔아 300억원대의 이득을 보게 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돼 있다. 이씨는 '국민들은 추징금 1672억원을 충분히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A씨의 지적에 “전혀 그렇지 않다. 현재 마이너스 통장을 쓰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가진 게 없다는 이들의 얘기는 A씨에게도 '쇼크'였다. 매우 놀란 A씨는 '돈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는 게 어떠냐'고 권유했다. 그러자 재국·재용씨가 “세상이 믿겠어요? 쇼한다고 하죠. 검찰이 수사를 통해 밝히기 전에는 믿지 않을 겁니다. 그때까지 나서긴 곤란합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편 전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서울중앙지검 미납추징금 특별환수팀 소속 검사와 수사관 7명이 사저에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할 때 집행 중인 검사에게 “수고가 많소. 전직 대통령인데 이런 모습만 보이게 돼서 국민들에게 면목이 없습니다”라고 사과 겸 소회를 밝혔다.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도 그 같은 언급이 있었다고 확인했다. 당시 전 전 대통령은 미안한 마음과 함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추징금 환수 조치에 대한 아쉬움도 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 인사는 “전 전 대통령이 '내가 (12·12 및 5·18 사건으로) 백담사도 가고 감옥도 갖다 오고 몰수·추징도 당했다. 2004년엔 집사람이 수백억원을 대납도 했는데 또 압수수색을 하고…'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난 한 인사는 “전 전 대통령은 예전에 비해 했던 말을 또 하곤 했다”며 “반면에 부인 이 여사는 검찰이 30억원짜리 보험을 압류하자 담당 변호사에게 관련 서류를 전달하고 법적 대응방안을 지시하는 등 정정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조강수 기자

조강수 기자 pinejo@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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