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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에 티만이 아니였다.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3.08.26일 15:24
작자: 최균선


20년전, 길림성제1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서예학박사, 문학박사로 성장한 서예가 서영근이 주최하에 "2013년 한,중,일 '별의 시인 윤동주 시와 서예의 만남' 이라는 주제로 열린 서예전시회의 참석차로 유명한 시인 윤동주의 생가와 그가 다니던 모교인 명동학교를 다시 보게 되었다. 이번 서예전은 "하늘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기"를 읊었던 윤동주의 모교로도 유명한 명동학교 옛터에 복원된 새학교에서 열렸다.

  서예전이 끝나자 원학교의 사진을 둘러보면서 저도 모르게 착잡한 생각이 얽히고 서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득히 흘러간 세월의 저 언덕너머에 뚜렷이 떠오르는 비장한 정경들이 내 사색을 사로잡고 있었다. 중국조선족교육의 효시이자 수많은 항일운동가를 배출했던 명동학교는1908년 4월 규암 김약연 등 민족지사들이 설립한 근대적 민족교육기관이었다.

  1910년에 세워져서부터 1925년 일제의 탄압으로 폐교될때까지 10여년간 명동학교는 신문화 보급과 민족의식의 고취에 크게 기여하면서 1,2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하였는데 이들 중에는 항일운동가와 교육자로 민족사에 방명(芳名)을 남긴 이들이 적지않다. 이를테면 시인 윤동주와 청년문사 송몽규, 한국의 유명 감독 라운규 등 우수한 인재들을 배출하며 신문화보급과 민족의식 고취에 크게 이바지했으며 또한 민족지사들의 요람역할을 빛나게 수행했다.

  당시 명동학교가 북간도 민족운동의 근거지로 자리잡자 1920년 청산리전투에서 참패한 일본군은 명동학교를 불태우고 교장 김약연을 체포하는 등 노골적인 탄압을 가했다. 1923년에 출옥한 김약연이 폐허에 임시건물을 지어 다시 문을 열었지만 그 이듬해 특대 흉년으로 명동학교는 경영난에 봉착했다. 중학부가 문을 닫게 되었고 여러 선생들도 떠나갔고 적지않은 학생들도 용정의 각 중학교로 전학해갔다. 초등학교는 명동교회가 운영하며 1930년대초까지 근근득실로 명맥을 유지하였다.

  그후 8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학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담배밭으로 변했으며 '명동학교 옛터' 라고 쓰인 표지석만이 과거 민족운동의 요람이었음을 알려주었을뿐이다. 건국후 다시 세워진 명동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경력이 있다는 정창복이라는 79세 되는 노인의 회상에 의하면 문화혁명시기까지 학교가 존재하다가 개인에게 팔려 허물어졌다고 했다.

  주지하디싶이 역사문물은 한 민족, 혹은 국가의 역사 발전과정에서의 생존, 투쟁, 문화발전의 연혁사 등을 반영하기에 역사문물의 보존은 곧 문화,예술과 과학적가치 보존이며 전민족의 진귀한 문화유산을 지키는 성스러운 사업이다. 윤동주시인의 생가, 수많은 열혈지사들을 배출한 명동학교는 진귀한 역사문화문물로서 세월은 많은것을 씻어가 버렸지만 명동학교는 월강민족으로서 우리 겨레의 수난시대의 견증자이다. 그만큼 거대한 감화력과 의지력을 내재하고 있으며 민족발전행정에서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역사적유대로서의 작용을 체현하고 있다.

  윤동주의 생가와 더불어 그가 다녔던 명동학교를 역사문물로 잘 보존함으로써 민족전통교육을 진행하는 생동한 교재가 된다. 역사문물은 그 민족의 근로하고 용감하고 견정불이한 창조정신과 간고분투한 빛나는 역사의 상징이다. 그로써 민족의 우량한 전통을 계승발양하여 민족의 자신심과 자호감을 증강시킬 수 있기에 후대 교육에서 중요한 현실적 의의를 가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전체적으로 말하면 무릇 역사,문화적문물은 역사연구와 문화의 창신과 발전의 의거이다. 역사문물은 역사문화의 캐리어(载体)로서 역사연구에서의 우선적인 사료이며 과학발명과 문예창작발전에서의 중요한 귀감이고 원천이 되기도 하다. 만약 문물자료, 역사발전계단에 대한 문자기록 등이 없다면 시발점과 연혁과정에 대하여 알 길이 없게 되어 역사문화연구란 말그대로 공리공담이 되고 만다.

