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문호 기자 = 21일 오전 서울 구로 고대병원에서 노량진 배수지 수몰 사고 희생자 故 이명규, 조호용, 박웅길, 이승철, 김철덕, 박명춘, 임경섭 씨의 합동영결식이 준비되고 있다. 장례식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시 관계자, 희생자 유가족들과 시공사 대표 등이 참석한다. 헌화는 상주와 유가족, 박 시장과 시 공무원, 시공사 대표, 일반 시민 순이다. 2013.07.2 go2@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7명의 노무자들이 숨진 서울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는 공사를 발주한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를 비롯해 감리단과 시공사, 하도급사 모두의 안전 관리 감독 소홀로 빚어진 인재(人災)인 것으로 결론 났다.
특히 도달기지 작업구에 임시로 설치한 마개플랜지(일명 차수막)의 안전성에 대한 구조검토를 실시하지 않은 점과 한강물이 도달기지 수직구 내에 유입된 상황에서도 작업을 지시한 점 등으로 참사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당시 차수막은 한강 수위 상승에 따른 수압을 이기지 못해 터졌다.
29일 서울 동작경찰서에 따르면,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서 2회에 걸쳐 책임 감리단에 '장마 및 한강 홍수에 대비한 수방대책'을 수립할 것을 지시했고 감리단에서는 시공사(원청)에, 시공사는 하도급사(하청)에 순차적으로 지시해 최종 하도급사에서 마개플랜지 설계도면을 만들었다.
하지만 하도급사는 설계도와 다르게 철판 4조각을 용접으로 이어 붙여 원형(圓形)으로 된 마개플랜지를 제작한 후 지난 7월2일 오전께 도달기지 수직구 하단부 터널입구에 설치했다.
서울시와 감리단, 시공사는 마개플랜지의 안전성에 대한 구조 검토를 할 책임이 있음에도 이를 확인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됐다.
계속된 장맛비 등의 영향으로 도달기지 수직구 내에 한강물이 차 있었던 상황에서 작업이 이뤄진 점과 대피 명령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도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전날인 지난달 14일부터 이미 수위가 5m로 상승해 도달기지 수직구 내에 3m 가량 한강물이 들어와 있었다.
사고 당일에는 한강수위가 계속 상승하고 있었고 오후 4시께부터는 사실상 도달기지 내부로 한강물이 지속적으로 유입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터널 안에서 작업하던 노무자들은 사고 발생까지 작업 중단 지시를 받지 못했다. 시공사는 사고 발생 직전인 오후 3시50분께 감리단에 한강물이 유입된다는 사실을 알렸고 감리단은 시공사에 작업 중단을 지시했다.
그러나 시공사에게 전달을 받은 하청업체 직원은 '별 일 없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에 노무자들에게 이 같은 내용을 전달하지 않았다. 감리단과 시공사도 작업 중단 지시가 노무자들까지 전달됐는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음에도 지시사항을 전달하는데 그쳤다.
경찰은 이 같은 수사사항을 바탕으로 발주처 공무원(6급) 1명, 감리단 2명, 시공사 2명, 하도급사 2명 등 총 7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입건하고 이중 과실이 중한 시공사 현장소장 박모(47)씨와, 하도급사 현장소장 권모(43)씨 등 2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감리단장 이모(48)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안전 관리 책임을 둘러싸고 서울시와의 업무 분담과 관련 다툼 소지가 있어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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