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을 자주 내기 부담스러운 직장 여성들이 한 번에 쌍둥이를 낳기 위해 인공수정 등 의학적 방법까지 동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결혼 2년 차인 회사원 송모(여·31) 씨는 지난 10월 초 배란유도제 처방을 받기 위해 서울 강남구의 한 산부인과를 찾았다. 배란에 문제가 있거나 불임 고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송 씨는 지난 여름부터 배란유도제를 반복적으로 복용하고 있다.
바쁜 직장생활 때문에 최근에야 임신을 결심한 그는 기왕이면 쌍둥이를 낳고 싶어 수소문한 결과 배란유도제를 복용하고 부부 관계를 맺으면 쌍둥이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을 듣고 투약을 결정했다.
그는 “몇 차례 육아휴직을 하다 중요 업무에서 밀려난 여선배들을 보면 나도 그렇게 될까 걱정”이라며 “쌍둥이를 낳으면 한 차례만 휴직해도 될 것 같아 부담이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25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육아휴직에 대한 부담 등을 이유로 쌍둥이를 낳기 위해 인공수정, 배란유도제 투약 등 건강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의학적 방법을 동원하는 직장여성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수정을 하거나 배란유도제를 맞으면 배란 시기와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쳐 난자 두 개가 한꺼번에 배란되기 때문에 쌍둥이를 낳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자녀 양육과 직장 생활의 부담을 한꺼번에 지고 있는 직장 여성들의 경우 복수의 자녀를 낳고 싶지만 오랜 기간 육아휴직 등을 내기 어려워 고민 끝에 쌍둥이를 낳기 위한 편법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배란유도제 등을 함부로 사용할 경우 자칫 과배란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각종 여성 질환의 원인이 되거나 불임에까지 이를 수 있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
문화일보