  역사문물은 우리 나라, 우리 민족과 세계각국, 여러민족간의 문화교류와 우호관계발전도 촉진할 수 있다. 말하자면 윤동주 생가와 그의 모교의 유적지는 우리가 민족문화를 널리 홍보하고 민족정신을 진흥시키며 민족부흥을 고도로 실현할 수 있는 물질기초인바 선조들이 남겨준 진귀한 역사문화문물을 완정하게 잘 보존하여 자손만대에 물려주는 것은 우리 세대들의 역사적사명이다.

  그리하여 용정시 유관부문에서는 중국조선족의 우수한 문화를 계승,발전시키고 용정을 중국 조선족 민족문화도시로 건설하려는 취지의 일환으로 2009년 9월부터 130만 위안을 투입하여 원 명동학교 자리에다 새 명동학교를 복원하기 시작하였는데 약 일년간의 분투를 거쳐 이듬해 2010년 10월말에 준공되었다.

  옛터에 복원된 학교는 당시 평면도에 따라 4채의 단층벽돌건물이던 1920년대초의 명동학교의 원모습을 그대로 재현하였는데 건축면적은 265제곱미터로서 4개 교실에 2개의 사무실로 구성되었다. 역사의 뒤안길에 사라졌던 명동학교가 사연도 많았던 옛터에 다시 일어서면서 당년의 위용을 자랑하며 용정시 민족전통교육의 교양기지로, 용정시의 또 하나의 관광명소로 국내외의 각광을 받고 있다. 이런 장거는 찾아오는 지성인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러면서도 보이는대로 보여지는 또하나의 정경에 마음에 그늘이 졌다. 지은지 3 년이 다 되는데 주위의 밭과 어울리지 않게 잡초무성한 주위환경은 심하게 말하면 살풍경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복원된 학교라도 학교의 이마이기도 한 운동장이 없는 것은 둘째치고 건축할때 남겨놓은 웅덩이들에 잡풀이 무성해서 눈길을 찌푸리게 한다.

  황성옛터에 밤이 되니 월색만 고요해/폐허에 설운 회포를 말하여 주노나/아 외로운 저 나그네 홀로 잠못이뤄/구슬픈 벌레소리에 말없이 눈물져요 //성은 허물어져 빈터인데 방초만 푸르러/세상이 허무한 것을 말하여 주노나/아 가엽다 이내몸은 그 무엇찾으려/끝없는 꿈의 거리를 헤메여 있노라.

  물론 노래가사와는 달리 황폐하던 옛터에 아담한 교사가 세워져 있지만 경물이란 무릇 그에 어울리는 배경에 조화되어야만 원모습이 흐리지 않고 도드라지게 보이는법이 아니던가? 새건물은 지었으되 왜 그에 수반되어야 할 뒷수습은 흐지부지한 채 세월을 거듭 기록하고 있을까?

  물론 내가 모르는 여러가지 여건들이 있을테지만 이런 정경이 지금까지 관광객들의 마음을 흐리게 하는 원인은 관계자들의 관념속에 윤동주 모교의 복원의 의미와 복원된 학교청사가 가지는 현실적 이미지와 더불어 얼핏 계산할 수 없는 실용적 가치함량의 실현정신이 부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물론 주관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시작한 일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할망정 학교이미지 창출에서의 기본은 갖춰져 보이게 하는 것이 초미의 문제가 아니겠는가 대상도 없이 혼자 속으로 질의하며 눈길이 다시 한번 잡초더미 속에 박혔다.

  2013년 8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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