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V 시절 박지성. (스포츠서울DB)


박지성은 왜 런던으로 돌아갔을까.

박지성의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 입단 확정이 미뤄진 가운데 현지 언론들이 이에 대한 여러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는 지난 28일(한국시간) 에인트호번에 도착해 PSV 측의 메디컬테스트를 받았고 다음 날인 29일 계약서에 사인할 것으로 보였다. 워크퍼밋이 필요한 영국을 제외하고 메디컬테스트 뒤 입단 확정은 전세계 모든 구단이 공통적으로 밟고 있는 절차다. 그러나 박지성은 사인을 미룬 뒤 현 소속팀 퀸즈파크 레인저스(QPR) 연고지인 런던으로 복귀했다.

◇30억원 아닌 15억원?

박지성이 PSV에 도착할 때까지 양 측의 견해 차가 적지 않았다는 게 네덜란드로부터 흘러나오는 얘기다. 네덜란드 일간지 에인트호번 다흐블라트는 29일 “PSV는 박지성과 2년 계약을 하고 싶어한다”며 “1년을 계약 뒤 1년을 추가하는 방법, 2년을 계약한 뒤 내년 여름 구단이 계약을 계속 유지할지를 결정하는 조건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메디컬테스트를 받을 때만 해도 내년 시즌 완전 이적 조건과 함께 올시즌 1년 임대료 없이 임대로 뛰는 방안이 유력했으나 박지성 측이 완전 이적을 원하면서 계약기간이 바뀌는 모양새다.

하지만 연봉을 놓고 양 측이 큰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QPR에서 70억원이 넘는 연봉을 수령한 박지성은 PSV 입단을 통한 유럽에서의 명예회복을 위해 금전적인 조건을 대폭 양보했다. 박지성 측 인사는 28일 “세금을 빼면 15억원, 세금을 포함하면 30억원에 조금 못 미치는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에인트호번 다흐블라드’ 보도는 다르다. ‘에인트호번 다흐블라드’는 “PSV는 재정을 위해 지난 2011년부터 개인 연봉 상한을 100만 유로로 설정해놓았고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만 이를 초과해 지급할 수 있는데 박지성은 이런 예외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100만 유로는 우리 돈으로 약 15억원이다.

◇박지성-PSV 접점은?

‘에인트호번 다흐블라드’가 밝힌 100만 유로는 세금을 포함한 액수일 가능성이 높다. 유럽 언론에서 세금을 뺀 연봉을 보도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에이전트는 30일 “사실 30억원이면 PSV를 떠나 네덜란드 1부리그에서도 거의 최고 수준의 금액”이라면서 “박지성이 갖고 있는 경험이나 상품 가치는 매우 높지만 선수 생활 정점에서 내려오고 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 에이전트는 “에인트호번 현지에서 박지성 측과 PSV과 계속 조건을 놓고 줄다리기하는 것으로 안다. 네덜란드 1부리그가 전체적으로 많이 침체되어 있어 몸값 감당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올시즌 선수들 연봉 지급을 위해 에인트호번이 시정부로부터 대출을 받을 예정”이라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유럽에서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원하는 박지성 입장에서도 QPR에서 받던 액수의 5분의 1밖에 안 되는 연봉 15억원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물론 양측이 입단에 원칙적으로 합의를 했고 박지성이 QPR 프리시즌 마지막 경기에 결장하는 등 이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어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메디컬테스트를 통과하고도 세부 조건 문제로 적지 않을 진통이 일어날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박지성과 그의 에이전트, 그리고 PSV가 어떤 접점을 찾아내는가가 관건이다.

김현기기자 silv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