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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통합진보당 ‘내란 음모’ 수사, 서두른 ‘이유’ 따로 있었다

[기타] | 발행시간: 2013.08.31일 05:04

공안 당국이 통합진보당 경기동부연합 인사들의 내란음모 혐의를 은밀히 내사하는 과정에서 최근 주시하던 RO조직 연락책이 잠적하고 내부 조력자와 연락이 끊기는 등 긴박한 상황이 전개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정황이 잇따르자 국가정보원 등은 내사가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지난 28일 전격적으로 압수수색과 체포에 나서며 공개수사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공안 당국 관계자는 “지난주 국정원이 주시해온 이석기(사진) 의원 조직의 중간연락책 A씨가 갑자기 잠적하고, 수사에 협조하던 내부 조력자와도 연락이 끊긴 것으로 안다”며 “당국이 상황을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였다”고 30일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진보당 당원인 A씨는 경기도 모처에서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공안 당국은 A씨가 비밀조직 내부 연락을 담당하는 등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판단해 오래 전부터 주시해 왔다. 고정간첩일 가능성도 염두에 뒀다. 그러나 A씨는 지난주 갑자기 호프집 문을 닫은 채 사라졌고 이후 행적이 묘연한 상태다. A씨가 중국으로 도피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내부 조력자와도 1주일 이상 연락이 두절됐다. 이 조력자는 비밀조직의 회합 장소와 시간 등의 정보를 공안 당국에 제공하며 수사에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평소 공안 당국에서 연락을 취하면 3∼4시간 안에 접선이 가능했는데, 현재는 연락이 끊겨 위치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수사가 노출됐다는 정황이 속출하자 28일 서둘러 공개수사로 전환한 것 같다”며 “그렇지 않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 만나는 등 주요 이슈가 몰려 있던 28일 서둘러 이 사건을 언론에 공개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정원과 검·경 등으로 구성됐던 합동 태스크포스(TF)팀에서도 일부 수사 내용의 유출 가능성이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TF팀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당시 법원 영장을 받아 감청 중이던 전화가 몇 대 있었는데 이들이 한꺼번에 해당 전화 사용을 중단했던 적이 있다”며 “TF팀 내부에서 감청 사실이 샌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최근 내란음모 관련 중요 증거가 입수되고 더 늦출 수 없겠다 싶어 공개수사로 전환한 것”이라며 “정치적 고려나 조직원 잠적 같은 변수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의원실 압수수색에 참여한 공안 당국 수사팀은 의원실의 자금집행 내역을 찾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출처, 사용 내역을 통해 비밀조직과의 연관성, 회합의 시기·규모 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안 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아직 이 자료가 나오지 않은 것 같다. 압수수색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파기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서울 사당동 자택에서 압수된 1억4000만원 상당의 현금은 원화, 달러화, 루블화가 각각 따로 포장돼 신발장 안쪽 깊숙한 곳에 보관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벼랑 끝 진보당

통합진보당이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인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벼랑 끝으로 몰리는 모습이다. 진보당은 ‘이석기 구하기’에 올인하며 ‘마녀사냥’이라는 입장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 의원의 거취와 함께 진보당도 정치적 빈사상태를 맞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녹취록 등장인물, “전체 취지 왜곡”=30일 언론에 공개된 ‘5·12 녹취록’에는 ‘전쟁’과 ‘준비’라는 단어가 수도 없이 등장한다. 하지만 녹취록 공개 뒤에도 진보당은 ‘날조 조작극’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녹취록에 등장하는 김근래 경기도당부위원장은 “전체 취지가 왜곡됐다”며 국회에서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부위원장은 “행사 주최 취지와 토론 취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국가기간 시설 파괴로 왜곡했다”며 “목숨을 거는 심정으로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주장했다. 녹취록을 보면 김 부위원장은 “적들에게 심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전기·통신 분야에 대한 공격을 하는 것까지 포함해 여러 의견이 나왔다”고 말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기자회견에는 국가정보원의 압수수색 대상이던 김홍렬 경기도당위원장도 나왔다. 이들은 “발언의 취지가 왜곡됐다”면서도 공개된 발언이 실제로 없었는지에 대해선 확답하지 못했다.

또 5월 모임이 RO(혁명조직) 회합이 아니라 공개 강연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강연은 당원들에게 공지되지 않았고 개별 참가자들에게 일일이 통보하는 방식으로 열렸다. 또 경기도당 명의가 아닌 당원 개인 이름으로 장소를 대관했다. 이에 대해 이들은 “모든 행사를 다 공지하진 않는다”며 “종교 시설이라 개인 이름으로 빌렸다”고 해명했다. “적기가도 부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의원 두문불출, 당은 촛불시위=이 의원은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동안 같은 당 소속인 오병윤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머물며 숙식을 해결했다. 이날도 맞은편 자신의 의원실로 잠깐 다녀왔을 뿐 대부분 시간은 오 의원 실에서 보냈다.

녹취록 공개 이후에도 진보당은 이번 사건을 ‘국정원의 발악’으로 규정했다. 이 의원을 비롯한 진보당 지도부는 오전 이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대한 국정원의 압수수색이 끝난 뒤 국회에서 대책회의를 가졌다.

오후에는 부산 서면에서 ‘시국당원대회’를 가진 데 이어 시민단체로 구성된 ‘시국회의’가 개최하는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대회에 참석해 박근혜정부와 국정원을 성토했다.

그러나 여론은 싸늘하다. 일각에서 녹취록에 드러난 이들의 발언이 치기어린 ‘돈키호테’ 수준의 무장 시나리오라는 반응도 있지만, 트위터 등 SNS에서는 이 의원과 진보당을 비난하며 당 해산 청원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글이 넘쳐났다. 진보당 스스로 “이번 사건은 이 의원 개인 사건이 아니다”며 당 전체가 나선 모양새다. 이에 따라 이 의원이 어떤 사법적 판단을 받느냐에 따라 진보당의 향배도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내란죄 다뤄본 현역 검사 2명 뿐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한 내란음모죄 적용 여부를 두고 여러 의견이 나오는 이유는 실제 법이 적용된 전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제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이후로 검찰이 내란음모를 사건에 적용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이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경험이 없다는 점이 검찰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나마 가까운 경험은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 혐의 수사다. 당시 검찰은 특별수사본부를 꾸렸다. 채동욱 임성덕 이부영 송찬엽 등 총 9명의 검사가 참여했다. 그중 지금까지 검찰에 남아 있는 현역 검사는 채동욱 검찰총장과 송찬엽 대검찰청 공안부장뿐이다. 이들의 과거 경험이 이 의원 수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채 총장은 당시 전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하며 A4 용지 50쪽 분량의 논고문 초안을 직접 썼다.

채 총장은 이 의원 등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한 철저한 수사지휘를 지시했다. 채 총장은 30일 “반국가적 범죄행위의 전모를 낱낱이 밝힐 수 있도록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지휘해 달라”고 대검 공안부와 수원지검에 당부했다.

노용택 지호일 임성수 정현수 기자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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