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현민 기자] 고수는 장신영에게 살인죄를 덮어 씌우고, 장신영은 그런 고수의 등을 떠밀어 이요원과의 정략 결혼을 종용했다. 흔한 연인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독특하고 기묘한 그들만의 사랑법이다.
13일 오후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황금의 제국'(극본 박경수, 연출 조남국) 14회에서는 장태주(고수 분)와 최서윤(이요원 분)의 결혼 장면이 그려졌다. 윤설희(장신영 분)의 희생에 다른 결과물이었다.
앞서 최민재(손현주 분)의 비리폭로에 위기에 몰린 장태주는, 급기야 김광세(이원재 분) 의원을 살해하기에 이른다. 게다가 이 살인죄를 자신을 오래 짝사랑한 여인 윤설희에게 뒤집어 씌운다.
윤설희는 그런 장태주를 원망하기 보다는 오히려 안아주며 "필리핀 가지 마라. 거기보다 안전한 곳이 있다. 최서윤 그 사람에게 가라. 그 사람 너 필요하다. 너에게도 그 사람 필요하다"고 말하며 눈물 방울을 떨어뜨렸다. 살인죄를 덮어 쓰는 것도 모자라서 사랑하는 이의 신변을 염려해 다른 여자에게 결혼을 보내는 것.
망설이는 장태주에게 윤설희는 직접 전화 다이얼까지 눌러주는 친절함(?)을 발휘하며 최서윤과 통화를 시켜, 두 사람의 결혼을 종용했다.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가질 않는 사랑법이지만, 현실성이 결여된 만큼이나 그 괴리감은 오히려 시청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이는 조사과정에서도 이어졌다. 윤설희는 시종 장태주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했으며, 행여 장태주에게 일말의 의혹이라도 가지 않기 위해 마지막까지 애를 쓰는 모습을 보여 더욱 쓸쓸함을 자아냈다.
그나마 보는 이를 위안케 했던 장면은 장태주가 조필두(류승수 분) 앞에서 윤설희의 죄를 감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이후 출소하게 될 윤설희를 위해 "내가 누리는 모든 것을 겪을 수 있게 할 거다"라고 진심을 내비쳤던 장면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눈 앞에 두고 싶은 게 일반적인 사람들의 사랑법이라면, 험난한 삶을 헤쳐가는 두 사람의 그것은 분명 다른 이들과 달리 조금 독특하고 기묘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두 사람의 모습은 눈 앞에 있지만 서로를 결코 믿지 않고, 배신을 일삼는 일부 연인들의 방식보다 오히려 훨씬 더 따뜻하고 진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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